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시대가 존재했다. PC통신은 채팅이나 동호회라는 연결고리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온라인을 통해 연인을 만난다는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접속’이라는 영화가 흥행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생들은 공강시간이 되면 캠퍼스 곳곳에 즐비한 컴퓨터로 채팅을 하며 ‘소통’을 시도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문화는 빠르게 발전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이 가능해졌다.

시간은 흘렀고 IT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소통’을 갈망하고 추구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엔 여자친구와의 ‘소통’을 갈망하던 한 청년이 등장한다.

▲페이스북 탄생 비화를 그린 영화 ‘소셜네트워크’ 사진제공=소니픽처스

2003년 가을, 하버드대의 컴퓨터 천재 마크(제시 아이젠버그)는 비밀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아미 해머)에게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마크는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을 개발, 절친 왈도(앤드류 가필드)의 도움으로 사이트를 오픈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고 유명한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참여로 전 세계로 번지면서 마크는 기업가치 58조원,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그 순간 윈클보스 형제는 물론 왈도마저 전대미문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하버드 천재들 간의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하버드 대학생 마크가 페이스북을 개발한 계기는 돈이나 명예를 바라고 했던 일이 아니다. 이유는 심플했다. 자신에게 “재수없는 놈”이라 말하며 퇴짜를 놓은 여자친구를 모욕하기 위해서였다. ‘소통’을 원했지만 소통할 수 없었던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단지 그 이유였다.

이 위대한 발명은 인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그럴듯한 배경도 없었고 과정도 ‘지저분’했다. 마크는 윈클보스 형제에게 아이디어 도용 및 표절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교활한 동업자 숀 파커의 농간에 휘말려 창업자금을 대주던 절친 왈도를 배신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은 ‘쿨’(cool)했다. 엘리트들만의 소통을 위해 고안됐던 배타적 속성과 중독성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기능은 전 세계 5억명 회원을 매료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