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Q) 성령의 은사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들은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고 기뻐하곤 하는데, 성령의 은사는 어떻게 받는 건가요? 그리고 그 은사를 사용하는 일에도 주의할 점들이 있는지요?

A) 크리스천으로서 성령께서 하시는 사역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성령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여러 가지 실수와 위험에 빠지게 될 때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신령한 은사에 대해서 복음적인 이해를 분명히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형제들아 신령한 것에 대하여 나는 너희가 알지 못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고전 12:1)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린도전서 12장 4절부터 7절까지를 중심으로 해서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성경 본문을 가지고 설명 드리는 것이 가장 복음적이고 또 여러분이 이해하시기도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본문의 핵심 단어는 “성령의 나타남(φανερωσις)”(7)이라는 말입니다. 영어로는 manifestation of Holy Spirit으로 표현합니다(NIV 성경). ‘나타남’이란 속에 감쳐진 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신학 용어로 자주 사용되는 ‘계시’라는 말과도 뜻이 통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성령의 은사’라고 말이 여기서는 ‘성령의 나타남’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즉 성령의 은사란 성령께서 능력으로 나타나시는 여러 양상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 본문에서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먼저 말씀 드리면, 여기서 ‘성령’도 ‘나타남’도 모두 복수가 아닌 단수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흔히 말하듯이 이런 은사 저런 은사를 성령으로부터 따로따로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을 말씀 드리면, 성령을 모시고 사는 자는 이미 성령의 나타남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나타남은 한 성령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성령의 나타남은 한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이 본문의 강조점입니다. 본문에 “성령은 같고”(4), “주는 같으며”(5), “하나님은 같으니”(6)와 같은 표현이 강조되고, 이 본문에 이어지는 내용에도 ‘같은 성령’, ‘한 성령’(8,9,11)이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다시 궁금해지는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누구는 병 고침의 은사가 있고 또 누구는 예언의 은사가 있고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슨 이유냐고 말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성령의 은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하나님은 사람마다 그 사람의 소명과 기질 등에 따라 그리고 특정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성령의 나타남을 드러내시는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령의 은사를 행함에 있어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점이 있는데, 그것은 성령께서 나타남을 주시는 이유는 교회를 “유익하게”(7) 하시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회의 유익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 또 굳게 세워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즉 성령의 나타남은 전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가고 또 교회의 신앙을 굳게 세우는 일에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불순한 욕망을 위해서 성령의 나타남을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욕적인 것이며, 성령의 은사를 행한다고 하다가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거나 침체되곤 하는 경우는 그 자체가 마귀적인 것입니다. 그런 것은 이미 진정한 성령의 나타남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우리는 그 열매를 보아 그 나무를 알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기사와 이적이 어떤 사람을 통해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일의 결국이 그 사람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쓰인다면 그것은 성령의 역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령의 나타남은 오직 교회를 굳게 세우는 일을 위해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나타남이란 인간 본연의 자질이나 경험과는 달리, 성령께서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성령의 나타남은 내가 어떤 능력을 원한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의 나타남은 “그 뜻대로”(11) 즉 성령께서 필요한 상황에 그분의 판단에 의해서 나타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한 은사와 나타남이 나에게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우리가 성령의 은사를 활용할 때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에게는 성령의 나타남이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나타나지 않는 듯이 보이는 것은 또 왜일까요? 그것은 순전히 ‘교회의 유익’을 위한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땀을 흘려 헌신하며 주님의 능력을 구하는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성령의 나타남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위해 일할 소원도 없고 또 주님의 능력도 구하지 않는 이에게 주님이 이런 능력을 주시는 않는 것입니다. 이런 성령의 능력이 여러분의 삶 속에 나타나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그 소원은 무엇 때문입니까? 혹시 여러분의 자랑과 즐거움을 위해서인가요? 그것은 그릇된 동기이므로 성령의 나타남은 여러분에게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아니면 여러분은 진정 예수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기적적 능력을 통해 증거하기 원하십니까? 주님이 주신 능력으로 교회를 위해 힘껏 헌신하기 원하십니까? 그러면 우선 능력을 주실 줄 믿고 성실히 행하십시오! 성령의 나타남은 이런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필요에 따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양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