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인맨’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불리는 자폐증 환자인 형(더스틴 호프만)과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동생(톰 크루즈)의 형제애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배리 레빈슨 감독이 1988년에 로드무비 형식으로 만든 휴먼 영화다.

이기적인 젊은 사업가 동생 찰리는 사업적 난관을 돌파하려 고객들에게 매번 거짓말로 때우며 전전긍긍하며 산다. 찰리는 그 와중에도 주말이라고 여직원 수잔나(발레리아 골리노)와 LA 동쪽에 있는 유명한 온천 휴양지 팜 스프링스로 부적절한 여행을 떠난다.

▲영화 ‘레인맨’

아버지와의 불화로 어린나이에 가출을 했던 찰리는 부적절한 밀월여행 도중에 달갑지 않은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고, 마지못해 장례식에 참석한 찰리. 자신의 아버지가 300만 달러의 엄청난 유산을 정작 얼굴도 한 번 본 적이 없었던 형 레이먼드에게 남겼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분노한다.

사업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찰리는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 150만 달러를 찾기 위해 자신의 형이 있다는 요양원으로 찾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주 어렸을 때 자신이 ‘레인맨’이라 부르곤 했던 레이먼드 형의 존재와 운명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찰리의 형 레이먼드는 천재적인 두뇌와 관찰력을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자폐증 환자였는데... 그럼에도 찰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정하게 형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미국 동부의 오하이오에서 서부의 LA까지 향하게 된다.

하지만, 형은 고소공포와 각종 비행기 추락사고 기록을 떠올리며 발작을 일으키고 찰리는 어쩔 수 없이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먼 여행길에 오르며 자폐증 형과 뜻하지 않게 동고동락하게 된다.

여행 중에 형 레이먼드가 정신과 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후에, 자신의 머리를 동생 찰리에게 기울이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찰리(My main man Charlie.)”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필자는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항상 다른 곳만 응시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산다고 생각했던 레이먼드의 리액션은 연출이 정말 신선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잠시 주님께서 내게 이마를 부비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재훈(My main man Jaehoon.)”이라고 말씀 해주시는 장면을 상상해보며 혼자 피식 웃어 본다. 상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참 좋아진다. 여러분도 한번 그렇게 상상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진다.

아무튼, 찰리가 육로로 어정거리며 LA로 가는 사이에 자신의 사업이 파산에 이르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하게 되지만, 우연히 발견한 레이먼드의 천재적 재능 덕분에 카지노에서 큰돈을 따게 되고 자신의 사업상 발생한 모든 채무를 벌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자 형을 다시 보게 된다.

찰리는 부족한 자신의 형을 통하여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자, 다급해진 아버지가 어린 찰리를 보호하려고 어쩔 수 없이 동생을 뜨거운 물에 데여 화상을 입게 만들지 모를 자폐아 형 레이먼드를 요양원으로 격리시켜야만 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가 찰리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허락 없이 차를 몰고 나간 자신을 어이없게도 도난신고를 해버려 유치장 신세를 지게 했던 것도 아버지만의 독특한 사랑방식이란 것을 깨닫고 여러 가지 깊은 배려에 감동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창세기에서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참 오랜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그 축복의 약속을 꿈꾸는 아이 요셉의 고난과 성공을 통하여 이루게 하신다. 요셉은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죄로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형제들에게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세기45:5)라고 말한다.

요셉이 자기를 죽이려다가 급기야 노예로 팔아버렸던 형들을 용서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아버지 하나님은 언제든지 실수하고 죄를 범해 정죄감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우리를 사랑으로 받아들이신다.

영화 ‘레인맨’에서 찰리는 고슴도치처럼 뾰족한 가시 때문에 가까이 껴안으려 하면 서로에게 짐이 되고 상처가 되는 자신의 자식들을 위한 독특한 아버지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결국, 동생 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서로에게 흐르는 진정한 형제애를 깨닫게 된다.

무슨 일이든 진정성 없이 거짓으로 일관하며 살아 왔던 찰리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 때문에 당연히 자신은 이기적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으며 거짓말쟁이라도 자기방어기제의 작동이라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건들거리며 살아왔던 그가 진심으로 형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찰리는 아버지가 원하는 방식대로, 형제간에 서로 상처입히지 않을 거리에서 서로를 품기로 하고 오랫동안 아버지를 원망하게 만들었던 건강치 못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고 비로소 아버지를 향한 해결되지 않던 분노를 내려놓게 된다.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내려놓았을 때 찰리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고 주변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변하게 된다.

영화 ‘레인맨’은 찰리가 요양원으로 형을 자주 찾아가기로 약속을 한 후에 레이먼드의 대사처럼, ‘눈부신 기차’를 타고 떠나는 형 레이먼드 아니, 레인맨을 배웅하는 찰리의 변화된 아름다운 모습에서 끝을 맺는다.

▲영화 ‘레인맨’

이 글을 쓰다 보니 그 옛날 죽어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어떤 대상을 향해서 복수를 하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서 상상 속에 끔찍한 시나리오를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던 필자 자신을 하나님의 은혜로 깨닫고 눈물을 뿌리며 마음으로 지은 그 죄악에 대해 밤낮을 회개하며 기도했었던 기억이 새삼 새롭다. 필자는 다행히도 그렇게 분노를 내려놓고서야 그 대상을 용서할 수 있었다.

그 때서야 비로소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라고 평생을 암송해 오던 주기도문의 의미를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여러분도 때때로 인정머리 없는 현실과 주변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항상 먼저 상처 입는가? 그렇다면, 먼저 용서해라! 그리해야 우리도 하나님께 용서받을 수 있다!

참고로 사족을 달자면, 필자는 용서를 한 후에 참 많은 것들이 회복되고 바뀌고 변화되었다. 주변이 사랑의 열매로 ‘블링블링’ 빛나며 눈부시게 필자의 삶이 바뀌었다. 마음속에 분노와 미움을 가진 채로는 절대로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분노와 미움을 다 내려놓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필자가 충무로의 영상작가 전문교육원에 다니던 무렵 수 없이 듣던 말이 있다.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어도,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라는 말이었다. 영화를 제작하고 각본 감독을 직접 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 말은 참으로 진리다. 왜냐하면, 그 말은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마태복음7:17~18) 그렇게 보면 영화 레인맨은 좋은 시나리오란 나무에서 맺힌 아름다운 열매 같은 영화다.

성경은 또 말씀하신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태복음7:20~21) 이 말씀에서는 필자의 입에서 나도 모르게 ‘으이쿠’하는 리액션이 터진다. 찍혀 불에 던져지지 않으려면, 필자나 여러분들이나 이 중추가절에 아름다운 열매를 많이 맺도록 열심히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할렐루야!

최재훈 감독(HnB 픽처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