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은 이슈 중에 악플과 유명인의 자살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에 속한다. 특히 20-30대 인구 중에서는 사망 원인 중에 자살이 1위라고 한다. 악플이나 자살문제는 꽤 오래 전부터 문제시되어 왔고 또한 이에 대한 여러 대처방안이 논의되어 왔으나, 별다른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필자는 우리 사회에 워낙 크게 만연하고 있는 공격성의 증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격성은 일반적으로 동물이 먹이를 얻기 위해, 그리고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양식이다. 이러한 공격성은 선악의 판단을 넘어선 자연의 행동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웬일인지 이러한 동물의 공격성에 더하여 쾌락을 위한 공격성이 있다. “인간적”인 것을 우리는 흔히 높이 평가하지만 공격성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인간만이 잔악한 행동을 개발하여 즐기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과거 억압받아 왔다고 생각하기에 사회적으로 공격성의 표현을 관대히 보아주는 데 있다. 그리하여 공격성은 점차 일반적인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 점점 더 과도하게 표현되기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도리라든가 염치 등등 겸양의 예의범절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 잘 통제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구식의 행동방식은 어리석은 것으로 간주되고, 자유분방한 행동이 보다 인간적이라고 장려되었다. 참으면 나만 손해보고 결국 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공격성에 분노, 폭력 등만이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엔 여러 양상이 있다. 고집, 억지, 무관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것, 시키는 일에 미적 미적대는 것, 뼈아픈 농담, 시니컬한 비판 등등.... 요컨대 법에 걸리지 않게 상대방을 마음 상하게 하고 힘들게 하고 궁지로 몰아가는 행동이 모두 공격성 행동에 포함된다. 이런 공격성을 수동공격성이라고 한다.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화가 나게 만드는 모든 행동은 공격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과 악플은 물론 교통사고, 안전사고, 어린이들의 주의산만, 청소년들의 폭력과 왕따현상, 음주와 흡연의 증가, 이 모든 것이 공격성의 증가에서 오는 것이다. 즉, 감정표현 내지 감정의 실현에 절제가 없다는 뜻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위해 기다리지 못한다. 즉각적 만족을 실현하지 못하면 손해 보았다고 생각한다.

악플은 그 중에서도 꽤 교묘한 공격성의 표현이다. 익명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자유분방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럴듯한 변명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둠 속의 비수 같은 살인적 행동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명백히 악(惡)한 감정이다. 이런 공격성이 증가된 사회에서 자살은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화를 표현하면(화풀이) 결국 우리끼리 상처를 주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 땅, 좁은 공간 안에 모여 살고 있다. 화를 내고, 누구를 공격하면 그것은 돌고 돌아 결국 그 해가 나에게 미친다. 내가 배짱을 부리면 누군가는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먼저 참기 시작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나부터라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과 모범정신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결국 내부의 익명의 공격에 시달리다가, 사회의 자살이랄까, 스스로 멸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신앙과가정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