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와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가 우리 사회 ‘부익부 빈익빈’ 양산의 주범 중 하나인 주택문제에 대해, “소유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의 전환” 실천에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자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재철 목사는 “우리가 1천만 그리스도인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지난달 대담에서) ‘황제의 길’이냐, ‘예수의 길’이냐 분명히 선택만 한다면 교육문제를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집을 갖고 계신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실천함으로써 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견인차가 된다면 얼마든 가능한 일”이라는 말로 이에 대한 실천을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양화진문화원이 준비한 이어령 박사(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와 이재철 목사의 세번째 대담이 4월 ‘삶과 가족’, 5월 ‘교육’에 이어 ‘사회’를 주제로 17일 오후 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담은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경기 때문에 2시간이나 일찍 열렸지만, ‘영성과 지성의 만남’에 쏠린 열기는 월드컵 못지 않았다. 참석한 성도들은 이후 월드컵 경기를 함께 응원하며 대담의 여운을 만끽했다.

이어령 박사 “돈 벌 목적으로 주택 구매, 금고 속에 사는 꼴”

▲ 이어령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어령 박사는 주택이 ‘소유 가치’나 ‘교환 가치’가 아니라 본래적 기능인 ‘사용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전셋집에서 거주하며 자주 이사하는 외국과 달리 집을 ‘재산’이라는 물질적 가치로 본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집값이 비싼 원인은 정책의 잘못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주택관 때문”이라며 “돈을 벌 목적으로 집 사는 일은 자기 삶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금고 속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소유하면 근심이 생기는데, 모든 소유의 대명사 같은 곳이 바로 소유로 가득 채워진 ‘카탈로그’화된 집인데, 집이 충만하다 생각되면 주님을 영접할 여지가 없다”며 “모두 집을 갖지 않는 운동을 하면 집값은 자연스레 내려가고, 우리가 빈 집을 빛으로, 영혼으로, 사랑으로 채울 때 집(House)은 가정(Home)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령 박사는 자신이 예수를 영접했던 ‘테마’가 바로 ‘빈 집’의 개념이었다면서 “집은 쉴 곳이니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찾아가는데, 거기 누가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고 살림살이가 있지만, 사실 뭐가 있건 빈 집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그렇게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 집을 사랑, 영혼, 빛으로 채워야 하며, 내가 사는 집을 완성된 집이라 생각지 말고 늘 짓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리스도인의 집이 되고, 향기나고 사랑에 차 있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철 목사 “부동산 투기로 헌금? 하나님을 거지로 아는 것”

▲이재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재철 목사는 크리스천이 주택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절대 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집을 가지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은 바람직하지만, 집을 재산의 축적 개념으로 생각하고 투기하면 여러 문제가 생겨난다”며 “살다 보니 집값이 오른 경우와 단기 차익을 노리며 집을 옮겨다니는 경우는 분명 다르고, 합법적일 수 있지만 ‘황제’의 길이 아닌 ‘예수’의 길에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목사는 “투기해서 집값을 올리는 일은 집 없는 서민들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는 일”이라며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떤 형태든 부동산 투기는 안 되고, 만일 부동산 투기로 많은 돈을 벌어 십일조나 감사헌금을 내 영광 돌린다고 생각하는 크리스천이 있다면 하나님을 거지로 아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목사는 둘째로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서 집을 소유가 아닌 본래 목적의 ‘주거’ 개념이 되게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위스에서 생활할 때 10년 살아도 월세를 한 번도 올리지 않던 기억을 소개한 이 목사는 “외국은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데, 이런 법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었다”며 “예수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가 성경의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하면서 제일 가슴아픈 경우가 바로 월세나 전세 사는 교인이 주인이 하루아침에 집값을 올려 집을 옮기는 경우인데, 세입자에게 그런 엄청난 차액을 요구하시는 분들 중에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사실이 저는 가슴 아프다”며 “하나님께서 여분의 집을 허락하셨다면,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베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또 구약의 희년 제도를 언급하면서 “하나님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을 원하지 않으셨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돌아가는 사회를 원하신다”며 “이런 희년 정신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집에 대한 소유 문제부터 비롯된 갖가지 사회 문제들을 누구보다 앞장서 해소하는 ‘주택의 주거 개념화’의 견인차가 되리라 믿는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사회를 맡은 KBS 집중토론 진행자 출신 김종찬 씨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을 모시고 집에 대해 얘기하면 머리만 아프고 해결책이 나오질 않는데, 두 분 말씀처럼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대한민국의 집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될 것 같다”고 환호했다.

‘영성’과 ‘지성’은 예정된 2시간 중 1시간 넘게 ‘주택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시간이 제약된 가운데서도 환경 문제와 자살 문제, 성(性)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기독교적 입장에서 대화하며 해법을 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