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바기오 사역

2009년 1월 말. 필리핀 바기오(Baguio) 지역의 집회가 정 목사님의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 군데군데 한국인 청소년들과 장년들이 눈에 띄었다. 담임목사에게 영어와 우리 말 중 어느 말로 설교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 목사님도 보통 영어로 설교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영어로 설교하였다. 설교가 끝나고 기도회 시간에 여러 청년들이 울며 헌신하였다.

나중에 정 목사님 댁을 방문했을 때, 그날 울며 헌신했던 청년 중의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정 목사님은 그 청년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수년 전 그 청년이 10대 소년이었을 때, 그 아이를 목사님 댁에서 돌봐주게 되었다. 그때 그 아이는 담배를 끊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집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친구가 하루는 난간 근처에서 담배를 몰래 피다가 꽁초를 채 끄지도 않고 버렸는데, 그 꽁초가 눈에 잘 띄는 옆집 베란다 근처에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지붕위로 올라가서 엉금엉금 기어서 그 베란다에 버려진 꽁초를 치우려고 가다가, 그만 약한 자재로 만든 지붕이 밑으로 내려앉아버린 것이다.

이 소년의 몸이 정 목사님 주방 쪽으로 추락을 하던 중, 벽에 건 옷걸이에 옷이 걸려서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 그리고 떨어질 때도 바닥에 놓아두었던 플라스틱 대야로 떨어져서, 비록 대야는 박살이 났지만 사람은 충격이 덜 했다. 그래서 허리 등의 뼈가 골절이 되긴 했으나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 만일 옷걸이와 대야가 없었더라면 생명을 잃거나 아니면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청년이 그날 집회 때 전적인 헌신을 주님 앞에 약속 하면서, 이제부터는 선교 중심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나의 기도를 받은 것이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인간의 이해와 시간을 뛰어넘어 역사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하실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거룩한 일을 그들에게 수행하시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바라는 바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능한 일을 이루시는 것이다.

아내가 큐티를 하는 가운데, 바기오 지역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요한계시록 2장의 버가모교회를 향한 말씀으로 느껴졌다. 아내는 이 말씀을 의지하여, 한 주간 동안의 바기오 사역에,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우리 부부가 민감하게 따르며 순종할 수 있기를 기도하였다.

그러나 네게 두어 가지 책망할 것이 있나니 거기 네게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자손 앞에 걸림돌을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네게도 니골라 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그러므로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가서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 -요한계시록 2:14-16

바기오 지역은 비교적 크리스천들이 많은 지역이고 또 필리핀의 대표적인 신학교들과 기독교기관들이 오래 전부터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믿음의 근본, 예수 그리스도를 참으로 아는 것, 성령과 동행하는 삶 등의 기본적 진리에 대해 머릿속으로는 대부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복음의 능력이 삶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에 주님께 드리는 우리 부부의 간구가 뜨거워진다.

주님. 선교지를 미혹하는 악한 영의 교묘한 역사를 선교사들과 모든 주의 종들이 잘 분별할 수 있게 하옵소서. 그들로 하여금 진리를 온전히 믿고 기뻐하며 주의 복음을 담대히 전하게 하소서.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주님 한분만을 만족하며 사랑하는 종들이 되게 하옵소서.

1월 하순 이틀 동안 아시아성서대학(Asia Bible College)에서 이틀간 성령집회를 인도하고, 2월 1일에는 6년 전에 아내와 함께 방문해서 말씀을 전했던 바로 그 교회에 다시 서게 되었다.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아내의 가정사역 강의를 내가 통역하게 되었는데, 그만 번역해 놓은 원고가 뒤죽박죽 섞이는 바람에 통역할 때 당황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의 기억은 수년 동안 나의 마음속에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으며, 그때 이후로 그 교회를 위한 기도 제목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하나님께서 다시 인도해 주실 것이며 그때에는 아무런 막힘없이 말씀을 전할 것으로 믿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사실 바기오에 올 것을 미리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마침내 6년 만에 다시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똑같은 자리였다. 그리고 다시 찾은 그날 성령께서는 나의 입술을 힘 있게 사용하셔서 함께 한 많은 청장년들에게 치유와 회복 그리고 주님 안에서 성령 충만을 얻는 귀한 시간으로 베푸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