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2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대법관들이 판결을 내리는 모습. ⓒ이대웅 기자
강의석 씨가 모교인 대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피고는 원고에게 사실상 종교교육을 강요했다”며 강 씨의 손을 들어주자, 종교교육과 관련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기독교계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학법 문제와 관련해 삭발투쟁을 하는 등 종교사학 문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이번 대법원 선고 내용에 대해 실망의 빛을 보이며 “곧 한기총의 입장을 정리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도 “종교적인 기관이 종교적인 행위를 선양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로, 이것은 오히려 국가적으로 적극 격려해야지 법으로 막으려 하면 안 된다”며 “이것을 다 억압하면 종교적 기관이 설 자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종교교육 일선에서는 보다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교목연합회 전 회장 김용관 목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종교학교의 건학이념 구현하는 일을 법으로 제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종교교육 수호를 위해 한국교회와 대책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박명수 교수는 “공립학교 교육은 정부가 종교 차별 없이 하는 게 맞지만, 사립학교는 설립 목적에 따라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판결이 난다면 기독교 사립학교는 설립 취지대로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한국 기독교 교육에 중대한 타격 입힐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대법원이 판결을 하기 전에 종교계와 보다 깊은 논의를 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좀 의아스럽다”며 판결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서 좀 더 입장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법연구원 김영훈 원장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독교 교육에 관련된 건 놔둬야지, 법원이 종교 문제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명백한 위법행위가 아닌 이상 ‘종교 교육’을 손해배상과 관련짓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편 김명혁 목사는 기독교계의 성숙한 대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종교기관이 종교적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종교는 어디까지나 감화·감동을 통해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종교를 지니도록 해야지, 강제로 채플에 참여하게 한다든지 예배를 드려야만 졸업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행위는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또 “종교, 특히 기독교가 불신자들에 대한 이해를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대법관들도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무조건 반발하고 싸우려 하기보다는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 불신자들의 의견은 어떤지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려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