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홀리 크리스마스

12월 24일. 나의 생일이다. 크리스천이 되고부터 나의 생일은 예수님 생신에 얹혀서 매우 영광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맞곤 했다. 아내의 경우는, 올해 정말 멋지게 아내 생일을 축하해 줄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내의 생일을 비행기 안에서 지나게 되었으며, 그것도 날짜 경계선을 지나면서 순식간에 공중에서 분산된 셈이 되었다. 그런데 생일 미역국도 못 얻어먹었지만 아내는 생일잔치한 것 이상으로 기뻐했다. 자기 생일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린 셈이 되었다고. 내게 재미있는 생각이 스쳤다.

‘사실 아내는 공중에서 생일잔치를 한 셈이지. 아내 생일도 그렇게 되었으니 내 생일도 역시 기대하지 말자.’

그런데 내 생일날 한 쌍의 결혼식이 일로일로교회에서 있었다. 가난해서 결혼식도 못하고 수년 간 지내오는 가운데, 아내 되는 사람이 하나님께 늘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교회의 도움으로 인해 꿈에도 그리던 면사포를 쓰게 된 것이다.

그날 예식이 끝나고 온 교인과 동리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축하 파티를 하는데, 이게 웬 일인가! 축하 테이블에 이들 부부를 위한 케이크와 함께 내 이름이 써진 케이크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 아닌가! 나의 사랑하는 필리핀 학생 제자들의 따스하고도 섬세한 배려였다. 덕분에 그 날은 내 생애 최대의 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감격스런 생일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오직 주님 나라에만 관심을 쏟으려 하지만, 그 대신 우리 주님은 언제나 나의 작은 삶에도 관심이 많으시다.

성탄절예배의 설교를 준비하면서, 강단 장식을 맡은 자매들에게 Merry Christmas가 아니라 Holy Christmas로 바꾸어 글자를 새겨달라고 부탁했다. ‘Holy Christmas’가 그날 설교의 제목이었다. 그 말은 성탄절이 단지 먹고 즐기는 날이 아니라 주님의 탄생을 기억하며 주님과 동행하는 거룩한 삶을 살기를 다시 다짐하는 절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국도 역시 성탄절이 유흥의 열기 속에 시작되었다가 사라지곤 하지만, 필리핀은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해마다 10월 정도만 되면 벌써 성탄절에 대한 들뜬 기대감이 도시를 술렁대기 시작한다. 이윽고 성탄절이 되면 거리마다 화려한 축하 트리에 대형 백화점들은 성탄절 대목 손님들을 잡기 위한 세팅에 분주해진다. 눈 한번 오지 않는 필리핀에 White Christmas 문구와 노래들, 그리고 흰 옷 입은 산타 크로스 할아버지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왠지 웃음을 자아내게 해준다.

한번은 필리핀 청년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 정말 White Christmas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니? 흰 눈 속의 크리스마스 말이야. 우리 한국에는 흰 눈으로 덮인 성탄절을 맞을 때가 많단다.”

그런데 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들이 너무도 부러운 듯 나를 쳐다보는 바람에 내가 그만 그 다음 말을 잊고 만 것이다. 우리는 그날 성탄절 날 예배를 마치면서 이제부터 작은 캠페인을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모든 성도들이 서로 축복하면서 이렇게 성탄 인사를 한 것이다.

“Holy and merry Christmas!”

그렇다! 모든 크리스천의 삶과 사역에 가장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룩함의 능력이다. 가슴 속에 성결의 능력이 없으면 우리들의 사역도 다 자기 배를 위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어떤 사역자들은 비록 성령의 은사 중심의 목회를 하지만 성결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생활 속에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찬양예배세미나

12월 하순 일로일로성결교회에서 해마다 두 번씩 갖는 찬양예배 세미나(Praise & Worship Seminar)가 개최되었다. 이 세미나의 목적은 바른 예배의 확립과 영적 성숙인데, 300여명의 청소년들이 3박4일 숙식을 같이하며 찬양하고 말씀 듣고 기도하기를 반복했다. 선교사 사모님께서 수년 동안 찬양예배세미나를 책임지고 기획하며 또 진행해 오셨다. 영감 있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예배 사역자들을 훈련시키며, 신학생들이나 청년들에게 늘 내면의 회개를 강조하며, 이들이 필리핀을 위한 부흥의 전사들이 될 것을 촉구하신다.

나와 아내가 이 세미나의 강사로 초빙되었다. 우리는 날마다 기도 중에 이 세미나를 주님께 올려드리면서 성령의 강력한 역사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간구하였다. 나는 이 세미나의 주제를 NIV 영어성경 로마서 8장 37절에 있는 ‘More than Conquerors!’로 정했다. 그리스도의 능력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실상 ‘정복자 이상’의 삶을 살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복자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리즈로 말씀을 전하기로 했다.

십자가의 비밀(Secret of the Cross)
죄와 유혹(Sin and Temptation)
부활의 능력(Resurrection Power)
보혜사 성령(Holy Spirit, the Counsellor)
성령의 능력(Power of Holy Spirit)
크리스천 삶의 목표(Christian Life Goal)

아내도 역시 이번 세미나를 위해 두 번의 특강 부탁을 받았다. 이번 세미나의 규모나 기대치가 매우 큰지라, 아내는 마음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면서 어떤 주제로 강의를 해야 할지 주님께 여쭙고 있었다. 며칠 동안 기도 후 아내는 큐티 시간을 통해 다음과 같은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확증을 받게 되었다.

“너는 세미나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오히려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향해 일어나 달려가기를 힘써라.”

아내는 이런 깨달음과 함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과 더 깊은 교제 가운데 나아가기를 힘썼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당신의 기쁘신 뜻을 아내의 마음속에 소원으로 주셨다. 그것은 이 세미나에 모일 청소년들에게 순결한 영을 부어주실 것과 그리스도 안에서 고상한 자아상을 회복하게 되기를 원하시는 간절한 아버지의 마음이셨다. 아내는 두 번에 걸쳐서 청소년을 위한 가정사역 특강을 준비했는데, 그 하나는 시편 119편 말씀에 의지하여 ‘순결한 십대들’(Pure Teenagers)로 정했다.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 -시편 119:9

그리고 또 하나의 특강 제목은 ‘너는 보배롭고 존귀하다’(You are precious and honored)였는데, 이는 이사야서에 있는 말씀에서 뽑은 것이다.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였은즉 내가 네 대신 사람들을 내어 주며 백성들이 네 생명을 대신하리니 -이사야서 43:4

나는 이번 찬양예배세미나 때 필리핀 청소년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었다. 비록 그 곡과 가사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축복의 통로’인데, 너무나 은혜스러운 곡이라 이번 세미나 때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좀 내어서 이 곡에 맞는 영어 가사를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매 집회 때마다 서로를 축복하며 부르고 또 불렀다. 그래서 마침내 이 곡은 이 세미나에 참석한 청년들을 통해 그들이 소속된 많은 교회에 소개되어 열심히 불리고 있다. 우리 말 가사와 내가 번역한 영어 가사는 다음과 같다.

1절
당신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
당신을 통하여서 열방이
주께 돌아오게 되리.
You are the blessing of God
that is based on the everlasting covenant.
All tribes and nations will come to the Lord
throughout the fragrance of your life.

2절
당신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
당신을 통하여서 열방이
주께 예배하게 되리.
You are the blessing of God
that is based on the everlasting covenant.
All tribes and nations will come to the Lord
worshiping the almighty God.

찬양예배세미나 때 성령의 큰 역사하심이 있었다. 참석자들이 다른 여느 때보다도 말씀에 가장 집중하는 세미나였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그리고 아내가 인도하는 가정사역 특강 때는 많은 청소년들이 거룩함을 깨는 음란의 영들을 물리치고 강단 앞으로 나와서 순결서약을 했다. 결혼하기까지는 자신들의 몸을 거룩하게 지키겠다고 하는 강한 결단들이 있었다. 세미나 후에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청소년들 사이에 있던 부적절한 이성 관계들이 많이 정리되었다고 한다. 나흘 동안 하나님께서 하늘 문을 열고 부어주신 성령의 능력으로 인해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큰 은혜가 임했다. 세미나의 주제와도 같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능력을 적용함을 통해 ‘정복자 이상’으로서의 삶을 사는 크리스천들이 되기를 힘껏 다짐한 은혜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