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혜 원장
출산을 앞두고 순산을 도와주는 한약을 문의하는 환자 중에 ‘달생산(達生散)’과 ‘불수산(佛手散)’이라고 처방명까지 정확하게 알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년에 둘째를 출산한 두 명의 산모가 그러한 경우였다.

한 산모는 달생산을 복용하고 둘째를 출산하는데 진통도 심하지 않고 너무 금방 낳아서 하마타면 집에서 남편이 아이를 받을 뻔했다며 웃었다. 또 한 산모는 첫째 때 예정일이 한참 지나 유도분만을 했는데도 진통이 하루를 넘겨 난산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이 산모는 둘째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주변의 소개로 불수산이란 처방을 받을 수 있어, 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나왔지만 유도분만 없이 수월하게 출산을 했다. 이 분은 둘째 때만 한약을 복용해서 첫째 때랑 많이 다르다고 하시며 한약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경우였다.

<동의보감>에 “임산부가 산달이 임박해서 20첩을 먹으면 쉽게 출산하고 병이 없다”라고 저술된 달생산은 임상실험에 의해 그 효능이 입증된 바 있다.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달생산을 복용한 산모의 평균 분만 소요시간은 262.68분으로 한국인 초산모의 평균 분만 소요시간인 435.12분의 60.4%에 그쳤다.

달생산은 임산부의 기혈을 보충해 체력을 높여주고, 양수의 양을 적당히 하고 양수에 불어있는 태아를 작게 만들어 분만 시 산도를 쉽게 통과시켜 난산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불수산은 부처님 손이란 뜻으로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이 순산을 도와 안전하게 아이를 받아 준다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다. 진통이 올 때 불수산을 복용하면 자궁수축력이 좋아지고 산도가 빨리 열려서 진통시간이 줄어서 순산하게 된다. 평소 체력이 약한 산모는 불수산에 녹용을 더 넣어 처방하게 되는데 녹용이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주관하는 충맥과 임맥을 튼튼하게 하고 원기를 크게 도와 산모의 체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실제 약리실험에서도 녹용에서 추출한 팬토리눔 성분이 순산을 돕는다고 이미 밝혀졌다.

부득이 하게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약을 복용하면 보다 쉽게 순산할 수 있다. 출산 한 달 전엔 달생산을 보름 정도 복용하고, 출산 시엔 불수산은 3첩 정도를 미리 달여 냉장 보관해 두었다가 진통이 오면 2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면 된다.

불수산의 경우엔 출산예정일이 지나 유도분만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효과가 좋은데, 예정일을 5일 정도 지나도 소식이 없을 때 불수산을 복용하면 진통이 와서 출산하게 된다.

라마즈호흡법과 임산부요가와 적당한 활동은 순산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순산이라 해도 출산의 고통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난산을 예방하고 순산을 도울 수만 있다면 그보다 산모에게 좋은 것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