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일로일로

11월 초순. 우리 부부는 호주 시드니를 출발하여 필리핀 마닐라에서 하룻밤을 묵고, 그 다음날 국내선을 갈아타고 마침내 일로일로에 도착하였다. 여느 때처럼 공항에서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신 오 선교사님. 그의 아내와 함께 거의 이십여 년 동안 오직 필리핀의 영혼들을 깨워 그들을 부흥의 전사로 만드는 일에 혼신을 힘을 다 쏟아온 분이다. 이들의 사역을 통해 해마다 수십 명의 필리핀 현지인 사역자들이 신학교를 졸업하고, 또 이들을 통하여 교회들이 계속해서 개척되며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나는 6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매번 겨울방학마다 이곳에 와서 집중강의를 해오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기회는 짧은 방학 기간이 아니라 안식년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장장 3개월 동안을 이곳에서 사역하기로 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집중강의가 아니고 일반강의로 진행된 것이다. 매년 방학을 이용하여 한국에서 내려와서 집중강의를 할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주 또는 두주 간의 강의를 통해 16주 수업에 해당되는 분량을 마치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 이틀 여유를 잡을 시간도 없이 진행되었다. 도착한 날부터 돌아오는 날 하루 전까지 그저 연속적인 강의가 진행되곤 한 것이다.

‘와! 이제 처음으로 쉬엄쉬엄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네!’ 이번에는 빡빡하게 강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나는 가슴 깊이 즐거운 여유감을 누릴 수 있었다. 오 선교사님은 필리핀 신학생들을 얼마나 호되게 훈련시키는지, 주위에서 소문이 많이 났다. 어떻게 해서든지 질 좋은 공부를 시켜 훌륭한 사역자들로 만들어 배출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여기서 자라난 신학생들뿐 아니라 여러 교단 출신의 목회자들도 이 대학원에 와서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 더군다나 오 선교사는 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의 학생들에게 지성뿐 아니라 철저한 기도와 말씀 훈련을 통한 영성의 사람들로 만들어 가신다. 또 이 학교를 졸업하고 목회하고 있는 사역자들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모두 모여 사역보고와 함께 사역자 기도회를 갖는다.

특히 올해에는 필리핀 현지 사역자들의 목사 안수식이 있었다. 여덟 명의 현지인 사역자들이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목사로서 안수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게도 특별히 영광스런 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수년 째 이 지역을 방문하여 이들 모두에게 교회사와 성령론을 강의하고 또 함께 말씀과 기도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교지의 신학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한 학기 분량의 일정 과목을 집중강의로 한주나 두주 동안 끝내주는 것은 신학교 사역에 큰 보탬이 된다. 그래서 매년 방문할 때마다 한두 과목을 완전히 마치고 시험까지 치루고 점수를 내주고 귀국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중강의가 아닌 만큼, 한 과목을 일주일에 한번 씩 강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삼 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신학대학원인 임마누엘선교신학대학원(Immanuel Missi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세계교회사를 강의했고, 또 매주 수요일 오전에는 학부 과정인 임마누엘성결신학대학(Immanuel Holiness Theological College)에서 성결운동(Holiness Movement)에 대해 강의했다. 그리고 주일에는 여러 교회를 순회하면서 부흥집회를 인도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이곳저곳에서 성령세미나와 부흥을 위한 기도회 인도 등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신학대학에서 매주 목요일 필리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사역(Family Ministry)을 강의하였다. 다음은 우리가 귀국하고 난 뒤 오 선교사님이 선교소식을 전한 메일의 내용이다.

“배 목사님 부부가 안식년을 맞아 세계 여러 선교지를 다니면서 선교하시다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오셔서 3개월 동안 섬겨 주셨습니다. 두 분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배 목사님은 대학원과 신학교에서 강의해 주시고, 매주 설교하시고, 매주 금요일 기도회 때에 성령의 역동적인 역사에 대해 말씀하시고 같이 성령의 역사를 경험토록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교회에서의 설교, 신학교 특강, 또 모임의 강사로도 수고해 주셨습니다. 정성애 사모님은 신학교에서 ‘가정사역’에 관하여 가르치며, 불우한 가정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와 함께 주님 안에서 세워주는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두 분의 노고와 땀이 결실하여, 많은 청소년들이 성령에 관하여, 말씀에 관하여, 그리고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눈뜨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 안에도 위로와 격려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가정사역

신학대학에서 행한 아내의 가정사역 강의는 매 시간 진지한 질의응답과 그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내적 치유와 크리스천의 가정 설계에 대한 매우 실제적인 지침들은 학생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마침 결혼을 앞둔 커플도 한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었기에,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혼예비교육의 시간이었다. 이 커플이 얼마나 열심히 강의를 듣고 또 그들의 삶에 적용하는지, 서로 커플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의미 있는 웃음을 웃기도 하고 또 어떤 대목에서는 상대방 옆구리를 슬쩍 찌르기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큰 즐거움이 되었다. 매 주 거듭해 갈수록 이들 커플의 변화되어가는 모습과 고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여태껏 우리 둘 사이의 문제가 심각했었는데요. 그 모든 문제들이 남녀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런 점을 깨닫고 난 후에는 이제 서로 다툴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 커플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다. 지금은 목회사역에 초청을 받아 마닐라로 가서 사역 중이다. 앞으로 그들의 가정과 사역에 어려운 난관도 많이 만나겠지만, 이들 커플은 받은바 가정사역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서로 이해하며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고 보니 안식년사역을 출발하기 전 어느 날 아내에게 손을 얹고 기도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그때 아내를 위한 기도의 감동 속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아내의 가정사역 강의에 기름부음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치유의 은사가 흘러가는데, 단지 내면의 치유뿐 아니라 육체적 치유를 위해서도 성령께서 역사하신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안식년 때 피부가 검은 외국인들에게 아내가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 이런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내가 이런 감동으로 아내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동안 아내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방언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를 마치고 얼마 후 아내는 그날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큐티를 시작했다. 그날 주님께서는 아내의 영혼에 이런 감동을 주셨다. ‘기도하며 기대하라.’ 아내는 자신의 가정사역 강의가 진정 성령님의 능력 있는 도구가 되길 기도해 왔다. 그렇다! 주님께서는 아내를 통해 마음과 육체가 아픈 자들에게 치유의 기름이 흘러가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기도 중에 내가 보았던 검은 피부의 외국인들이 아내의 가정사역 강의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고 있었다.

월요일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아내가 필리핀 목회자 사모들을 대상으로 가정사역 세미나를 몇 번 인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세미나를 듣고 사모들에게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여권주의(feminism) 문화에 젖어 있는 필리핀의 여성들이 성경적 가정의 질서에 대해서 새롭게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아내로서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단지 행복한 가정이 아니라 거룩한 가정을 이루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경건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실제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나눔이 있는 세미나였다.

참석한 많은 분들이 지난날의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회개하고 새로운 다짐과 함께 회복되는 시간이었다. 나중에 들려온 말에 의하면, 그들의 남편들이 아내의 변화 때문에 싱글거리며 좋아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