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은성 교수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등에서 교회사를 가르쳤고 현재는 교회사아카데미의 대표로 후학들을 길러내고 있는 라은성 교수가 잠자고 있는 교회사의 면면들을 다시금 깨워냅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매주 목요일 ‘라은성 교수의 교회사 맥잡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힘차게 박동하는 맥을 타고 생명의 기운이 흐르듯, 라은성 교수와 함께 역동하는 교회사의 맥을 짚어봅시다. -편집자 주

진리를 발견한 사람에 대해 예수님은 마태복음 13장 45~4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

우리는 인생에서 삶을 헌신하거나 포기할 정도의 결단을 하는 것만큼 숭고한 사건을 만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 그 숭고한 사건을 이끈 인물이 있습니다. 진리를 위해 변증하며 끝내 생명을 받친 고귀한 한 인물은 바로 순교자 유스티누스입니다.

그는 철학을 통해 진리를 찾고자 했던 자로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야기를 자신이 쓴 ‘유대인 트리포와의 대화’의 1~9장에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세겜 땅에서 태어난 사마리아인 철학자였지만 부친이나 조부는 그리스인 아니면 로마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유했던 그는 철학을 배우면서 진리를 찾았습니다. 어느 날 아침 크시투스 출신 친구와 함께 산보를 하고 있는 도중 어느 한 사람이 여러 명과 함께 그를 좇아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철학자 양반!”그리고는 그에게 다가와 동행하였습니다. 유스티누스는 그런 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아르고스에서 소크라테스 문하생인 코린투스가 말하길 당신과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고 친절하게 인사하고 그들과 대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나나 그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긴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그들은 그를 따라오면서 무엇인가 좋은 애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장난삼아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호머의 ‘일리아드’ 6장 123절에 나오는 글을 인용하면서 “죽을 운명에 직면하면서도 가장 용감한 자 같은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나요? 트리포라고 하오. 할례를 받은 히브리 사람으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는 중이라오. 그리스 지역을 여기저기 다녔지만 주로 고린도에서 살았수다!”

이렇게 대답하는 트리포에게 유스티누스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철학에서만 아니라 율법 수여자와 선지자들에게서도 무슨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자 트리포는 “철학자들도 하나님에 대해 논의하는데 전심을 다할 뿐만 아니라 그분의 섭리와 주권에 대해 연구하는데 전심을 다합니다.” 이 답변에 대해 유스티누스는 동의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나도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님이 한 분이신지 여러 신인지에 관해 관심이 없거나 또 그 신들이 우리 각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제공하는지 아닌지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지식이 그들이 보기에 행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들은 하나님이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만 우리와 같은 개인들에 대해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억지 주장하기에 그분에게 기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철학이 우리를 하나님에게로 이끄는 것이라고 여긴 것은 적어도 그분은 모든 것의 근원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철학은 행복, 즉 진리를 찾는 길이라고 여기고 유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자들, 소요학파(遡遊學派, Periatetics), 사색가들, 또는 피타고라스학파 등을 만났습니다. 결국 사람들에 의해서 그 길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짓고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의 3~4장에서 유스티누스는 적어도 하나님에 대해 세 가지로 이해했습니다. 첫째, 그분은 진리시고 둘째, 동일한 성품과 도를 변함없이 유지하시는 분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근원이시고, 그리고 셋째, 사람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진리와 기본적으로 유사한 것을 가진 영들 속에 갑작스럽게 찾아오셔서 자신을 갈망하도록 하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는 진리이신 하나님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이든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유스티누스에게 “당신이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서 진리를 찾을 수 없었다면…”이라고 시작하여 구약성경의 선지자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진리를 보았고 사람들에게 전파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수행했던 이적들 때문에 믿게 되었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그분은 모든 것의 조성자시며 근원이십니다. 그분으로부터 그분의 아들인 그리스도가 오셨습니다. 기만적이고 불순한 영을 가진 거짓 선지자들은 이렇게 행하지도 않고 그것을 따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담대하게 사람들을 놀랍게 하는 몇몇 이적들을 수행하며 잘못된 것을 가진 영들과 귀신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빛의 문으로 인도해달라고 그분에게 간구하십시오. 하나님과 그분의 그리스도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사람에게 주지 않으면 이런 것들은 결코 누구에게도 이해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들은 유스티누스는 다음과 같은 고백했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나에게 들려주면서 그들처럼 추구하라고 강권했습니다. 그 이후 그를 다시 볼 수 없었지만 내 영혼 속에 불이 타올랐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선지자들과 사람들을 사모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의 말들을 생각했을 때 이것이 바로 확고하고 유익한 철학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트리포와 함께한 사람들은 크게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빙그레 웃으면서 유스티누스는 그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스티누스는 자신이 철학에서 발견한 하나님에 대한 어리석은 판단들이 나이든 사람과 대화하면서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먼저 궁극적인 진리이신 하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나이든 사람의 질문에 유스티누스는 “이성으로”라고 대답했지만 잘못된 대답임을 그는 알게 된 것입니다. 그 사람은 그에게 “성령의 능력으로 그리스도에 대해 선지자들이 쓴 말씀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이성이 한계성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