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아파트 사기사건

한국의 처남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매형이 입주할 아파트가 사기사건에 휘말려서 날아가 버렸습니다.’ 우리가 안식년 끝나면 한국에 돌아가 입주하려고 했던 새 아파트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한국의 TV 방송에서는 난리가 난 모양이다. 아파트 조합장이 문서위조 등의 수법으로 수십 건의 분양사기를 친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 관련 역사상 이러한 거대한 규모의 사기사건은 여태 없었다고 한다. 피의자 본인은 현재 수감 중이고, 그가 빼돌린 수백 억대에 이르는 돈은 오리무중이란다.

이 사실을 접한 한국의 우리 부모님들이나 친척들은 다 초상집 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아파트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건강이 염려가 되어 여러 차례 전화를 해서 위로를 드렸다. 그러나 정작 아내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표정이었다. 아내가 내게 말한다.

“뉴질랜드도 못 가고 또 아파트도 날아갔는데, 내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네?”

나는 아내의 이런 담담한 모습이 참 신기하고 고마웠다. 선교 중심의 삶을 살다 보니 아내도 아주 단순하고도 담대한 믿음으로 단련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할렐루야!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안식년을 떠나기 몇 달 전인 2007년 8월의 일이다. 그때 아파트 분양 관계로 조합장을 만날 일이 생겼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 일을 위해 기도할 때, 이 분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조합장을 위해서 기도하는데, 내 마음 속에 그 분에 관계된 어떤 메시지와 영상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 조합장은 현재 마음이 매우 고민스럽고 쇠약한 상태다. 그의 오른쪽 복부 하부 대장 부위에 질병이 있다. 이 사람의 주위에는 공룡 비슷한 큰 짐승이 있는데, 이 짐승은 그 집안에 타고 내려오는 악령의 상징이다.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꾸짖자, 아주 자그마한 벌레처럼 변해서 땅을 기어 다닌다.

약속한 날 그를 만날 시간이 다 되어서 막 나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뵙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조합장이었다. “아, 그래요?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기도했다. “주님! 제가 복음 전할 때 그분이 즉시 예수 그리스도의 영을 영접하게 되기 원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그분에게 이 메시지를 전할 것이며, 언젠가는 주님이 그 영혼을 돌이키실 것입니다.” 그 다음 날, 아내와 함께 기도로 무장을 하고 다시 조합장을 만나러 갔다. 분양사무실 안의 조그만 실내는 온통 담배 냄새로 찌들어 있었다. 아파트 관련 대화는 잘 풀어져 간 것 같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기였다는 것을 우린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하마터면 1억원 이상 중도금 계약서를 쓸 뻔했는데, 아내의 지혜로 인해 이것을 면하게 된 것은 주님의 은혜였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참 놀라운 것이 또 있다. 우리가 얼마 후면 안식년사역을 위해 출국하게 되겠기에, 그전에 미리 아파트 베란더 확장공사 비용을 건네줄 참이었다. 그날 그 비용을 현금으로 갖고 갔었는데, 이 조합장이 나중에 입주할 때 내라고 하면서 한사코 그 돈을 안 받는 것 아닌가. 그 때는 이 사람이 왜 그런가 하고 의아한 마음이었지만, 나중 일이 터지고 나서야 생각해 보니, 우리가 들어가기로 된 아파트에 중복으로 이름이 들어간 또 다른 피해자로부터 이미 그 비용을 챙긴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하마터면 또 날릴 뻔한 돈을 주님께서 피하게 해 주셨다!

자, 이젠 복음을 전할 차례다. 나는 성령님을 의지하면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이제 좀 개인적인 대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네.”
“선생님 집안에 내려오는 어려운 일로 인해 선생님이 크게 짐을 지고 계시는군요.”
“아, 네.”

좀 신기하다는 듯 진지한 표정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인해 선생님이 늘 마음이 심약할 때가 많습니다.”
“네.”
“그런데 건강검진은 받아 보셨는지요?”
“그럼요.”
“그런데 선생님의 오른 쪽 복부 하부, 장 쪽인데요, 그곳이 좋지 않은 이상증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일에서 해방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영향을 이길 더욱 강한 영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예수님을 영접하십시오. 하나님이 선생님을 매우 사랑하십니다. 제가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 예. 고맙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십시오.”
“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

“계속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령께서 주신 인도하심을 따라 복음을 전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뛸 듯이 기뻤다. 집에 돌아와서 축복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다음 해, 그러니까 우리 부부가 순회사역을 하고 있는 동안, 이 조합장은 아파트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그를 위한 우리의 기도는 여전히 계속 된다. 성령께서는 그의 구원을 위해 그가 비록 복역 중에라도 강하게 일하실 줄로 믿는다.

아파트 사기사건이 일어난 후, 아내가 군대에 있는 아들 명지와 통화를 했다. 아내는 명지에게 이 일을 직접 알려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된 일을 아들이 다른 누구에게서 나중에 듣는 것보다 우리에게 직접 듣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명지가 제대하고 나면, 보고 싶은 부모도 만나고 또 새 집에 들어가서 살 것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을까?’ 아내는 국제전화로 명지에게 모든 일을 얘기했고, 다 듣고 난 명지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를 격려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 나도 예전에 중국에 단기선교 갔을 때 말이야. 그때 크게 힘든 일이 있었지만, 믿음과 감사함으로 인내하고 나자 하나님께서 큰 선물을 주시지 않았어요?”

그때 명지는 중국에 단기선교 다녀 온 직후 자기가 그렇게도 사모하던 Rise-Up B-Teens라는 청소년부흥단체의 기타리스트(guitarist)로 뽑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아빠와 엄마에게도 더욱 큰 선물을 주실 거예요. 나는 괜찮으니 염려마세요.” 아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힘 있는 위로를 주었다. 이런 확신에 찬 위로를 듣고 나니 아내는 저절로 힘이 나고 주님께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믿음이 이긴다. 근심 걱정은 절대 안할 것이다. 왜냐하면 근심은 사단만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뻐하자. 아파트 문제는 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런즉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 -고린도후서 1:20

그 후 아내가 집에 관한 꿈을 하나 꾸었다. 아내가 꿈에 어떤 새집에 들어갔다. 마치 전에 이 집에서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룻바닥이 나무로 깔렸나?’ 하고 집 내부를 둘러보았다. 방이 세 개 있었는데 모두 마룻바닥이 나무로 깔려있었다. 이 꿈을 꾸고 나서, 아내는 아직 집이 없지만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는 믿음 주신 것을 주님께 감사드렸다. 나에게도 역시 집에 대한 주님의 응답의 말씀이 있었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누가복음 12:28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3

그때부터 귀국할 때까지, 우리는 집에 대해 온전히 주님께 맡기고 오직 주어진 사역에만 전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귀국한 직후, 비록 지금 전세로 들어왔지만, 아내가 꿈에서 본대로 우리는 방 세 개짜리에다가 바닥이 모두 나무로 깔린 새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보여주신 대로 모두 다 이루셨다. 전세는 뭐 어떤가? 어차피 영원한 본향 집을 향해 가는 크리스천의 세상에서의 삶은 모두 전세살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