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시카고에서 LA까지

캐나다 리자이나를 떠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미국 시카고에 도착하였다. 반갑게 마중 나오신 노스필드장로교회(Northfield Presbyterian Church)의 이 목사님과 오랜만에 재회의 기쁨을 맞보았다. 잔잔한 미소와 온유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마주 대하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매력을 지닌 멋진 목사님이다. 숙소를 위해 마침 성결대학교의 서 교수께서 자신의 집에 따스하게 영접해 주셔서, 시카고에 머물 동안 우리 부부는 그곳에서 한 집안 식구처럼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주일날 이 교회에서 ‘부흥의 홀씨가 되어’ 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교회를 거쳐 가신 목사님 중에 총신대 박 교수님도 있단다. 그가 이곳 트리니티신학교(Trinity Divinity School)에 재학할 때 이곳에서 협동목사로 사역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이곳에서 말씀을 전하셨는데, 역시 부흥에 대한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내가 초대된 멕시코의 한인교회에서도 이 분을 모시고 말씀을 나눴다던데,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부흥의 홀씨를 뿌리시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 우리의 발걸음이 인도되는 것이라고 믿어졌다. 왜냐하면 박 교수나 나나 벌써 5년 이상 KR(Korean Revival)의 멤버로서 한국교회와 신학교의 영적 갱신을 위해 기도해 온 동지니까 말이다.

미국에서 만난 어떤 자매들 얘기를 좀 하겠다. 지난 5월 유럽 교회사기행 중 독일 베를린에 있을 때 내 홈페이지 방명록에 어떤 여성이 글을 올렸다. 특별히 보안을 요구하는 내용은 아니니까 공개하겠다.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으시는 목사님의 소식이 놀랍고 반갑습니다. 옛날 어린 시절 목사님을 기억하고 있는 저는 이곳 미국으로 25년 전 결혼으로 와서 네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남편은 PCUSA 소속 장로교회 장로로, 저는 집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많은 영혼을 깨우치시고 살리시는 목사님과 사모님의 사역을 위하여 기도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이 분의 이름만 보고서는 누구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곧 답 글을 달았다.

“제 홈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 드리구요... 제가 어렸을 때라면 아직 거듭나기 전의 저를 기억하고 계시겠군요. 매우 흥미롭고 궁금하네요, 어떤 분이신지. 괜찮으시다면 소식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며칠 후 또 그분으로부터 답 글이 달렸다.

“답 글, 고맙습니다. 생각이 안 나신다니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안식년 순회사역으로 시카고에 오시면 집회에 참석하여 뵙고 인사하지요. 집회일정과 장소를 알려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목회자 양성과 성령사역에 큰일을 하시는 목사님과 사모님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시카고에 살고 있는 S침례교회 출신 김 집사와 초,중,고 동창입니다.”

아, 이제 어렴풋이 까마득한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두 자매는 모두 한때 나와 교제하던 여자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사이였을 것이다. 이 두 자매 중에 한 사람은 내가 최초로 이성 교제를 하게 되었던 대상자였고 또 한 자매하고는 나중에 교제를 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자매는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었고 또 가깝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목사가 되었다는 얘기는 아마 두 자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되었을 터였다.

‘아니, 세상이 이렇게도 좁은가?’ 나는 약간 마음이 흥분되는 것을 느끼면서 또 답 글을 붙였다.

“감사합니다. 시카고의 노스필드장로교회 예배에 8월 첫 주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뵙게 될 때 제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기도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베를린에서, 배본철”

결국 이렇게 해서 두 자매와 미국에서 연결이 되었다. 그 중 한 자매하고는 서로 시간이 안 맞아서 전화 통화로만 그 동안의 안부를 확인했고, 또 한 자매는 우리의 그 다음 행선지인 인디아나 주 카멜(Carmel)에서 만날 수 있었다. 두 자매 모두 지긋한 중년의 부인들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서 승리로운 크리스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 감사했다. 앞으로 그들의 남은 인생 여정에 있어서도 더욱 주님께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기쁨에 넘친 삶을 살기를 기원하였다.

삼일 동안 인디아나 주 카멜에 있는 한 교회에서 부흥회의 강사로 서게 되었다.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 목사는 학부 과정에서 내 과목을 열심히 수강한 제자인데, 그 후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남침례신학교(Southern Baptist Seminar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이다. 지금은 카멜에서 힘든 개척교회를 일구어 훌륭하게 성장시켜 온 목회자다.

부흥회 모든 기간 동안 성령께서는 깊은 회개와 선교의 비전에 대해서 강하게 말씀하셨다. 부흥회 마지막 날에는 성령의 감동을 받아 예상치도 않았던 안수기도를 하게 되었다. 기도 받기 원기 원하는 분들은 모두 한 줄로 늘어서서 자기의 순서가 올 때까지 기도로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성령께서 주신 인도하심을 따라 하는 것이므로 무슨 기도의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둘 필요가 없었다. 그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시는 말씀이나 마음의 영상을 전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날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필요한 성경 말씀을 분명하게 전해주길 원하셨다. 나는 또박또박 분명한 발음으로 각 사람에게 성경 말씀을 전달하고 또 내 마음에 주시는 영상을 소개해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가 주어졌으며, 간혹 어떤 이에게는 더러운 영을 추방하는 기도가, 또 어떤 이들에게는 주님께서 주시는 소명에 대한 분명한 말씀이 주어졌다.

한 젊은 커플이 기도 받고는 기쁨에 찬 얼굴로 돌아서는 길에 그 교회 사모님을 만났단다. 사모님이 기도 받고 그렇게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이 젊은 자매가 오른 주먹을 꼭 쥐고 이렇게 외치더란다.

“나는 이제 군사예요!”

나중에 집회가 끝난 후 이 꼼꼼하신 담임목사님은 기도 받은 모든 성도들을 한분씩 불러서 기도 받은 내용이 그들에게 얼마나 적용되었는지를 확인하셨단다. 일치되는 점은, 모든 분들이 자기에게 가장 적절한 말씀으로 받아들여져 놀랐다는 점이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속을 가장 잘 살피신다.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 필요한지도 성령께서는 잘 아신다. 사역자가 성령의 다스리심 앞에 자신의 삶을 내어드리면 성령께서는 사역자의 영혼을 통해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곤 한다. 성령의 다스리심 속에 살아가는 사역자로부터 기도를 받을 때 성령께서는 기도 받는 자에게 가장 적절한 인도하심을 주신다. 나는 기도 받은 분들이 자신들이 받은 말씀의 내용대로 믿고 실천하여 큰 신앙의 결실이 있기를 기원했다.

특히 그 교회 사모님을 위해 기도할 때, 성령께서는 너무도 자상한 위로의 메시지로 그분의 영혼을 어루만지셨다. 마치 그동안 사모님에게 꾹 참고 고여 있던 눈물의 샘이 터져 나오기라도 하듯이, 마치 엄마 잃고 헤매던 소년이 오랜만에 어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듯이 그렇게 소리 내어 우셨다. 그리고 그간의 목회사역에 있어서의 상처와 아픔이 눈 녹듯이 녹으면서 치유가 임하는 시간이었다. 옆에서 함께 기도하던 나의 아내는 사모님의 어깨를 감싸 안고 한동안 같이 울었다.

카멜을 떠나기 전날 밤, 김 목사님 내외와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우리 부부가 카멜에 도착하면서부터 이분들의 사역을 위해 계속 기도하던 내용이 있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드리지 않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김 목사님은 자신의 목회와 삶에 대한 새로운 헌신과 결단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와 아내는 이번에도 성령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다만 기도하고 있었을 뿐이고, 성령께서는 우리의 입을 빌리지 않으시고 주의 종에게 직접 말씀하셨다. 우리는 주님께 대한 사랑과 헌신을 더욱 뜨겁게 할 것을 다짐하면서, 카멜 시의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만큼이나 아름다운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