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1. 성경에 나타난 자살과 그 유형

2. 한국인의 자살 실태와 기독교인의 자살

앞에서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자살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제는 기독교인의 자살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기독교인의 자살에 대해서는 일단 그 실태부터 궁금할 것이다. 기독교인은 일부 드러난 것 외에 어느 정도로 자살하는가에 대한 그 실태가 무엇보다도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사실은 무척이나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인의 자살 통계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의 자살은 수치스러운 특성으로 인해 드러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드러난다 해도 사고사로 처리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기독교인들의 자살이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드러난 기독 연예인들의 자살로 충격과 함께 이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인의 자살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자살에 어느 정도 기대어 유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은 기독교인이 한국이라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 자살의 실태와 그 현실에서 그다지 예외적이지 않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는 것이다.

1) 자살 사망률의 변화

통계청이 2006년 9월 발표한 한국인의 2005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자살은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한다. <2005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2005년 한 해동안 사망한 사람들 중 자살에 의해 죽음에 이른 사람이 1만 2천명에 달한다. 이는 하루 평균 33명이, 인구 10만명당 26.1명이 자살한다는 수치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 중 4.9%를 차지해, 암과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다음이다.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 중에서 차지하는 순위는 1992년 10위였으나 1995년 9위, 1998년 7위, 2004년 5위, 2005년 4위로 지속적으로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IMF 경제위기 때인 1998년 급격히 상승했고, 이후 2년간 약간의 감소가 있었지만 다시 증가하기 시작, 2003년 이후에는 1998년의 자살 사망률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통계 수치에서는 자살이 경제와 상당히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경제가 비교적 좋았던 199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자살 사망률이 증가했고, 2003년 이후 자살 사망률이 1998년의 자살 사망률을 상회하는 것을 보면 경제위기 이외의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추정하게 된다. 가족의 지지체제 약화, 도시화, 이혼의 증가, 각종 중독 증상으로 인한 가족 붕괴 등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성별로는 남성의 자살 사망률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여성이 자살을 많이 시도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적은데 비해, 남성은 자살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는 자살 시도에서 여자에 비해 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는 결과로 보고 있다.

이 통계를 사망원인별로 구분하면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자살이 사망원인 중 성인병 질환인 당뇨병보다도 높을 뿐 아니라, 간질환이나 교통사고, 고혈압과 폐렴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학자들이 자살을 질병으로 파악하려는 근거이기도 하다. 자살은 한국사회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적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2) 연령별 자살 사망률

이 통계를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자살은 더욱 심각한 측면이 드러난다.<통계: 기사 하단 관련기사 참조> 자살은 20대와 30대에서는 사망원인 1위다. 20대에서 2위는 교통사고이며, 30대 2위는 암이라는 점이 비교될 뿐이다. 자살이 20-30대에서는 교통사고나 암보다도 더 심각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10대와 40대에서는 2위로 나타난다. 40대부터는 암이 가장 심각한 사망원인이고 자살이 그 다음을 차지하며, 10대는 외부적 요인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로서 1위가 교통사고라면 2위가 자살로 나타나고 있다. 50-60대에서도 자살은 사망원인 5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자살이 특정 연령층에 집중돼 있기 보다는 전 연령층에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대로 자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통계에서는 자살한 사람들의 연령별 비율이 드러나고 있다. 전체 자살 사망자를 100으로 놓고 연령대별로 비율을 살펴보면 2004년 기준 40대가 자살자 중 가장 많은 21%에 이르고, 다음이 60대로 16.3%, 30대 15.8%, 70대가 13.8%, 20대가 9.4%, 10대가 2.1%로 나타나고 있다.

이 통계에서 특징은 장년층의 자살이 압도적이며,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자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청소년의 자살도 점차로 높아지는데다가 최근에는 아동의 자살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OECD 국가들의 자살 사망률 1위

또 한국인의 자살률은 30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위 헝가리가 2002년에 보여준 23.2명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헝가리에 이어 3위인 핀란드는 자살률 18.8명인 것에 비하면 우리의 26.1명이라는 수치는 매우 높다.

흥미로운 것은 사회적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그 수준이 갑자기 떨어질 때, 즉 실업이나 경제불황시 전문직 종사자들의 자살률이 증가한다. 계절별로는 봄·가을에 약간 높고, 미국의 경우 금요일 저녁에 많다고 한다. 지역적으로는 북유럽,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그리고 일본의 자살률(10만명당 25명 이상)이 높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체코, 핀란드 등의 순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 중에서도 지중해 연안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이집트 등에서는 10만명당 10명 이하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런 현상은 자살은 생활 수준과는 달리 기후적인 측면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실제로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자살하기 때문이다.

4) 기독교인의 자살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둬야 한다. 이런 통계에 기독교인은 전혀 해당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누구도 자신 있게 단언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최근 기독 연예인들의 자살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살이 비록 소수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목청을 높여 외친다 해도 ‘기독교인들도 자살한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만 것이다. 특히 유명 연예인 중에도 안재환이나 최진실의 자살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들의 자살은 영향력 면에서는 몇백 편, 아니 수천 편의 설교보다도 그 위력이 강력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수고하고 힘쓰던 목회의 노력이 이렇게 무참히 무력화돼 버린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이는 다시 생각해도 소용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직도 일어나는 질문을 덮어버리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살을 전혀 막아줄 수 없었던가? 그들이 기독교인이라고 내세우며 자랑하기 전에 우리는 그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전혀 알아차리는 눈도 없었던가? 저러다 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감각이나 느낌이 전혀 없었던가 말이다. 아이들만 보내면서 자신은 몇 년씩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던가? 정말이지 한달 내내 방영되는 그들의 자살에 대한 장면에 우리는 무기력하게 귀를 막고 있어야만 했던가?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대명제 하나만을 방패처럼 높이 치켜든 채 말이다. 그들의 장면은 분명히 영혼을 돌본다는 우리의 목회 체계가 실종돼 버리고 말았다는 현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그러기에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넘어 지각 있는 자들에게는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제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인의 자살도 마찬가지다. 기독교인의 자살을 단순히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치부해 그 책임을 벗어나려는 구차한 노력을 중단하고 과감하게 그에 따른 이해와 아울러 대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울증 및 자살관련 상담문의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www.lifeline.or.kr
한국자살예방협회: 1588-9191, www.counselling.or.kr
한국상담치료연구소: 02-2202-3193, www.kocpt.com
수원시자살예방센터: 031-214-7942, www.cs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