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는 “바울이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거리끼지 않고 먹었던 것처럼 심리학도 신앙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보조학문”이라며 “심리학 일변도는 문제지만, 현상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데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안재환,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이후에도 투자자문사 새빛에셋 최성국 회장과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등 유력 인사들과 장채원, 김지후 등 트랜스젠더 연예인들의 자살에 이어 5인조그룹 엠스트리트 멤버 이서현(본명 이종현·30) 씨까지 자살하는 등 ‘베르테르 효과’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특히 1일 발견된 이서현 씨도 유서에서 “하느님 곁으로 간다”고 밝혀 신앙인임을 짐작케 했다.


연이은 기독 연예인들의 자살로 교계에서도 그동안 금기시됐던 자살에 대한 언급과 관심이 많아진 가운데 자살을 단순한 ‘정죄’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 질병’이나 ‘불가피한 사고’의 측면에서 바라보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김충렬 목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는 실천신학회와 목회사회학연구소 세미나를 통해 “자살은 순간적인 실수로 생명을 잃어버리는 사고”라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조성돈 교수의 “자살은 사회적 질병”이라는 입장과 대비되며 관심을 일으켰다. 교계에서 몇 안 되는 우울증 상담과 치료전문가인 김 목사는 “자살을 사고사로 규정하는 것이 목회적인 관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일문일답.

-자살은 정말 사고사인가.

“자살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동굴 속’으로 들어간 상태다. 기독교인이라도 더 이상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어디에도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이다. 자살은 의도적인 측면이 있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바라봐야 한다.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조심하지 않아서 신체의 일부분이 아닌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기에 안전사고와 비슷하다.

자살을 사고로 보자는 것은 사람들이 ‘왜 죽었는가’를 계속 따지려 들기 때문이다. 자꾸 책임을 묻는다. 자살한 사람은 분명 우울증 등의 문제로 병리적인 상태에 있었는데, 그를 건강한 상태로 놓고 왜 죽었는지 따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최진실 씨 같은 경우에도, 누구보다 의욕에 차 있지 않았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상태였지만, 문제는 술이었다. 술을 마시면 모든 판단이 정지된다. 이것저것 생각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자살은 유족들만이 아닌 교회공동체 모두의 책임, ‘장례논쟁’ 옳지 않아

사고사로 이해하면 기독교인의 경우 장례절차에도 문제가 없고, 유족들에게도 양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교통사고처럼 자살사고를 당한 사람의 열심히 살던 모습을 기억하게 하면서 유족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고, 한결 기독교적인 유대감 속에서 얘기할 수 있다. 자살자가 병리적 상태였던 것은 유족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잘 돌보지 못한 교회공동체 모두의 책임이다. 그래도 교회를 위해 조금이나마 봉사한 사람을 교회가 나몰라라 하며 장례를 치뤄줘야 하는지 따지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사고는 피해야 하는 것이다. 사고니까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뜻에서 사고사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사고를 만난 사람들을 이해하고,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치명적인 사고는 막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일리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으로 의한 자살충동이나 자살시도에서 그의 신앙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는가.

“우울증이란, 정신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말한다. 우울증은 감기처럼 하나의 질병이다. 약물과 상담을 병행해서 치료해야 한다. 개신교인들도 우울증이 많다는 통계가 있다.

우울증이 들어갔다는 말은 이미 그 사람의 신앙이 무력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신앙심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우울증에 걸릴 수는 없다. 신앙이 무력화됐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최진실 자살사고 이후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 우려돼

최근 교계에서도 자살에 대한 논의가 늘어났지만, 아직도 ‘지옥 간다’로 끝내려는 인식이 문제다. 최진실 씨가 자살한 이후에는 그의 힘들었던 삶을 돌아보면서 ‘죽는 것도 이해가 된다’는 분위기가 늘어났다. 전에는 자살이라는 것이 엄청난 벽처럼 느껴졌는데, 좀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살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더 이상의 자살을 막기 위해 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한국교회가 120년간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문적인 영혼돌봄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최근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대부분 돌봄목회의 부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목회자들이 부흥성장과 함께 영혼돌봄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혼 상담도 목회자들의 본업인데, 요즘 목회자들은 교회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상담을 배우기 전 목회를 할 때는 성도들의 심리를 잘 몰랐지만, 이제는 ‘그때 그래서 이랬구나’ 하고 이해가 된다. 그동안 목회자들이 신앙만 갖고 밀어붙였지 사실 영혼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성도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교회에 있는 돌봄시스템은 대부분 구역이나 셀 등을 통한 것인데,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물론 앞뒤가 깜깜한 상태에서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을 수 있다. 평소 의사소통을 통해 자살인자나 요인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60-70%는 자살시도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그것을 캐치해내기가 힘들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교회성장과 더불어 전문적인 영혼돌봄 시스템도 갖춰 나가야 할 때

교회에도 사별자, 우울증 환자, 이혼자, 신체적 부상자, 장애인 등 정신적으로 급격히 약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따로 모아서 교육시켜야 한다. 간단한 설문을 통해 이들을 가려낸 다음, 외부강사를 초청해서라도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개 교회에는 상담 전문가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부목사들도 있지만 상담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신앙적인 지도만 할 수 있다. 한계가 있다.

군대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따로 가려내 ‘관심병사’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시키는데, 교회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와서 들으라고 하면 듣지 않기 때문에, 전도 차원에서 주변 사람들을 같이 부르거나, 다른 프로그램들과 섞어서라도 분기별로 한번씩 교육해야 한다.

성도들이 기독 연예인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교회 교인이라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이러한 돌봄시스템을 특별히 가동시켜야 한다. 연예인 한 명이 자살하면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이들이 기독교적인 삶을 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으로 심한 편차를 보일 수 있는 것이 연예인들이기 때문이다.”

-김충렬 목사는

장신대 신대원, 독일 뮌스터대학교 및 튀빙겐대학교(Dr.theol.) 졸업
상담학 박사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병원 Uni Klinikum 단기수련
분석상담학회장
상담치료협회장
안양대, 장신대, 숭실대학원 출강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한일장신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