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는 기독교학대학원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며 ‘2008년 기독교학과 정기 학술제’(이하 학술제)를 개최했다. ‘우리는 다시 정교분리를 말한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제에서는 숭실대 기독교학과 김영한 교수, 김회권 교수, 박정신 교수, 이철 교수가 강연을 했다.


학술제에서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문화신학)는 ‘변혁주의적 정치신학의 착상’이라는 발제를 통해 “좁은 의미에서 교회는 정부를 하나님의 봉사자로서 인정하고 정부의 권위를 존경해야 한다”며 “더불어 정부가 그 책임을 정의롭게 수행하도록 하는 양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넓은 의미에서 교회는 신자들로 하여금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선한 누룩으로 영향력을 가진 자로서 일상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한 교수는 동시에 교회가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 앞에서 세상나라는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선포해야 하며, 이 세상에서 하나님 말씀을 선포하는 곳으로 초월적 처소(atranscendent sanction)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월적 처소’란, 세상사에 무관하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적인 상대적인 일상사에 개입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처소로 남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러한 존재방식은 ‘내재적 초월’(immanent transcendence)”이라며 “이 세상사에 대한 참여(參與)는 교회의 구성원인 신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권 교수(숭실대 인문대 기독교학과, 성서학)는 ‘구약성서의 정치와 종교’라는 발제를 통해 “구약성서의 정치와 종교의 길, 왕과 예언자의 길이 나사렛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메시야적 왕도 실천에서 합류되기까지는 항상 대립과 갈등의 궤도를 걸어왔음을 봤다”며 “민중 압제, 자유농민의 땅 박탈과 소작인화, 강대국과의 군사동맹을 위한 백성들을 향한 가렴주구 정책, 거짓된 종교와의 결탁, 우상숭배, 도덕적 타락과 윤리적 일탈 등의 죄를 인해 왕들은 하나님의 탄핵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구약예언자들이 전제화하고 왕권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를 대언할 때 그들이 항상 가장 격렬하게 규탄한 것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남발된 거짓 예언자들의 거짓된 안전보장 교리였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현실정치에 대해 엄중한 예언자적 감시를 통해 현실정치 세력의 민족파멸적, 민중압제적인 전제권력화를 막아야 할 예언자적인 의무에 깨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늘 진리의 척도로 삼는 왕도와 예언자의 바른 관계는 나사렛 예수의 하나님나라 정치 안에서 정립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신 교수(숭실대 인문대 기독교학과, 역사학)는 ‘교조주의 역사에서 읽은 미국의 정교분리, 우리의 정교분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유교적 교조주의도 반공적 교조주의도, 우리 교회의 근본주의라는 교조주의도 권력이나 교권을 가진 이들과 합세해 민중이나 교인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며 억압했다”며 “나의 믿는 바를 다른 이들이 간섭하고, 선택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율법주의고 이것이 바로 교조주의”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교권 가진 자들의 율법을 통한 통제, 교조화 된 정통 신학과 교리의 억압을 ‘이 세상의 기준’이라 규정하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복음으로 자유함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자들이 세속 권력화되거나 세속 권력의 종교가 된 중세기독교를 비판했듯, 구대륙 유럽의 ‘정교유착세력’의 억압에서 해방되고자 신대륙 아메리카에서 ‘정교분리’의 성스러운 도성을 건설하려 했던 퓨리턴들처럼, 구한말 정교유착의 유교권력에 맞선 우리 선조 기독교인들처럼, 오늘날 이 땅의 기독교인들도 우리 안의 교조주의의 사슬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세상권력과 ‘거리 두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교유착은 교조주의를 낳고 권력도 교회도 타락시킨다”고 덧붙이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이철 교수(숭실대 인문대 기독교학과, 기독교사회학)는 ‘정교분리 논쟁에서 시민종교의 위치와 역할에 관한 연구’라는 발제를 전했는데, 그는 기존의 정교분리 논쟁이 대부분 제도 종교에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시민종교를 그 연구주제로 삼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를 예로 “촛불집회는 성과 속의 이항대립적 분류체계가 존재한”며 “집회 참여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협정 사건이 사회의 ‘성스러운’ 요소, 쉴즈의 용어를 사용하면 성스러운 중심 - 즉 가치, 도덕, 신념, 질서 등 - 을 침범, 위협했다고 봤다”며 “촛불집회는 이 ‘성스러운 것’을 주장하고 지키고자 회집한 모임이며, 본질적으로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더욱 관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가 이전 어느 사회보다도 활발한 시민운동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히 벨라의 협의적 시민종교가 아니라 사회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는 시민종교까지 의미를 확대한다면 그 연구 대상은 더욱 다양하고 폭넓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은 이에 대한 연구들이 국내에서는 부족하지만, 최근에 뒤르켐의 이론에 접목한 문화사회학이 소개되고 있어 이 분야의 연구 발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정치나 경제가 사회와 그 구성원들을 주도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는 촛불집회에서도 명증하게 나타났으며, 촛불집회는 앞으로 상당 기간 현대 사회를 주장할 여러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모여 있는 광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시민운동, 시민종교도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제 정교분리, 교회와 국가 논제에 문화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된 것”이라고 말한 뒤 발제를 끝마쳤다.

기사제공=아폴로기아(http://www.apolog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