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교수. ⓒ이대웅 기자

‘악플 다는 청소년들’에 대한 교회의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이 지난 16일 서울YMCA 창립 105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청소년들은 왜 인터넷에 빠져드는가’ 기조강연을 통해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과거의 놀이문화를 대체하는 자연스러운 놀이(play)이며, 생활 자체가 됐다”며 “이런 놀이의 사이버문화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온라인 게임인데, 게임 자체가 놀이이고 오락”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어린이들이 즐겨하던 팽이치기, 구슬치기,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등 수많은 전통적인 놀이들은 과외열풍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교육환경 속에 급격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터넷 문화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놀이활동은 정치·경제적 이슈들도 패러디와 결합해 댓글, 팬픽 등 전혀 새로운 시각과 이야기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이는 현실공간보다 더 강한 응집력을 지니게 된다. 또 사이버 공간에서는 현실 속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무한한 창조의 세계를 펼쳐볼 수도 있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고, 때로는 남을 비방하는 것까지 가능한 무한대의 자유도 사이버 공간만의 특성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특성 중 하나인 ‘익명성’은 언어폭력과 명예훼손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게 했고, 가상 공간에서의 만남이 증가함에 따라 실제적인 만남이 줄어들어 인간관계의 깊이는 얕아지고 있다. 인터넷은 컴퓨터 하나로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지만, 불건전·허위 정보의 유통, 사생활 침해와 지적재산권 침해, 언어폭력·훼손, 사이버중독, 원조교제 등 불건전 교제의 장으로서의 역기능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악성댓글은 유니와 정다빈, 안재환과 최진실 등의 연예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교회가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교육’ 적극 나서야

최창섭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터넷 윤리교육’이 강조돼야 하며, 교회가 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먼저 “사이버공간이라는 가상성은 공간을 이용하는 인간에게도 가상성을 부여한다”며 “결국 인간은 자신을 가상의 자기 속에 마음껏 숨기면서 익명성을 이용해 다른 개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고, 그 대가는 실제 자신이 아닌 가상의 자신이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어윤리 문제에 대한 범사회적 인식확산을 위한 미디어교육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교수는 “교회가 새롭게 확대돼 가는 미디어환경에 올바로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교육(Digital Literacy Media Education)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카톨릭과 원불교 등 종교계가 포털사이트 업체 및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대한민국 클린 콘텐츠 국민운동연합(가칭)’을 출범키로 하는 등 인터넷 역기능 정화에 나선 것을 언급하며 교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가 발표한 ‘인터넷과 윤리’, ‘교회와 인터넷’ 등의 성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자 도전”이며,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사회홍보매체의 목적과 척도는 바로 인간과 인간 공동체”라고 천명하고 있다. 카톨릭에서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문제의 근원’이나 ‘위협’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도전이자 기회’로 간주, 교회와 교회 구성원들이 보다 능숙하게 인터넷을 활용해 인류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교회 내외적인 환경변화는 물론, 개인과 집단의 인식과 행동양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면서 이에 대한 교회 지침을 제시하고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사목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최 교수는 “카톨릭 교회의 이 두 문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