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명 전 직원에게 이메일 보내는’ 유원식 한국 썬 대표

이대웅 기자 입력 : 2008.08.16 06:32

“커뮤니케이션은 신뢰와 이해가 바탕”

▲유 대표는 영락중학교를 다닐 때 학교 교목에 의해 예수님을 영접했다.

“우리 사장님 싫어하는 직원이 아무도 없어요! 보통 직원들 보면 앞에서는 잘 하다가도 뒤에서 끼리끼리 사장님 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본 적이 없어요.”


점심 시간이 시작돼 사무실은 텅 비어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한 직원이 기자 일행을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직원은 이 말을 남기고는 서둘러 식사 장소로 출발했다.

450명 전 사원 누구와도 이메일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으며, 분기마다 부서별 미팅에 꼭 한 번씩 참석해 직원들을 만나는 CEO. 다국적기업인 한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유원식 대표이사 얘기다.

한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회사 이름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들의 제품인 소프트웨어 ‘자바’는 잘 알려져 있다. 인터넷 다운로드나 사진 전송, 휴대폰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 네트워킹 등에 모두 자바가 사용된다. 유원식 대표는 7년째 이 회사 CEO를 맡고 있다. 글로벌 기업 지사장의 수명이 보통 3년 내외임을 감안하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비결이 뭔가요.

“기업 경영이든 하나의 모임이든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EO라면 커뮤니케이션에 능해야 하고, 특히 감정이 실린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죠.

이메일 통한 ‘감정이 실린 스토리텔링’

저는 450명 모든 직원들과 일일이 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세 가지 방법으로 하고 있어요. 첫번째로 분기마다 하는 비즈니스 보고입니다. 1대 450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죠. 또 분기마다 부서별 미팅하는 현장에 한 번씩 꼭 들어갑니다. 부서 단위는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이에요. 두어 시간 정도 질의·응답 시간을 갖죠. 그때 꼭 얘기합니다. 적어도 한 번은 내 자리에 꼭 왔다가라고.

사실 정말로 제 자리에 오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이메일’이라고 하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묻고 싶거나 힘든 일 있으면 서슴없이 쓰라고 해요. 다 답장을 해 줍니다. 심지어는 인턴들에게도 답장을 보내요. 직원이 출산하면 축하 메일도 보내죠. 이러한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에요.”

-CEO가 직원들에게 직접 이메일 보낸다는 것이 우리 정서상 쉽지는 않은 일일거라 생각되는데요.

“우리 회사는 글로벌 컴퍼니라 이런 면은 정말 자유로워요. 관료주의적이 아니죠.

요즘에는 ‘제품 차별화’라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삼성 제품을 쓰든 LG 제품을 쓰든 별 차이가 없어요. 가격대도 비슷하죠. 그럼 어디서 승부가 나는 걸까요? 지금은 그 조직을 구성원들의 차별화라고 봐요. 우리 회사에 얼마나 인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다른 말로 하면 열정의 차별화 정도 될까요(웃음). 그만큼 직원들이 중요하죠.

직원들에게 3개월 동안의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고, 이메일로 보내라고 얘기합니다. 450명에게 일일이 답장하는데 하루종일 걸렸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메일 보냈을 때 직원들이 기쁘다면 해야죠. 그것이 신뢰를 쌓는 과정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신뢰가 기반이 돼 있을 때 가능한 거잖아요?

이런 말 하면 좀 그런데, 설교를 들을 때도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물론 아니겠지만 어떤 목사님이 설교하는가에 따라 듣는 태도부터 달라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내용’보다 ‘누가 얘기했는가’가 더 영향력이 클 때가 있어요. ‘저 사람 말은 믿어도 돼!’ 이런 생각이 들게 해야죠. 결국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신뢰의 문제에요.”

-신뢰가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CEO로서 최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속한 문화를 이해해야죠. 우리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하는데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이 세대차일 수도 있고, 방법이 서툴러서 그럴 수도 있죠. 그런 의미에서 기성 세대가 지금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이런 부분이죠. 그들의 언어로 얘기해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서로 기대치가 다르거든요. 아기를 키울 때도 그렇잖아요? 아빠가 출장 다녀올 때 비싼 선물을 사 와도 정작 아이는 5백원 하는 스티커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요즘 여러가지 의견 충돌이 많잖아요? 서로 상대방 생각을 읽지 못해서 그런 거죠. 이끄는 사람은 ‘난 이렇게 좋은 걸 만들었는데 왜 따라오지 않지?’라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하는 거죠.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스태핑”

나이가 문제가 아니에요. 20-30대 사고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의 언어를 알아야죠. 인터넷이 그렇죠. 젊은이들이 주로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리더의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자기 손으로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모르면 배워야죠, 나이 탓 하면 안 됩니다. 인터넷 세대에게 ‘무조건 나를 이해해 달라’고 하면 맞지 않는 거죠.

기업 경영에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스태핑(staffing)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CEO로서 제 업무는 방향을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큰 방향을 정하고 주제를 만들고 나면, 이후에 할 일은 거기 맞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거죠. CEO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건 올바른 매니지먼트(management)가 아니라고 봐요. CEO는 매니지먼트 하는 거니까, 맡기고 힘을 실어줘야죠. 제가 다 할 수 있지만, 그러면 정작 스탭들이 일을 할 수 없어요. 국가 경영에서도 그건 마찬가지겠죠.

저는 제 직속 매니저들을 저와 성격이 다른 사람들로 뽑습니다. 다르다는 건 다른 장점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해요. 그럴 때 시너지 효과가 나죠. 똑같은 사람들끼리 일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농담삼아 ‘내가 있는 동안 당신이 출세하려면, 나와는 달라야 한다’고 얘기해요.”

-커뮤니케이션과 스태핑을 잘 하신 것이 ‘장수’의 비결인가요.

▲유 대표는 출근하면 앉아서 30-40분 큐티하고 시작하기 전에 기도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오늘도 감정을 잘 다스려서 성질 안 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업무를 시작해야 안심이 된다.
“제가 2002년 8월 19일에 왔으니 이제 7년차에 들어갑니다. 6년을 무사히 넘긴다는 것이 나름대로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잘 운영해서 후임자에게 좋은 선례를 남겨줘야죠.

요즘 투명 경영이다 정도 경영이다 얘기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이미 몸에 배여있어요. 여기에 위배되는 일이 지사장 교체의 가장 큰 이유죠. 두번째는 실적이 아주 부진하다든지 하는 것이고, 세번째는 본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보통 지사장 교체 이유를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보죠. 사실 대표이사가 실수해서 물러난다는 것 중에 직원들이 실수했을 경우도 있고, 협력사들이 실수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기면 대표가 무한책임을 지는 거잖아요? 제가 있는 동안 그런 사고가 없는 것도 다 하나님께서 축복하신 거죠.”

-CEO로서 어떨 때 가장 하나님을 찾게 되시나요.

“제가 한국 HP에서 부사장이 된 것이 1997년이에요. 그때가 마흔이었는데, 주어진 일을 그저 열심히 하다보니 승진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된 편이었어요. 직책이 높아지면서 ‘크리스천 CEO로서 기업을 의미있게 꾸려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됐어요. 그러다 이 회사에 기회가 닿았죠. CEO가 되면서 크리스천 CEO답게 신앙과 경영을 조화시켜 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역할 모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을 한 마디 해도 조심스럽게 했죠.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 보자고 다짐했어요. 섬김의 리더십이다 뭐다 많이 얘기하지만, 중요한 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리더십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전 직원 450명 중 신우회 등록회원이 50명

그래서 2년 반 전에 신우회를 만들었어요. 지금 등록회원이 50명이에요. 직원들 열 명 중에 한 명은 속해있는 셈이죠.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매달 한번씩 예배드리고, 1주일에 두 번 정기모임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함께 기도회도 다니고, 찬양집회도 좇아다니고 열심입니다. 어떨 때는 너무 북적대는 게 아닐까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정도에요. 제가 부임한 이후 신앙을 갖게 된 직원들도 꽤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직원들을 자연스럽게 전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행복하다고 많이 얘기해요. 제가 사장이어서? 여러분들 중 연봉이 제일 많아서?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이것들은 몇 년 안에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죠. 그렇지만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삶과 일을 균형있게 맞춰 나가면서 신앙생활을 잘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크리스천들이 밝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힘을 다해서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죠. 하지만 일상 속에서 ‘크리스천’ 하면 ‘행복한 사람’으로 비춰졌으면 좋겠어요. ‘저 사람 성실하다, 순수하다’ 다 좋은 표현이지만, ‘저 사람 행복하게 산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기도제목이 있으시다면.

“물론 기업 경영이 잘 되는 것이 첫째 기도제목입니다. 크리스천 CEO가 경영하면 성과가 좋아야죠. 감사한 것은 시장 성장률보다 회사 성장률이 항상 2-3배 높아요. 그래서 6년간 일을 할 수 있었죠. 경영 위해 기도하고, 신우회 위해 기도합니다. 좋은 믿음의 용사들이 많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리고 인생의 2모작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어요. 1모작 시절에는 성공을 추구하지만 2모작을 할 때는 의미 찾기를 한다고 하잖아요? 1모작 시절에는 잘 하는 것을 해야 하고, 2모작 때는 좋아하는 걸 하려고 해요. 제가 대학교 때 밀알선교단이 저희 교회 청년회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그 때 청년회장이었어요. 그 밀알선교단이 엄청나게 커져서 지금의 한국밀알선교단, 사단법인 세계밀알이 됐어요. 지금 이사로 섬기고 있는데, 이런 일을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이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난치병 아이들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해요. 1년에 250여명 소원을 들어줘요. 난치병을 앓고 있어서 이들 중 80%는 어른이 되기 전 세상을 떠나거든요. 떠나기 전에 정말 하고싶은 소원을 들어줘요. 그런데 이 아이들 꿈이, 참 아이러니하죠? 비행기 한 번 타 보는 것, 개그맨 만나는 것, 해군이 되는 것, 이런 거에요. 비행기 태워주고, 개그맨 초청해서 만나게 해 주고, 군함 태워주고 하죠. 해군 사병들이 도열도 하고, 하루동안 완전히 해군 만들어 줘요.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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