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대표는 “리더가 꿈을 제시할 때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컴퓨터 치료제’ V3로 대표되는 국내 최대 정보보안기업 안철수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는 안철수 의장이 아닌 오석주 집사(온누리교회)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부문에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기술력과 윤리경영 측면 모두 모범사례로 공인받고 있는 안철수연구소는 이제 오는 2010년까지 세계 10대 보안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안철수 의장을 이어 ‘영혼이 있는 기업’, ‘100년 기업’을 향해 달리고 있는 오석주 대표를 만나 크리스천 CEO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CEO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외법인을 포함하면 직원이 550명이다. 저희 같은 IT 회사는 지식산업인데, 사람이 자산이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인사관리 전문용어로 ‘몰입(engagement)’이라고 하는데, 회사 일에 얼마나 직원들이 몰입하게 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근무시간 외 과외시간도 스스럼없이 회사를 위해 쓸 수 있는 사람, 외부 고객이나 가족, 선후배 등 누구를 만나도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몰입하는 사람이다. 우리 직원들 중에는 몇 퍼센트가 몰입하는 직원인지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월급이 높거나 근무조건이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가, 회사 성장과 개개인 성장이 연계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중요시되는 것이 결과 위주, 성과 위주 기업 운용보다…. 사실 기업은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직원들의 몰입도 또한 성과와 연결된 몰입이라야 성과가 좋다. 그냥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주주와 고객,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하는 성과가 나야 한다. 이러한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그 결과 나온 성과를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나누고, 그것이 건전한 기업이 아닐까?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리더십을 발휘해 그렇게 몰입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누구나 ‘섬김의 리더십’을 말하는데.

“경영진 중에서도 CEO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섬김의 리더십’을 말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그런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고 유지할 것인지, 직원들에게 그러한 리더십을 보이고 실제 회사의 성과, 방향과 연계해 직원들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고민을 많이 한다.

섬김의 리더십, 실천이 중요하다

저는 그럴 때 예수님을 생각한다. ‘최고경영자 예수’ 라는 많이 알려진 책이 있다. 그 책을 보면서 예수님이 리더십의 가장 표본적 인물이라 생각했다. 많이 닮으려 노력한다. 많은 훌륭한 점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항상 본을 보이시는 솔선수범의 자세다. 그래서 저도 중간관리자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하면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말로만, 지시만 하는 리더십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솔선수범하면서 실질적으로 자기 일에 성과가 보이면 끌고 나가는 것이 솔선수범의 리더십이다.

예수님의 리더십 중 중요한 부분을 하나 더 들라면 따르는 자들에게 비전과 꿈,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5백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저와 직원들이 함께 따라갈 때 보여지는 미래가 이러하다는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 주는 것이 CEO의 몫이라 생각한다. 우리 기업의 5년 뒤, 10년 뒤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오 대표는 “저희가 하는 일은 정보보호와 인터넷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기업의 사명이나 소명의식이 강한 편이고, 직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도 강하다. 비록 기업 자체는 기독교 마인드로 운영되지 않지만 소년소녀 가장이나 결손가정, 독거노인 등에게 많은 양의 백신을 공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대웅 기자
또 예수님 리더십 중 늘 배우려고 하는 것 중 하나는 따르는 자들에 대한 애정이 있으시다는 점이다. 우리가 5백여명에 불과하지만, 애정이 쉽게 가지는 않는다. 내 직원이라서, 내 동료, 내 상사라서 애정이 생기지는 않는 법이다. 여러 부류가 있지만 사실 리더라면 의지적으로라도 애정을 품어야 할 때가 있다. 미우나 고우나 사랑할 만한 대상이 아님에도 따르는 자들을 애정을 품고 이겨내셨지 않았나? 의지적인 애정에 대해 예수님께 많이 배운다.

예수님을 알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처음에는 성령체험 하고 감정적이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힘들고 지칠 때 예수님을 놓으려 하다가도 의지적으로 붙들 때도 있지 않나? 직원들이나 관리자들에게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회사가 항상 여러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회사에 대한 애정을 의지적으로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취재했던 크리스천 CEO들은 대부분 새벽기도에 열심이었는데.

“신앙생활한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1999년 온누리교회 아버지학교를 통해 예수님을 구체적으로 만났다. 늦게 만나서 예수님이 급하셨는지 자꾸 뭔가 하게 만드신다. 교회에 예수제자훈련학교라는 ‘가장 센’ 양육시스템이 있었는데 그때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지금도 환경에 변화가 있거나 인도하심을 집중적으로 받고싶을 때는 새벽기도에 나간다. 교회 새벽예배가 영적인 보금자리 같은 느낌이다.

2005년 7월 안철수연구소에 국내사업총괄본부장으로 처음 오게 됐다. 제 전임 CEO가 IBM 근무 시절 상사였는데 함께 일하자고 해서 온 것이다. 그때도 환경이 바뀌어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여쭤봤다. 그때 두 단어를 주셨다. ‘성령’과 ‘지혜’였다.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가 신앙인으로서 쉬운 자리가 아니다. 특히 IT 업계는 접대문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사업본부장이 있다. 이 험난한 길을 어떻게 가야 하나 기도하는데 이 두 단어를 주셨다. ‘성령충만’은 접대문화에 너무 노출돼 있어 주신 것 같다. ‘지혜’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적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도 다르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 자녀로 승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 두 단어를 놓고 매일 새벽 기도했다. ‘오늘도 성령 충만하게 해 주시고, 지혜를 주소서.’ 기도하다 보니 1년 후 대표가 됐다. 그 기도가 쌓여서 우리 주주들이 저에게 대표이사를 맡겼다고 생각한다.

-접대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지혜롭게’ 극복했나.

“눈치껏 했다(웃음). 무턱대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람들이 굉장히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했다. 기분나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양주 마실 일이 있을 때는 늘 옆에 우롱차가 있다. 양주 색깔이랑 같다. 상대방이 잠시 다른 곳을 볼 때 우롱차를 부어서 마시면 모른다. 어떤 사람은 보고도 눈감아주기도 한다. 적어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한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나 때문에 어려워할 것 없다’며 오히려 배려해 준다.

접대문화, 위축되지 말고 오히려 분위기 주도해야

여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떤 분은 ‘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술은 먹지 않는다’고 딱 잘라 거절하시기도 한다.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다. 접대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상대방이 기분나쁠 수 있다.

우리 젊은 크리스천 직원들 중에도 분위기 깰까봐 참다 참다 ‘에이 모르겠다’ 하고는 마셔버리고 다음 날 후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것을 알게 되면 불러서 말해준다. 지혜롭게 잘 하라고. 지혜롭게 머리를 잘 써서 해야 하는데 스스로 포기해 버리면 영적으로 고갈된다.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관록이 붙으면 지혜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분위기를 주도해 가면서 오히려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야 한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정말 힘들어진다. 그런 자리는 다시 가고싶지 않다.”

-회사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CEO가 됐는데 하나님께서 어떤 은혜를 주셨나.

▲오 대표는 IT 기술로 선교할 수 있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대웅 기자
“우리나라에서 워낙 잘 알려진 회사라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제 자신의 명예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수도 있어 새벽기도를 집중적으로 다녔다. 늘 하나님의 자녀임을 자랑스럽게 선포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음성으로 두 단어를 주셨다. 처음 왔을 때는 지켜야 할 두 단어를 주셨는데, 이번에는 피해야 할 두 가지였다. 너무 감사했다.

그 두 단어는 ‘교만함’과 ‘두려움’이었다. 우리나라 IT 기업으로는 아주 중요한 자리고 잘 알려진 곳이라 자칫 사울처럼 교만해지기 쉬웠다. 사울도 처음에는 하나님이 기름부으셨던 겸손한 왕이었지만, 교만으로 무너져버리지 않았나. 그 사울을 생각나게 하시면서 교만함을 피하라고 하셨다.

두번째는 두려움이었다. 사실 대표이사가 된 이후 가장 엄습했던 것이 불안감, 두려움이었다.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면 어떡하나, 주주들이 마음을 돌리면 어떡하나, 고객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온갖 불안감과 초조함이 찾아왔다. 회사 내에서 두루 두루 경험해 보고 대표이사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두려웠다. 사울도 블레셋과 전쟁하기 전 백성들이 떠날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까 두려워져서 사무엘을 기다리지 못하고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닌가. 사울의 불순종을 연상하게 하시면서 교만과 두려움을 피하라고 하셨다.

환경 변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섬세하게 붙드셨다

지금도 그 말씀을 많이 붙들고 있다. 순간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CEO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이럴 때 불안하고 두렵지만, 대표가 됐을 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서인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두려움이 없고 담대해졌다.

하나님이 참 오묘하시고 섬세하시다. 피해야 할 것들을 주셨지만, 처음 주신 두 단어들만 붙들면 이것들은 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너무 명쾌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꿈꾸는 젊은 크리스천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저는 예수님을 늦게 만났다.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회사 신우회나 교회 청년부에서 청년들을 만나보면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드러내지 못하고 자꾸 위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천들이 자꾸 ‘구별된’ 삶이 아닌 ‘분리된’ 삶을 살게 된다. 세상 속에 들어가서 드러나는 것이 구별된 삶인데, 힘드니까 자꾸 분리되고 있다.

저는 크리스천 직원들이나 교회 청년들에게 ‘세상 속에서 능력을 보여야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배’라고 생각해 보자. 배는 바다를 떠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바다에 빠질 수도 없다. 거친 풍파 속에서도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나가야 하는 것이 크리스천의 삶이다. 예수님은 파도를 잔잔케 하시고, 물 위를 걸으셨다. 더불어 살면서 구별된 삶을 통해서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능력이다.

그런 부분에서 청년들을 멘토링해 주고 싶고, 함께 하나님 나라 영광을 드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