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 작품의 주제는 기독교적 사상이지만, 이 사상을 교리로서가 아니라 독자의 정서에 호소하고 고양된 정서의 감동을 통하여 깨닫도록 만들었다. 1940년에 발간된 <춘원시가집>에 실린 <새 아이>를 보자.

네 눈이 밝고나 액스빛 같다

하늘을 꿰뚫고 땅을 들추어
온 가지 진리를 캐고 말란다
네가 ‘새 아이’로구나

네 손이 슬깁고 힘도 크도다
불길도 만지고 돌도 주물러
새롭은 누리를 지려는고나
네가 ‘새 아이’로구나

네 맘이 맑고나 예민도 하다
하늘과 땅 새에 미묘한 것이
거울에 더 밝게 비취는고나
네가 ‘새 아이’로구나

네 인격 높고나 정성과 사랑
네 손 발 가는 데 화평이 있고
무심한 미물도 다 믿는고나
네가 ‘새 아이’로구나

물론 이 시에서의 어린 아이는 겁 없이 ‘불길도 만지고 돌도 주무르는’ 순수를 표상한다. 그러나 어리다는 것에만 국한할 수 없는 ‘새’라는 접두사를 통해 낡은 것들과 옛 것들에 새로운 시야의 관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 새로운 시선을 통해서만 진리를 발견해 낼 수 있고 그 진리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새 아이의 이미지는 어린 예수에서 온 것이며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없이는 천국을 소유할 수 없음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새 아이에 의해 선포된 진리만이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으므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아이인 예수의 인격을 닮은 자만이 지극한 정성과 깊고 높은 사랑을 통해 주변을 화평케 할 수 있다.

이광수는 이 시에서 기독교적 소재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새 아이’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현실과 상반된 기독교적 이상향을 지향한 것이다.

이광수는 그의 성장기에 체험한 기독교의 영향으로 <무정>, <재생>, <堯>, <애욕의 피안>,<자서전>, <유정>, <사랑> 등 모든 작품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는 기독교의 박애사상을 민족주의와 결합해 형상화함으로서 당시 한국교회를 냉정하게 비판하고 인물들의 풍자적인 묘사와 의식의 흐름을 통한 새로운 소설기법을 시도했다.

개인적인 좌절은 시대적 상황과의 대결구도로 진행시키고 사랑이라는 기독교적 주제는 통속적인 서사구조로 다뤄졌지만 이 때문에 독자의 정서에 더 깊이 닿는 효과를 보인다. 또한 그가 추구한 이상향은 성서의 진리에 근거한 것이었으며 삶의 현실성이라는 소설의 본질과 형식면면으로의 기법을 통해서도 자신이 확신하는 바를 교리적으로가 아니라 감동을 통해 확산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문학은 충분히 문학성과 기독성을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다시 말하면 이광수는 기독교의 교리를 작품의 사상성으로 소화하려 한 작가였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