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겼던 ‘아프간 사태’가 19일 오늘로써 만 1년을 맞았다. 1년 전 이날 분당 샘물교회(담임 박은조 목사) 단기봉사팀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전국민적인 관심과 성도들의 기도 끝에 결국 42일만에 이들이 풀려났지만, 배형규 목사(41)와 심성민 씨(29)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샘물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상처

아프간 사태는 샘물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있어 큰 아픔을 남겼다. 무엇보다 고귀한 두 생명이 스러졌고, 피해자 가족과 교인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으며, 한국교회는 선교방식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특히 조금씩 사회에 쌓여가던 반기독교 정서가 이때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루머들도 양산돼 피랍자 및 피랍자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당시 피랍됐던 아프간 봉사팀은 호화 여행을 즐겼다거나 현지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격적 선교를 했다는 등의 루머로 지탄을 받아야 했다.

▲박은조 목사는 이 일로 인해 큰 충격을 입고 한 달 가량의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로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다. 박은조 목사는 생명을 잃은 두 사람의 장례예배를 치르던 당시 크게 통곡했으며, 이후 실의에 빠져 한 달 가량 교회를 떠나 휴식기를 가졌다. 복귀 후에는 사표까지 제출했으나 당회에서 교인 전체 투표를 실시한 결과 93.88%의 지지로 다시 강단에 서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설교 시마다 당시의 충격과 고민에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선교 내실화의 계기 돼

그러나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는 말처럼 아프간 사태가 한국교회에 절망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한국교회는 이 일로 상처 입고 비난 받았으나 비 온 뒤의 땅처럼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프간 사태를 겪은 뒤 한국교회는 선교 내실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장례예배 당시 故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 씨와 딸이 헌화하던 모습.

우선 각 교단 및 선교단체, 그리고 성도들이 선교에 대해 재인식하고, 한국 선교의 약점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까지도 이러한 노력들은 계속돼 왔으나 아프간 사태 이후 더욱 체계적이고 많은 관심 속에 이러한 작업들이 이뤄지게 됐다. 특히 단기선교의 의미와 주의점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졌고, 위험지역 선교에 대한 관리방안들이 정립됐다.

선교에 임하는 성도들의 자세 또한 달라졌다. 단기선교 등을 여행 떠나는 정도 수준의 가벼운 마음으로 대했던 일부 성도들이 사라졌고, 더욱 공부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교에 임하는 성도들이 늘어났다.

한편 샘물교회는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23일까지 봉사단 피랍 42일을 기념해 특별 새벽기도회를 열고 있다. 기도회를 시작하며 박은조 목사는 “지난 1년간은 뼈아픈 성찰의 시간이었다”며 “처음에는 그 고민들이 잘 극복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교회가 이 땅에 피흘리면서까지 이 백성을 품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샘물교회는 기도회뿐 아니라 교회 내에서 아프간 사태를 주제로 한 사진전도 열고 있으며, 생명을 잃었던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를 위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샘물교회는 평소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열심이던 두 사람을 기리는 마음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그룹홈을 조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