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수 대표이사는 “1997년까지는 리얼 선데이 크리스천(Real Sunday Christian)이었다”며 성령께서 자신을 변화시키셨다고 고백했다. ⓒ고준호 기자

현금수표 자동입출금기(Automated Teller Machine)의 개발과 제조·판매 및 A/S까지 담당하는 기업 에프케이엠(Fujitsu Korea Mechatech)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일본 후지쯔 프론테크에서 100% 투자한 에프케이엠에서 창립 때부터 CEO로 일해 온 심재수 대표이사(영락교회)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최근 화두인 ‘소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문제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misunderstanding)는 것이죠.” 의사소통 부재현상은 하나의 결과인데도 정작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할지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다들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하려다 보니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제되고 정제된 품격있는 언어와 함께,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표현들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광우병 때문에 말들이 많은데 ‘소(牛) 품질만 중요한 게 아니라 ‘말(言)의 품질이 더 중요합니다.”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올바른 판단과 결정능력”

심 대표는 10년간의 CEO 경험을 통해 CEO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에 대해 ‘올바른 판단과 결정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하는 능력과 잘 하는 능력은 분명 다르다”며 사람의 능력으로는 올바른 판단과 결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솔로몬도 일천번제를 드리고 다른 것이 아닌 분별하고 올바로 재판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지 않았습니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지혜와 판단력입니다.”

심 대표에 따르면 CEO가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은 회사의 구조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했다. 그 첫번째는 회사 오너(owner)가 직접 경영까지 하는 CEO이고, 의사소통은 일방적이 된다. 두번째는 오너에게 경영을 위탁받은 CEO로 오너와 CEO와의 의사소통과 함께 CEO와 직원 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뚜렷한 오너가 없는 회사의 CEO로, 이는 CEO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크리스천은 어떤 의사소통 구조가 필요할까요?” 심 대표에 의하면 크리스천들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이웃과의 관계가 그 다음으로 중요하므로 위임받은 CEO의 구조다. 크리스천의 ‘소통’에 대해 그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며 그것이 사랑이라고 답했다. “사랑은 무엇입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거죠.”

“신앙과 경영은 닮은 점 많아”

 

 

▲심 대표는 “예수에 미쳤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듣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것이 삶에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고준호 기자

그는 이런 맥락에서 ‘경영은 섬김’이라는 명제를 이끌어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도 이 땅을 ‘다스리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기 때문이다. “신앙과 경영은 경험해보니 같은 점이 많아요. 잘못된 방향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고,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해야 하며,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죠.”

국내 각 은행에 ATM 기기를 공급하는 회사는 총 4곳, 그 중에서도 시중 모든 은행에 기기를 공급하는 곳은 에프케이엠이 유일하다. 하지만 기기 공급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심 대표는 기기를 은행에 납품하기 위해 은행 관계자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가끔 업무상 술좌석을 함께 할 때도 있다. 크리스천 CEO로서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까. “이것 또한 본질과 현상의 문제입니다.” 음주는 하나의 현상이고, 본질은 하나님과 믿음의 관계가 어떠한가 하는 것이라고 그는 대답했다. “성령이 제 안에서 역사하기 시작하니 술은 자연스레 끊어졌어요.”

음주 여부로 신앙을 판단하거나 해서는 안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지도자라면 조금 다르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다니엘이 뜻을 정해서 왕이 주는 음식을 먹지 않았던 것처럼 지도자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 대표 자신도 술을 끊고 나서 오히려 고객들의 신뢰가 더 쌓이고 하나님께서 만남 가운데 개입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가 술에서 자유로워야 함을 느끼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새벽기도’ 때문이다. 새벽기도를 못간 이유를 따져보니 주로 ‘술’이었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오너가 일본 회사인데도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다. 그는 “현장경영을 중요시하다 보니 일본어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ATM 기기를 이용할 때 불편한 점 등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 에프케이엠 기기가 설치된 은행에서 한 시간여 동안 기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지켜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째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청원경찰이 다가옵니다. 무슨 일 있으시냐고 말이죠. 제가 사정을 이야기하면 깜짝 놀라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들이 입소문을 타서 덕을 본 적도 있죠. 하하.” 일본어를 잘 모르는데도 10년째 후지쯔 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현장경영은 예수님에게서 배운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철저히 현장에서 가르치셨잖아요?”

심 대표는 또 철저히 계획 중심의 경영을 추구한다. “계획 없는 흑자 10억보다, 계획 있는 적자 1억이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 계획 없이 흑자가 생길 수 있다면, 계획 없이 적자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신앙생활에도 적용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뭔가를 할 때도 먼저 성경 말씀에 기초해야죠.”

그리고 올바른 계획 속에 진행됐다면 그 과정에서 이뤄진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일의 성패는 하나님께 달린 것 아닙니까? 실수와 실패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면 유연성이 사라지고, 창의력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청년 시절에 특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책임질 일이 적은 시절, 실수와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드로를 보십시오. 마지막에 예수님을 부인하는 최악의 실수를 했지만, 결국 회개하고 돌아섰을 때 주님을 위해 순교하는 영광을 누리는 최고의 제자가 됐지 않습니까?” 실수와 실패라는 현상보다는 본질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죄라는 현상이 있었지만, 그녀의 본질에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경건했던 바리새인들은 책망하셨어요. 그들의 본질에 때가 끼었기 때문이죠.”

기도로 발전한 회사, 에프케이엠

심재수 대표는 “기도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기도의 능력을 깊이 맛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비즈니스는 표현이 중요한데,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고 그는 고백했다.

기도가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 하나는 최근 시중 전 은행에 에프케이엠 ATM 기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에는 기기 공급 자격을 얻기 위한 입찰을 신청했지만, 자격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에프케이엠 직원들은 “길이 안 열린다”고 하소연하며 심 대표에게로 찾아왔다. 그때 읽은 말씀이 누가복음 18장의 저 유명한 ‘한 과부와 재판관의 비유’였다. 재판관이 과부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유가 ‘귀찮아서’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입찰이 거부된 은행 앞으로 구구절절한 호소문을 쓰게 된다. 결국 그 은행은 입찰을 보류하면서까지 에프케이엠을 포함시키게 된다.

영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직원들에게 이는 그야말로 놀라운 소식이었다. 앞다퉈 대표이사실로 달려와 그 비법을 물었다. 그는 이들을 다 앉혀놓고 누가복음 18장을 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성경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억지로 전하기보다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하다 보면 이들의 마음밭이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벽기도로 일천번제를 드리게 된 심 대표는 이후 하나님께서 일천번제 이후 솔로몬에게 지혜 이외에 부와 장수 등을 더하여 주셨던 은혜를 체험한다. 회사가 안정을 찾고 발전하는 것으로 일천번제 기도가 이뤄진 줄 알았는데, 의도하지 않은 선물을 주신 것이다. 바로 ‘신권 발행’이었다.

1천원과 5천원, 1만원 등의 새 지폐 발행으로 ATM 기기 시장에 막대한 수요가 탄생했다. 일정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급격히 늘어나 이제는 납기일 내 납품 여부가 문제가 될 정도였다. 실무자로서 그는 고객들의 끊임없는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저는 이때 다른 대표들과 달리 공급을 재촉하는 고객들을 피하지 않고 다 맞아줬습니다.” 그는 고객이 성질을 내면 도망가지 말고 다 받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피하지 않고 다 들어주는 데서 강한 신뢰를 느꼈다고들 하더군요. 그리고 화를 내고 나면 나중에 되려 미안해지잖아요? 그 덕도 톡톡히 봤죠.” 다행히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새 지폐 유통량을 다소 줄여 에프케이엠도 밀려드는 주문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평생 새벽기도 하겠다” 다짐

 

 

 

 

▲심 대표는 “하나님께 선물을 받으면 선물에 눈이 멀어 선물 주신 분을 잊어버리기 쉬운데도 이제까지 하나님을 떠나지 않게 하신 것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심 대표가 새벽기도를 시작한 것은 꼭 10년 전이다. 다니던 직장이 IMF 사태로 부도가 난 것이다. 당시 통장겸용 ATM 기기를 창안해 한창 잘 팔리던 중이라 그 충격은 더했다. 집까지 차압될 정도로 경제적 위기 속에 있던 그는 이 난국을 극복하고자 점집을 찾으려고도 했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아내의 만류로 새벽기도를 나가게 된다. 그러나 선데이 크리스천에게 갑작스런 새벽기도는 너무 힘든 일이었고, 아내에게 떠넘길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자 ‘네가 해야 할 일을 왜 아내에게 시키는가’ 하는 음성이 들려왔고, 그때부터 새벽기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다행히 3개월만에 사업파트너 관계였던 후지쯔에서 한국 회사를 설립해 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회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던 일을 사원들이 나서는 것이 기특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는 더 놀랄만한 제안을 듣는다. 후지쯔에서 일개 사원이었던 그를 대표로 임명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표를 맡지 않으면 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없었고, 못하겠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물었다.

그러다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통해 지도자의 자리를 수행하는 장면을 보여주신다. 그는 그 말씀을 읽으면서 자신을 사용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비로소 그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기술자 출신으로 경영의 경험이 없었던지라 더욱 겸손하게 무릎꿇을 수밖에 없었고, 솔로몬처럼 일천번제를 드리기로 작정한다. “솔로몬은 1천 마리의 양을 바쳤잖아요? 그러면 저는 무엇을 드려야 하나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그는 양 대신 헌금을 드리기로 하고,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면서 1만원씩 모아 10만원이 됐을 때 한꺼번에 헌금을 하면서 1천 일 새벽기도로 일천번제를 시작한다. 새벽기도 일천번제를 끝내니 한번 더 하라는 음성이 들렸고, 또 한 번을 더 하라는 음성이 들렸고, 그 다음에는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그는 솔로몬보다 조금 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솔로몬이 시도하지 않았던 일도 도전하게 됐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는 기도원으로 가서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기도 하고, 계약 건이 있을 때마다 감사헌금을 드리기도 한다. 새벽기도를 시작하면서부터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적어놓은 노트들은 벌써 36권이 됐다. “하나님과도 의사소통이 잘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씀과 기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로서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그는 꼭 아침 출근 이후 1시간은 큐티와 기도를 진행하며 주님과 교제한다고 한다.

그의 마음에는 이런 고백이 있었다. “제가 어려울 때 힘을 주신 것처럼, 늘 떠나지 마시고 버리지 마소서.” 하지만 그는 10년간 신앙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하나님께서 자신을 떠나실까봐 더욱 걱정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납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는 이제 이러한 신앙적인 체험들을 다른 이들, 특히 불신자들에게 나눠주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제가 처음부터 신앙생활을 잘 했던 것도 아니라서 제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