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교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영을 강행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방영된 첫회분 방송내용에는 기독교계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기독교계가 SBS의 이번 방송에 대해 비판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통 기독교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이단적 학설 등을 중심으로 방송을 구성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 기독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신학자는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반론의 여지마저 차단한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 신앙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을 너무나 무책임하게 다뤘다는 점에 있다.

이번 방송은 특히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뿐 아니라 기독교 핵심교리들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으로 인해 이미 한국에서 출간됐다가 절간된 <예수는 신화다>의 저자 티모시 프리크의 주장을 충실히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요소요소마다 해외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인터뷰를 끼워넣음으로써 그같은 학설들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양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했다.

제작진 측은 “종교간, 특히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간의 소통과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하지만 종교간 이해를 위해 왜 종교의-그것도 특정 종교만의- 핵심 교리와 기본 가르침의 근간에 위배되는 내용을 방송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개신교인 중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는 보수 기독교인이 90%에 가까운 기형적 현실 앞에서 또 다른 예수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말 역시 과연 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방송을 기획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방송된 내용과 같은 주장들이 그동안 단순히 알려질 기회가 없었기에 묻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같은 주장들은 기독교 태동 당시부터 있었던 이단인 영지주의자들의 주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기독교 역사상 그같은 주장들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으나 결국 그 허구성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잊혀져갔을 뿐이다.

한국교회는 이번 방송에 대해 거룩한 분노를 가져야 하지만 이미 오래 전 거짓임이 드러난 이같은 이단적 주장들이 방송을 탄 데 대해 당황할 것은 없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진실을 밝히고 참 기독교의 가르침을 말과 행실로써 드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