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 29일 방송한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 첫회 내용에 대해 교계와 신학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한기총을 비롯한 연합기구 및 단체들은 이번 방송의 심각성을 주지하는 한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당초 방송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SBS 측에 보냈던 한기총은 요청이 관철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한기총은 사전 공문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독교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며 “사전에 이러한 우리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한다면 모든 책임을 일부 제작진 뿐만 아니라 SBS 및 SBS의 모기업 그룹 전체에 있음을 분명히 통지하는 바”라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 최희범 총무는 “이번 방송이 한국교회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중지해 달라고 하는 공문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이 강행됐다”며 “이에 대해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SBS에 항의방문까지 했던 박영률 목사는 좀 더 강경한 입장이다. 박 목사는 “이 방송은 기독교의 본질을 건드린 어리석은 것이었다“며 “기독교의 뿌리를 흔들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특히 “‘예수는 신화다’의 저자 티모시 프리크라는 사람은 정통 기독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의 주장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모든 교단이 나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이승구 교수(조직신학)는 이번 방송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자유주의적 견해만 다뤄졌을뿐 그와 다른 입장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통 기독교의 입장과 전혀 다른 내용을 담았다는 것. 특히 방송에서 그럴듯한 주장을 펼친 신학자들 중 실제로는 기독교 신앙을 부정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승구 교수는 일반 성도 및 비기독교인들이 방송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하면서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차분히 대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방송 내용이 초대교회 이단들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이미 그에 대한 신학자들의 반박도 충분히 있었다”며 “방송 내용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는 방송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기독교계가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공격은 언제나 있어왔던 일로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며 “증오심을 품으면 진다. 대들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어 “우리가 예수님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변질된 기독교를 드러낸 점은 없었는지 자성해야 한다”며 “지적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겸허한 자세를 지니고 영적·도덕적 우월성을 가질 때 이런 일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