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 예수님 생일잔치 준비하느라 바빠서 예수님을 부르는 것을 잊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혹은 하나님이나 나 자신과의 더 원활한 교통을 경험하는 것은 삶의 고통 속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자주 부딪히지만 알듯 모를 듯한 아이러니의 세계. 신간 <그림묵상>은 우리들의 신앙과 삶 속에서 그런 애매모호한 ‘아이러니’들을 끄집어내 문자에 앞서 가시적인 삽화로 그려내 우리 눈앞에 또렷이 내밀어 보여준다.

일단 명쾌하고 시원해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는 공감의 묵상들이 추상의 베일을 벗고 그림이란 결정체로 맺어졌다. 모든 이들이 각자 머릿속으로 그려본 아이러니의 청사진과 스케치를 붓으로 선명한 몽타주를 그려내고 그에 적절한 자막을 달아놓았다.

아이러니의 본질적인 특성은 진실과 반전 그리고 유머일 것이다. 작가는 신앙과 자아를 향해 아이러니라는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또한 우리 생활에 엉겨 붙어 있는 고민과 꼬인 매듭들을 먹선으로 쉽고 부드럽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신앙과 생활과의 참을 수 없는 분리와 괴리감 사이에서 고민하며 아이러니 속에 숨겨진 다리를 발견하고 직접 그 다리를 건넌 후, 다른 이들에게도 붓으로써 가교의 역할을 해 준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란 말씀처럼 아이러니가 전해주는 진리를 <그림묵상>으로 만나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더욱 쉽고 빠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