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학교 김명용 조직신학 교수

Ⅰ. 신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의 유형과 장단점

1.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에 서 있는 목회

김종렬에 의하면 “이 신학전통은 오늘날 대부분의 예수교장로회가 이어 받고 있는데, 이러한 신학전통을 세운 이는 길선주와 박형룡 두 사람이다. 이 신학전통에서는 하나님의 절대성이 강조되며 그의 말씀인 성경의 절대성이 또한 강조된다. 성경의 무오설이 이 신학사상의 대전제가 된다. 따라서 성경의 모든 비판적 연구를 배격한다. 성서의 비판적 연구 위에 전개되는 진보적 신학이나 자유주의를 배격함으로써 배타적인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의 양상을 띠게 된다.

이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은 교회의 비정치화를 낳게 하였으며, 민족의 구원을 개인의 영적 구원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므로 민족적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개인이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부흥집회를 통한 구령운동을 활발히 하였으며 정신적인 위로를 받으면서 위기와 고난을 극복해 나갔다.

이 같은 신학을 바탕으로 한 보수적인 목회가 한국 교회성장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오늘날 예수교장로회라는 이름을 가진 고신측, 합동측과 통합측이 대부분 이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 위에 서서 목회를 수행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은 최근에 와서는 상당한 변천을 겪고 있다. 우선 이 신학전통 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예수교장로회의 통합측의 현재의 신학적 상황은 이 신학전통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없다. 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은 이종성, 박창환 같은 신학자들의 가르침이 영향을 미치면서 근본주의 신학전통과는 상당한 간격을 띠게 되었는데, 그 핵심은 종교개혁자와 정통주의의 복음적 신학의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오늘의 에큐메니칼적인 신학에 대해 개방성을 띤다는 점이다.

이 복음적 에큐메니칼적 신학은 복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에큐메니칼적 신학의 사회적 역사적 책임성과 이에 대한 공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신학이다. 이렇게 에큐메니칼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에큐메니칼적인 신학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는 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신학은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은 예수교장로회 고신측과 합동측이 주축이 되어 오늘날 그 신학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을 예수교장로회 고신측과 합동측이 주축이 되어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을 문자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교회와 신학자들은 많지 않다. 다수의 교회와 신학자들은 이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의 토양 위에 20세기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된 복음주의 신학의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본주의 신학과 복음주의 신학은 신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부분적으로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신학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개의 신학은 모두 반 에큐메니칼적인 신학이고 성서의 무오성을 강조하고 교회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등 대단히 많은 영역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고, 상당수의 교회와 신학자들이 근본주의적 특징과 복음주의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범주 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오늘에 와서 상당부분 복음주의 옷을 덧입고 있는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에 서 있는 교회는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