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춘 목사(www.dreamel.com 운영자)

변덕과 변질과 배반의 시대에 가장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면 초심 지키기다. 너무 알려져서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존 워너메이커(1838-1922)는 여전히 귀감이 되는 신앙인이다. 그는 미국 최초로 연쇄점을 창설해 백화점 왕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한 번은 미국의 해리슨 대통령이 그에게 체신부 장관직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장관직보다는 교회학교 교사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해리슨 대통령이 교회학교 교사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겠다고 약속하자 그는 장관직을 수락했다. 그는 그 바쁜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매주 토요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고향에 가서 교회학교 아이들을 가르쳤다.

장관직이 교회학교 교사직보다 더 못하냐고 기자들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회학교 교사직은 평생 직업이지만 장관직은 몇 년 하다가 말 부업입니다.” 상황이 바뀌고 지위가 바뀌어도 첫 결심을 그대로 지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정문술이란 분이 있다. 미래산업 창업주다. 2001년 초, 그는 20년간 몸담았던 미래산업을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넘겨주고 미련없이 물러났다. 그리고는 바이오 응용기술 분야의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사재 300억 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그는 자기 자신과의 첫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는 미래산업을 이끌면서 후임 경영자가 반드시 직원들 가운데서 나올 것이라고 공언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친인척이 절대로 미래산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의 두 사위가 IMF 관리체제로 인해 실직하게 됐다. 그의 두 딸이 자기 남편을 취직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친인척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그 초심을 지키기 위해 박절하게 거절했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초심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업이라고 잘라 말하곤 했다.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10,000명 중에 10명이 성공한다면 그 10명 중에 초심을 지키는 사람은 1명일 것이다.

사도 바울도 끝까지 초심을 지켰다. 그는 복음을 위해 수많은 고난을 당했지만(고후11:23-28) 결코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그 초심을 꿋꿋하게 지켜나갔던 것이다(행20:24).

예수님도 초심을 지키기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셨다. 예수님은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자신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셔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귀신을 쫓아내시든지, 병을 고치시든지, 기적을 행하시든지, 설교를 하시든지, 무엇을 하시든지 이 사실을 명백히 아셨다.

그래서 종종 제자들에게 자기 자신이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죽은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을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은 무서운 가시밭이었다. 예수님이시라도 감당하시기 힘든 길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도하시지 않을 수 없었다. 십자가를 눈앞에 두고 예수님은 한 시간씩 끊어서 세 번이나 기도하셨다.

“…내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마26:42). 이렇게 간단명료한 기도를 무려 세 시간이나 하셨다. 그냥 흐지부지 기도해서 세 시간을 채우신 것이 아니다. 힘쓰고 애쓰고 간절히 기도하심으로써 땀이 피방울처럼 떨어지도록 그렇게 기도하신 것이다(눅22:44). 초심을 지키시기 위해서다.

변덕과 변질과 배반의 시대에 초심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면 참으로 신기하고 행복하다. 초심을 끝까지 지키는 신실함, 그게 말만큼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가지 시험에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이 있어야 초심을 지킬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