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월드컵축구 국가대표 ⓒ 이화영 기자

두손을 다잡고 확신에 찬 표정. 다른 선수들은 골을 넣고 나면 화려한 골세레머니를 연출하지만 이 선수는 골을 막고 나면, 모든 관중들이 공을 쫓느라 바쁜, 그 짧은 틈에 두손을 다잡는 조용한 골세레머니를 펼친다. 이 골세레머니는 지난 한일월드컵 이후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그만의 골세레머니로 인정받는다.


축구대표 ‘거미손’ 이운재(33, 수원 삼성)는 골문으로 날아오는 공을 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지난 9일 세계스포츠선교회가 주최한 스포츠선교 대상 시상식에 ‘스포츠선교 특별상’을 수상하기 위해 참석한 이운재를 만났다. 상대편 공격수가 찬 공을 보며 그는 “아, 저 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운재는 “저것(공)이 사단이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놓치게 되어 있다. 공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골문으로 날아오는 공을 ‘안 좋게’ 생각하다 보면 손에 힘이 들어가고 온 몸이 경직되면서 결국 공을 놓치게 된다고. 바꿔 말하면 공을 보고도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운재는 운동선수라면 한 번 쯤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실패’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성실맨 이운재는 “오늘의 꾸준함과 성실함이 큰 실패를 막는다”며 실패에 앞서 피땀 흘리는 노력을 우선 강조했다. 덧붙여 이운재는 아예 “실패라는 것이 운동선수에게는 없어야 된다”고. 다만 그는 “자만하거나 게을러질 때, 또는 사생활에 치우치거나 사단의 유혹에 빠질 때 실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큰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면에서 이운재는 후배들에게 “운동선수가 자기 혼자 ‘난 실력 있어’라고 만족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운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떠한 순간에든지 인정해 줄 때, 그 때가 진정한 최고”라며 “그 자리에 서기까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운동선수로서 겪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대해 그는 “아예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한다”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아내나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하나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6월 개최되는 독일 월드컵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는 이운재는 오는 15일부터 41일간 해외전지훈련에 나선다. 이운재는 “독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며칠 후부터 진행되는 전지훈련이나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와 같이 2006년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한다”며 “특히 한국 축구대표팀이 선수들만의 대표팀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는 대표팀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