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20주년을 맞는 내리교회의 담임 김흥규 목사 ⓒ 송경호 기자

한국 선교 120년, 내리교회 역사 120년


1885년 4월 5일 부활절, 미국 북감리회에서 파송한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 목사 내외가 언더우드 선교사와 함께 제물포 항에 첫발을 내디디며 위대한 조선 선교의 역사가 시작됐다. 더불어 이날은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의 교회인 내리감리교회(담임 김흥규 목사)가 태동하게 되는 날이 됐다.

물론 당시 아펜젤러의 궁극적인 목적은 서울로 들어가서 왕실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치는 것. 아직도 근엄하기 이를 데 없었던 이조 말 왕정제도하에서는 이같은 선교 전략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펜젤러 부부는 제물포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서울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당시 서울은 그들의 입국 얼마 전에 있었던 갑신정변의 여파로 부녀자가 입경하기에는 너무 위험했기에 언더우드만 서울로 들어갔고 아펜젤러 내외는 일주일 정도 인천에 머무르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1885년 6월 20일 아펜젤러 부부는 일본에서 재차 제물포에 입항해 38일 간을 제물포에서 머물다가 7월 19일 집회를 가진 이후 29일 제물포를 떠나 서울로 들어갔다. 내리감리교회는 이 집회가 있었던 19일을 창립일로 기념하고 있다.

최고(最古)의 교회 이끄는 젊은 목회자 김흥규 목사

12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내리교회를 이끄는 담임 목회자는 올해 45세의 젊은 목사인 김흥규 목사. 90년도에 텍사스에 있는 남감리교 대학(SMU)에 유학해 박사학위(Ph.D)를 취득하고, 미국인 교회에서 미국인 목회와 한인 교회 목회도 해온 그는 자신이 내리교회에 부임하게 된 것을 '하나님의 전적인 섭리와 은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내리교회와는 물론이고 인천과도 전혀 무관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120주년을 맞은 기쁨도 크고 자랑스럽지만 어깨가 무겁습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첫것을 유달리 사랑하시지 않았습니까? 첫것이 귀하고 중했기 때문이지요. 첫것이 방향을 잘못 잡거나 바르게 처신하지 못하면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선교 120주년을 맞는 저희 교회는 건강한 교회, 바른 의식을 가진 교회로서 한국 교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김흥규 목사는 내리교회가 '가장 유구한 전통'을 가진 교회인 만큼 일거수 일투족이 조심스럽다고 한다. 때문에 지역사회, 나아가 한국 교회와 사회 전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다르다.

▲김흥규 목사는 전통에 안주하는 교회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김 목사가 내리교회의 역사가 깃든 사진들을 설명하는 모습. ⓒ 송경호 기자
내리교회는 이미 1892년 한국 최초의 초등 교육 기관인 영화학당을 세워 교육과 선교를 병행했으며, 1999년에는 사회복지기관은 내리요양원을 설립, 무의탁 노인들도 돕고 있다. 내리교회는 또 가장 빨리 복음을 받아들은 곳이지만 가장 빨리 미국에 이민을 보내고 선교사를 보낸 교회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건강한 교회로서 전도하고 선교할뿐 아니라 대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교회가 되고 싶다는 것이 김 목사의 포부.

"전통은 감사의 대상이지 안주의 대상이 아니다"

'오래된 교회'라는 것은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뜨거운 열정과 신앙이 식어버리고 어느새 인습에만 물들어버리기 쉽기 때문. 그러나 내리교회는 가장 오래된 교회이지만 가장 새롭고 젊은 교회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과거의 전통과 자랑에만 집착할 경우 바리새인처럼 되기 쉬울 것입니다. 과거의 역사를 중시하는 것은 은총을 기억하며 더 창조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이지 안주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그런 유혹에 사로잡힌다면 제 자신부터 철저히 채찍질할 것입니다."

'오래된 교회라면 열정이 식지는 않았을까?' 하는 편견을 가지고 내리교회에 찾아온 이들은 내리교회의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란다. 이같은 모습에는 미국인 교회를 목회하며 배운 점들을 하나하나 적용해나가는 김흥규 목사의 목회가 일조했다. 특히 얼마 전 사순절 기간 동안 진행했던 40일 새벽 기도회에서는 800여명의 교인들이 매일 참석, 뜨거운 호응과 열기를 보였다.

내리교회는 창립 12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7일 내리교회 역대 담임목사들 중 아펜젤러와 존스 목사의 흉상 제막식을 시작으로, 120주년 기념 감사예배, 18일 존스 목사의 사상과 선교 사역에 대한 학술 발표회에 이어 19일에는 아펜젤러가 순직한 군산 앞바다에서 30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추모 예배를 드린다.

내리교회는 아직도 꿈꾼다

120년의 역사를 가진 내리감리교회. 길고 긴 역사동안 많은 일들을 이뤘고 많은 사업을 일으켰지만 내리교회에는 아직 꿈이 많다.

"인재를 키우는 일, 특히 영화학원을 더욱 발전시켜 기독교 영재를 양성하는 일과, 건강하고 책임감 강한 그리스도인들을 양육하는 일에 만전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계 선교에도 큰 몫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검단리 쪽에 있는 우리 교회 소유의 큰 땅에 '선교 센터'를 건립하는 일도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