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86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개교회에서 교인들을 상대로 전문적인 신학 강좌를 마련해 주목을 끌었다. 잠원동에 소재한 대신측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는 지난 10월 21-24일 총 4일간 국내 유수의 개혁신학자들을 초빙해 종교개념 기념 강좌를 개최했다. 22일에는 독일의 빌헬름 노이저 박사가 "칼빈의 예정론- 에베소1장과 로마서1장 주석"이라는 제하로 발표했다.


칼빈의 예정론은 하나님께서 각 인간을 영원한 구원 혹은 영원한 멸망으로 예정하셨다는 이중예정론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노이저 박사는 칼빈이 이중예정과 은혜로운 단일선택 예정이라는 두 가지 차이나는 예정론을 설파했는데, 결국 두 예정론이 상치되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내용의 발표를 진행했다.

1559년의 기독교 강요 21권의 제목은 "영원한 선택: 하나님께서 선택에 의해 어떤 사람은 구원으로, 어떤 사람은 멸망으로 예정하셨다"인데 반해 1552년의 "영원한 예정"에서는 "영원한 예정에 의해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은 축복으로 선택하셨고, 다른 이들은 멸망 가운데 내어두셨다"라고 말하고 있다. 후자에 따르면, 타락사건으로 모든 사람은 멸망 가운데 있는데, 하나님께서 그들 중에 어떤 이들은 선택하시고 다른 이들은 그들의 본래적인 상태에 내버려두셨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강요에서는 이중예정을 가르치지만 “영원한 예정”에서는 구원에 이르는 단일 선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노이저 박사는 이번 강연에서 기독교 강요와 대립되며 "영원한 예정'과도 상이한 칼빈의 1551년의 예정에 관한 설교를 다룬 후, 발표의 결론부를 통해 칼빈의 두 예정론이 시작은 다르나 이중예정이 은혜로운 단일 선택 예정에 포함되므로 둘이 상치되지 아니한다고 결론내렸다. 칼빈은 평범한 청중을 상대로 하는 설교에서 오직 은혜로운 선택에 대해서만 가르쳤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은혜로운 단일선택 예정은 '하나님의 예정에 의한 영원한 멸망'이 혹 대중에게 줄 수 있는 '무시무시함'을 다소 누그러뜨리려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중예정의 '영원한 멸망'이든 은혜로운 단일선택 예정의'유기'든 그것이 인간에게 끼치는 결과는 동일하다. 결국 두 예정론이 표현상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논리 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원한 멸망'에서 '유기'로의 '용어변경'에서 칼빈 나름의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 하다. 예정론은 칼빈 뿐 아니라 오늘날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또 많은 비그리스도인들이 고민하는 주제일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