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를 '질풍과 노도'(Sturm and Drang)의 시기라고 한 스탠리 홀의 견해는 청소년기를 보는 일반인의 시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청소년이 갈등하고 방황하고 반항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오히려 필요하며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앨버트 반듀라는 청소년들이 반드시 질풍과 노도의 시기를 겪는 것도 아니고 겪을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매스컴이나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청소년들이 이에 맞추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느끼는 청소년은 어떠한가?


정서라는 단어는 불어와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휘젓다','혼란시키다'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희노애락의 급격한 흥분상태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어떤 외적 자극이나 내적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를 계기로 하여 흥분을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청소년을 볼 때 내리는 평가중 대표적인 것이 그들은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에 따라 얼굴 표정이 변하며 신앙도 대부분 감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기 정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는 오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 시기는 신체적 변화와 정서적 변화가 급격하므로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으며 많은 어른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으므로 따라서 그는 아무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시기의 청소년은 어떤 때는 활력이 넘치다가 어떤 때는 축 늘어지며 어떤 때는 기쁨에 넘치고 모든 것이 희망적으로 보이다가 어느 순간 정반대의 감정이 되어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둘째,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시기에는 분노, 애정, 기쁨, 슬픔 등의 모든 감정에 있어 넘쳐나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시기의 청소년은 한번 자신에게 매력을 끈 어떤 정서나 사건들이 떠오르면 놀라우리만치 열정적으로 그것에 몰두한다. 예를 들면,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며 고함을 지르고, 기쁨의 감정 또한 강렬하여 소리를 지르며 요란스럽게 감격해한다. 그의 애정 역시 강렬하다. 선생님이나 스타, 이성의 남학생 혹은 여학생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는 어른의 경우 따지게 될 현실적인 문제를 전혀 생각지 않고 "홀딱 반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셋째, 이 시기 감정은 유동적이고 일관성이 없고 불안하다. 이 시기 청소년의 변화무쌍한 태도는 어른에게 있어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어른인 부모나 지도자를 당황케 한다. 어느 날은 매우 행복해하고 자신만만해 하다가 바로 그 다음 순간 열등감을 느끼고 우울해한다. 원인모를 충동적인 격정에 사로잡혀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자기의 행동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할 때가 많으며 "그냥"이라는 말이 이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답변이며 또 정확한 답변이기도 하다.

넷째, 자기통제가 약하다. 이 시기는 이성보다 감정이 우위를 차지하며 감정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초기 사춘기 청소년은 자기 감정을 그 자리에서 분출하지만 중기에 이르면 감정을 금방 드러내지 않을 만큼 감정을 조절할 능력이 많아진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감정은 해결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놓아 어느날 갑자기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예측불허의 행동은 어른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 눈에는 "별다른 일 없었는데 갑자기" 일어난 알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은 그가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을 따름이다.

다섯째, 자아의식이 발달하여 고독을 원하고 또 고독에 빠지기 쉽다. 이 시기는 자아의식이 발달하게 되고 자기를 분석하고 남과 비교하여 열등감, 우월감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자기분석은 건전한 자아상을 가졌을 경우에는 매우 유익을 주나 그렇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기를 비판할 경우 자기혐오, 비관 등에 빠져 극단적인 결과로 이끌어갈 위험이 있다. 또한 이 시기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므로 이상적인 자기와 현실의 자기 모습과의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함으로 인해 자기신에 대해 더욱 비관하기 쉽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로 현실을 떠나 상상의 세계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도 하고 고독을 즐기기도 한다. 가족의 간섭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유롭게 자기 세계를 가지고 싶어하며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하고 모험적인 가출의 충동을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와 관련이 깊다.

여섯째, 안정감을 얻고 싶어한다. 독립하고 싶어하는 반면, 그 이면에서는 안정감을 얻고 싶어한다. 겉으로는 남의 간섭을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해 보이나 그렇다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혼자 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남들이 자기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하고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특히 가정에서 부모와 겪는 어려움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이들 청소년의 상반된 욕구-즉,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직접 스스로 체험하며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독립의 욕구와, 독립에 따르는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한 정서적 미숙과 경험 부족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하여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을 부모가 인식하지 못함에서 오는 것이다.

희노애락의 정서를 느끼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기에 습득해야할 하나의 과제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불안정한 청소년에게 그리스도께서는 그를 이해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로 그를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이 시기 청소년에게는 자기 마음속의 문제와 쌓인 부정적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신뢰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3년 동안 자신의 마음의 문을 걸어닫고 있다가 이제는 속마음을 다 내비치고 재잘대다가 아침이면 어김없이 이른 아침 학교로 가는 딸아이를 보며 행복해 하다가도 사춘기에 새롭게 접어든 아들을 향해 불타는 도전의 마음을 추스린다.


손종국 목사(청소년교육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