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금욕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자들./AFP
▲에이즈 퇴치에 금욕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

12일 제15회 국제 에이즈 컨퍼런스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운데 전세계 1만7천명의 과학자, 인권운동가, 정치인, 마약회사 경영자들은 콘돔 사용과 금욕 중 어떤 것이 에이즈 퇴치에 더 중요한가 문제를 놓고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지난 수년간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죽음의 에이즈 증가 곡선을 감소 곡선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논의해왔다. 진보적 세력은 콘돔 사용을 적극 권하기를 촉구했고, 보수적 세력은 금욕을 주장했다.

에이즈 퇴치 운동가들은 콘돔 사용을 중요시 하는 CNN 정책(Condoms, Needles, Negotiating Skills)를 주장했고, 기독교보수진영인 부시 대통령은 금욕을 중시하며 '절제하며 신앙을 지키고 콘돔을 사용하는' ABC 정책(Abstinence, Being Faithful, Condom Use)를 강조해왔다. 부시 행정부는 매년 최소 에이즈 기금의 3분의 1을 절제 프로그램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미국 국회의원 바바라 리는 미국의 에이즈 기금 정책을 비판하면서 "매년 5백만명이 새롭게 에이즈 감염자로 탄생하는 가운데 여성들이 금욕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에만 집중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몰인정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하와이 소재 이스트웨스트센터 전염병학자 팀 브라운 박사도 "콘돔 사용이 아프리카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게 사실"이라며 "콘돔 사용을 50%로 높이면 HIV 감염율이 50%로 감소할 것"이라며 콘돔 사용 확산을 지지했다.

컨퍼런스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거짓말하면 사람들은 죽습니다(Bush lies, people die)"란 사인을 든 거리시위자들이 미국의 에이즈 관련 공약 부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제 에이즈 조정관 랜달 토비아스는 "미국 정부가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돈을 에이즈 퇴치에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에이즈 퇴치는 객관식 문제가 아니다. 절제 운동도 필요하고 콘돔 사용 운동도 필요하다. 신앙적인 인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컨퍼런스 첫날인 11일, 우간다 요웨리 우세베니 대통령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전염병 해결에 콘돔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우간다는 사하라 인근 아프리카 국가들 중 유일하게 에이즈 환자가 감소하고 있는 나라다. 현지 교회와 국제인도주의단체들의 도움으로 우간다는 HIV 감염 비율이 90년대 30%에서 지난 해 6%로 크게 감소했다.

금욕 정책을 처음으로 주창한 무세베니 대통령은 "콘돔은 제도화된 불신에 비롯한 것이며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한 최상의 관계가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남침례교단지 뱁티스트뉴스에서 제넷 무세베니 대통령 부인은 남침례교 산하 라이프웨이 크리스천 리소스에서 시작한 '진짜 사랑은 기다릴 줄 압니다(True Love Waits, TLW)'란 사역을 극찬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TLW는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절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자는 3천8백만명에 달하고 그중 2천5백만명이 사하라 인근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 이후 에이즈는 2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