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소설이다. 최근 출간돼 ‘실화의 힘’을 보여 주는 기독 소설 두 권을 비롯해, 기독교 관련 문학 작품들을 소개한다.

◈납치범 대신, 납치당한 사람들을 비난하다

상세정보 

비정한 도시

현길언 | 홍성사 | 352쪽 | 13,000원

벌써 8년 전 일이다. 2007년 여름, 온 국민들의 시선은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를 향해 있었다. 분당샘물교회에서 떠난 아프가니스탄 봉사팀 23명이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무려 42일간 피랍돼 있었던 것이다. 이들 중 배형규 목사 등 2명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공격적 선교’라는 모순된 조어(造語)를 통해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비난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소설은 순수한 동기로 떠난 봉사단에게 가해진 사회의 비난과 오해에 적극적으로 항변한다. 총과 칼로 그들을 납치한 탈레반 대신, 아무런 무기 없이 사랑을 전하려다 납치당한 봉사단을 향해 비난하던 여론과 일부 네티즌들, 자기 잇속에만 여념이 없던 각 정당과 언론들의 민낯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여론에 휘둘려 성경과 신앙 양심에 입각해 대응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던 교계 지도층과,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성도들을 비판하던 일부 교계 세력들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한다.

배형규 목사와 같은 제주 지역 교회 출신인 저자는, 당시 ‘비정하고 가혹했던’ 우리 사회와 기독교계의 모습들을 잊지 않고 꼼꼼히 복원했다. 저자는 봉사단 일원이었던 유경식 선교사가 이듬해인 2008년 회고 수기를 썼던 계간지 ‘본질과 현상’의 발행인 겸 편집인이며, 많은 작품을 발표한 문인이자 국문학 교수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당시 사회가 보여준 그 이기심과 비정과 교회의 침묵을 보면서 너무나 실망하고 안타까웠으나, 그것이 인간 세계가 떨쳐버릴 수 없는 근본적 속성임을 알았을 때 오히려 담담히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이것이 우리의 정직한 모습이었지만, 베드로의 비겁을 가감 없이 기록한 복음서를 생각하며, 소설이 결국 인간의 비겁과 치욕의 기록임을 다시 확인하고서 이 작품을 썼다”고 전했다.

▲두 소설의 저자 현길언, 강석진. ⓒ홍성사 제공

저자는 “그 사태 이후 8년이 지났는데 우리 사회는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사실의 본질보다 그것을 자기 이념의 잣대로 해석하려는 집단주의가 더욱 공고하게 자리잡았다”고 개탄한다. 얼마 전 故 배형규 목사의 순교 8주기였지만, 한국교회는 잠잠했다. 우리는 그렇게 배 목사를 그가 존경했고 설교에서 언급하던 ‘짐 엘리엇’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생이별한 남편의 가족 찾는 ‘북녘의 나오미’

 

오래된 소원
강석진 | 홍성사 | 352쪽 | 13,000원

반 세기 만에 평생의 소원을 이룬 ‘북녘의 나오미’에 대한 실화를 엮었다. 저자는 중국에서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의료품 지원과 구제 선교, 전도와 양육 사역을 해 오던 목회자이다. 기적적으로 압록강을 건너 온 팔순의 기독교인을 만나 들은 인생 여정을 풀어놓았다.

이야기는 영화 <국제시장>의 ‘북한 그리스도인’ 판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주인공 정 권사는 일제시대 북한 선천지역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음악 선생님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고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 뛰어난 소질을 보이면서 당시 명문이었던 개성 호수돈여고에 수석 입학하고, 그 성적을 유지하며 일본 유학의 기회까지 잡는다.

부산까지 내려가 시모노세키를 왕래하는 관부선으로 건너간 일본. 수도인 동경 우에노음악대학에서 수학하던 도중 생활비가 없어 가정교사를 시작했지만, 주인이 조선에서 식량 자원을 수탈하는 사업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1년 반 만에 유학 생활을 접기에 이른다. 돌아 온 그녀는 당시 수도였던 경성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특별 배려로 이화여전 음악부에 입학해 독일 유학을 준비한다.

청운의 꿈을 펼치기 직전,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갈에 내려간 고향에서는 기울어진 집안 때문에 부자 집안으로 ‘강제 혼인’을 당하며 좌절한다. 조국은 해방되었지만, ‘지주’인 남편의 집안은 위험에 빠져 남한으로 떠난다. 임신 중이었던 그녀는 잠시 아들과 남기로 했지만, 38선이 그어지고 전쟁까지 터진다. 경력이 알려져 평양교향악단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잠시 활약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징역 10년의 수용소행을 통보받고….

▲탈북민 한권일 형제가 그린 정 권사의 초상화(왼쪽), 정 권사가 실제로 중국에서 가족들을 만나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오른쪽). ⓒ홍성사 제공

“그런데 내래 부탁이 있습네다. 한 가지는 앞으로 통일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간 신의주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무너진 교회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 그 계획을 알아 가지고 오시라요(50쪽).” 이 당부처럼 북한의 ‘그루터기 교인들’은 소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스토리는 지하교인들이 북한에 정말 있느냐 하는 우리 안의 논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웅변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을 말하면서도,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저자는 “이 땅에서 신앙의 자유를 맘껏 누리고 있는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십자가 사랑으로 그들을 품고, 그 아픔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북한 선교의 출발점이라고 본다”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자들이 고난의 80년 세월을 살아온 나오미 할머니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2,400만 북한 동포들의 아픔까지 주님의 사랑으로 모두 끌어안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