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늘과 새 땅

J. 리처드 미들턴 | 새물결플러스 | 492쪽 | 23,000원

한국 사회 속에서 한국 기독교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아마도 ‘예수 천당(혹은 천국) 불신 지옥’이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한국 기독교는 사후세계에 대한 의식이 강합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생활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면, 아마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함’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급’의 개념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 목적은, 많은 경우 지옥이 아닌 천국에 가서 남들보다 많은 상급을 받아 영원히 잘사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그것 때문에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봉사합니다. 물론 현세에서 ‘복’을 받기 위해 열심을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어쩌면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세의 복’과 ‘사후세계의 복’이 그것입니다.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은, 현세의 삶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때로 그것은 ‘소망’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소망인지 자기 욕심에 기인한 소망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그러나 <새 하늘과 새 땅>의 저자 J. 리처드 미들턴은 개인의 사후세계를 넘어, 성서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종말의 최종적 그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사후세계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 ‘내세’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책을 소개함에 있어 ‘사후세계’라는 단어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대부분 ‘내세’를 ‘사후세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내세’는 ‘사후세계’와 차이가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내세’는 사람이 죽어서 도착하는 어떤 장소나 상태가 아니라, 오는 세대(Coming Age)에 가깝습니다.

저자가 각주에서 존경하는 신학자라고 밝힌(356쪽 53.) N. T. 라이트는 이 ‘내세’를 ‘죽음 이후의 이후 세계’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성경에서 개인의 죽음 이후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지만, 죽음 이후의 이후 세계, 즉 ‘종말’과 ‘부활’을 말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마침내 드러난 하나님나라(IVP)>,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크리스챤다이제스트)> 참조).

저자도 이러한 맥락에서, 사후세계가 아닌 종말과 부활의 세계로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우리에게 말합니다. 저자는 ‘종말’이 ‘폐기처분’하는 ‘심판’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래 의도대로 ‘회복’시키시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내세’는 우리가 ‘저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감춰져 있는 것 같은 하나님의 계획이 실현되어 ‘이곳’에서 이뤄지는(이곳으로 옮겨오는) 것임을 말합니다.

저자는 이 감춰져 있는 듯한 것을 드러내는 일이 바로 ‘묵시’라고 설명하며, 성서는 묵시를 이용하여 그 하나님의 계획을 ‘하늘’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가리키는 ‘하늘’은 공간적·물리적 개념이 아닌 묵시적 개념, 그리고 우주를 나타내는 상징언어라고 합니다.

저자는 종말과 관련된 성경의 줄거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종말론적 구속은 우리가 땅에서 하늘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서 인간의 문화적 삶을 회복하는 데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86쪽).”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저자는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음을 깨달아,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실현하는 자리에서 이뤄질 종말, 즉 완성될 하나님나라를 그리며 살아가야 함을 말합니다.

“‘하늘’에 관한 가장 흔한 종류의 본문은 하늘을 땅과 대조되는 하나의 이상으로 제시하며, 기독교의 종말론적 소망이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 하늘을 향한 소망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략) 이런 본문들의 핵심은 하늘이 현재 땅 위에서 나타나야 하며(윤리), 미래에 땅 위에서 나타나리라는 것이다(종말론). 어떤 경우에도 하늘은 의인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317쪽).”

이러한 내용을 전하기 위해 저자는 성경 이야기의 줄거리, 그리고 구약에서 말하는 ‘구원’의 의미, 종말을 그리는 신약의 말씀들, 그리고 창조세계의 폐기를 암시하는 듯한 심판에 관한 말씀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짚으면서, 성경이 전하고 있는 ‘종말’과 ‘내세’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종국에 이뤄질 ‘하나님나라’에 대한 그림을 안내합니다(부록으로 들어가 있는, 종말에 대한 교회사적 점검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이 땅에 이뤄질 하나님나라를 말함에 있어, 그것을 자칫 ‘사회복음’과 비슷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총체적 구원(개인과 사회와 모든 관계와 피조물)’에 대해 인지해야 하며, 하나님 나라는 이 모든 것이 회복되고 갱신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폐기될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회복될 세상’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 대한 사명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J. 리처드 미들턴의 <새 하늘과 새 땅>.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 보고, 성경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종말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진용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