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집사가 자신의 ‘너덜너덜한’ 성경책을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주일예배는 ‘가정의 평화를 위한 것’이었고, 세상 문화에 흠뻑 젖어 살았다. 열네 살 때부터 교회에 출석했지만, 성경은 ‘목회자들만의 책’으로 여길 뿐이었다.

오십 세가 되던 지난 2008년,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하나님도, 성경도 다시 보였다. 그 해 7월, 먼지 쌓인 성경을 집어들고 교회를 가던 길에 문득 생각했다. ‘이 안에 무슨 말씀이 들어 있을까?’ 펴서 읽었지만,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백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간절함이 생겼다. 이곳저곳 성경에 대한 책들을 구해 봤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성경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성경 66권’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혼자서 이스라엘의 정치·경제·문화·지리·역사와 중근동사, 세계사 자료들을 모으면서 ‘쉬운 성경’부터 읽기 시작했다.

각종 성경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줄을 쳐 가며 읽었다. ‘하나님을 너무 몰랐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다. 100번을 읽고 나니, 범람하는 자료들을 ‘분별’할 수 있는 은사를 주셨다. 말씀이 각인되면서 삶도 변화됐다.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이제는 거꾸로 가정에서 ‘차라리 신학교를 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5년을 공부하니 자료가 차곡차곡 정리되기 시작했고, 출석하던 교회 담임목사의 도움으로 교회에서 성경 개관에 대한 강의도 하게 됐다. SNS에서는 ‘묶어서 책을 내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세 권 분량의 내용을 한 권에 축약했다.

<평신도 성경 개관서(넥서스CROSS)>는 제목 그대로 ‘평신도가 쓴 성경 개관서’다. 5일 종로 한 식당에서 만난 저자 이수빈 안수집사(무학교회)는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쓰여진 하나님의 말씀이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교과서”라며 “성경의 올바른 지식은 교만함이 아니라 겸손함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빈 집사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지난 5년은 광야에서 무언가와 처절하게 투쟁했던 것 같다”며 “결국 주님의 은혜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고 ‘평신도의 눈’으로 정리하게 됐는데, 말씀에 목마른 성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평신도 성경 개관서>.

이 책은 연대 순으로 성경 각 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역사적 개요와 내용 정리를 통해 누구나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요약했다. 책은 예장 합동(총신대 윤종훈 교수)과 예장 통합(한일장신대 이종록 교수) 학자가 한 사람씩 감수하고 추천했다. 그는 ‘열린다 성경’ 시리즈로 유명한 류모세 선교사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집사는 “백지 상태에서 성경을 읽다 보니, 예를 들어 호세아서가 어떤 상황에서 왜 쓰였는지를 아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차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내용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했다.

이수빈 집사는 “성경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밑바탕 돼야 큐티도 통독도 가능하지 않겠나”며 “‘평신도가…’ 하는 편견이나 불신이 있을 수 있겠지만, 평신도 입장에서 성경 개관 강연을 통해 하나님의 심정을 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