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운동의 정신과 철학

박재순 | 홍성사 | 240쪽 | 10,000원

“21세기는 자치와 협동을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시대이다. 민주, 민족독립, 세계평화의 이념과 열망에 사무쳤던 삼일운동의 정신과 철학은 오늘 더욱 빛이 나고 간절하게 요청된다.”

일제 식민통치 아래 신음하던 한민족이 자주독립을 선언한 ‘삼일운동’이 올해 3월 1일로 96주년을 맞은 가운데, 씨알사상연구소 박재순 소장이 <삼일 운동의 정신과 철학>을 펴냈다.

삼일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저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및 기독 역사학계 인사들은 지난 2013년 말부터 ‘삼일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는 모임(삼일모임)’을 결성했고, 저자는 삼일운동을 알릴 책임을 맡아 그 정신과 철학에 대한 책을 쓰게 됐다.

저자는 “민주화·산업화·세계화를 실현해 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과 절정에 삼일운동이 있다”며 “삼일운동은 민중이 나라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주체로 일어선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겨레의 한(韓) 사상, 건국신화와 전통종교문화의 평화정신, 천도교와 불교와 기독교의 협력이라는 배경 속에 탄생했다고 전한다.

특히 ‘기독교가 삼일운동을 주도했다’고 여기는 기독교인들의 인식과 달리, “삼일운동 당시 교부금을 내는 천도교 신도가 200만명이고 교적부에 이름을 올린 신도가 300만명이라고 하니 천도교의 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기독교인 수는 20만명이 채 되지 못했다”며 “조직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삼일운동을 준비하고 주도한 것은 천도교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교회에서는 매주 1회 이상 모여 설교를 듣고 대화와 토론을 나눌 수 있었고, 교회와 학교, 청년연합회(YMCA) 등 전국적 연대와 조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천도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교세에도, 수많은 지식인과 지도자들, 학생과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기독교가 삼일운동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물질과 외형적으로는 천도교, 정신과 확산은 기독교가 각각 중심이었다는 것.

▲종로에서 만세시위를 하는 여성들의 모습. 당시 삼일운동에는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책에서는 이 외에도 삼일운동의 준비과정과 실제 전개, 역사적 의미와 원칙, 손병희와 이승훈의 정신과 사상, 유관순과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삼일독립선언서의 내용과 풀이, 삼일운동과 헌법 전문, 삼일정신과 철학의 실현, 생명평화 철학과 21세기 시민사회운동 등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교과서 수록 유무로 논란이 일었던 유관순 열사에 대해 “민족정신의 화신으로, 이름 없는 순수하고 어린 소녀였기에 그를 통해 민족정신과 정기가 오롯이 드러나고 표현됐다”며 “(그녀가 일으킨) 아우내 독립만세 사건은 이름 없는 민중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일으켰기 때문에 삼일운동의 중심과 꼭대기가 될 수 있었다”고 세간의 평가를 바로잡고 있다.

유 열사가 어린 시절 배우고 놀던 지령리교회의 사람들이 삼일운동의 정신과 철학을 끝까지 지키고 실천한 것에 대해선 “교회에서 정신과 사상을 준비하고 훈련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교회는 정신적·사상적으로 앞서 있었고, 기독교 신앙 뿐 아니라 새로운 정신과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곳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늘의 교회가 배워야 할 점에 대해서는 “깊은 영성과 높은 도덕, 정신적 깨달음과 사상적 지도력, 죽음을 넘는 희생정신과 실천력 등”이라며 “삼일운동의 정신과 철학을 익히고 실천함으로써, 교회의 신앙과 정신을 살리고 사회의 신뢰와 존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소장은 2002년부터 5년간 씨알사상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이후 2007년 재단법인 씨알을 설립해 연구소장으로서 함석헌·유영모의 ‘씨알사상’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이번 책을 포함해 강의록과 기고 등을 묶어 ‘우리 철학 시리즈’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모름의 인식론과 살림의 신학> 등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