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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뒷골목 풍경

차정식 | 예책 | 352쪽 | 15,000원

2천년 전 유대인들은 ‘깔끔함’을 추구했다. 자주 씻었고, 잘 씻었다. 목욕할 곳 없는 도시에 들어가 사는 것이 금지될 정도였다. 장로들은 음식을 먹을 때 손을 씻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먹기 전 손을 씻지 않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비방했다.

광야 길을 걸어다니면서 묻은 발의 먼지들도 잘 닦아내야 했다. 그래서 손님이 들어오기 전 먼저 ‘발 씻을 물’을 내주거나, 부유한 집안의 경우 종들이 직접 발을 씻어주기도 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의미가 더욱 깊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로만 씻는 게 아니라, 씻은 뒤의 맛을 살리기 위해 향기로운 기름을 발라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와 관련, 그때 발을 딛는 발 모양 받침돌이 발굴되기도 했다. 예수님이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 갔을 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눅 7:44)”라고 지적하신 내용이 연상된다. 정결함에 관한 당시 유대인 사회의 관심은, 철저한 제의 신학 기반 위에서 문화화된 관행이었다.

2년 전 눈길을 끌었던 <구약의 뒷골목 풍경>에 이어, 최근 같은 출판사에서 <신약의 뒷골목 풍경>이 출간됐다. ‘뒷골목 전문가’를 자처한 <구약의 뒷골목 풍경> 저자처럼, 신약시대 ‘뒷골목’을 안내하는 ‘가이드(저자)’도 당시의 구체적 생활상을 마치 ‘블로거들이 맛집 소개하듯’ 안내한다. 저자는 성경과 신학과 생활상을 맛깔나게 버무렸다.

“내가 신약성서를 공부하면서 품었던 행간의 궁금증은 마냥 사소한 것들이었다. 가령, 신약성서의 여러 유명 인물들과 그 배후의 이름 없는 이웃들을 조명하면서 내 자질구레한 의문은 엉뚱하게도 그들의 음식 메뉴와 입었던 옷가지, 목욕탕과 변소에서 품었던 내밀한 몽상과 일상의 자잘한 사연들, 특히 남녀상열지사에 개입한 성욕과 혼인과 부부관계, 출산과 양육, 노동과 밥벌이의 애로사항 등에 관한 것이었다.”

2천년 전 팔레스타인 지방의 지리적 환경과 동식물 생태계를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해, 민족 구성과 ‘헤롯 대왕’ 등 주변 정치판, 사두개파와 바리새파, 에세네파와 젤롯당 등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유대교의 종파와 지도자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정치나 종파, 신분계층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뒷골목 아닌 ‘앞동네’인가 싶다가도, 정치도 우리 삶에 있어 한 부분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뒷골목 탐사에 나서, 문화예술과 유흥, 가족과 교육, 의식주 생활, 직업과 노동의 일상, 질병과 의약, 죽음과 장례 등에 대한 ‘썰’을 풀어놓는다. 구약까지 넘나들며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2천년 전 한 번쯤 걸었을 ‘뒷골목’을 안내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활자로 읽을 때는 다 이해하지 못했던 성경 속 여러 이야기들이 몸으로 느껴짐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