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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박명수 外 | 북코리아 | 399쪽 | 20,000원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기독교의 근대화 노력과 독립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특별히 한국기독교역사학계는 최근까지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연구업적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대화도 독립운동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건국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주제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는 이 같은 현실 직시에서 출발했다. 한국교회사학회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를 주제로 2011년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기독교 역사학자와 일반 역사학자를 망라한 10명이 연구를 수행했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당시 학회 회장으로서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의 후원으로 결실을 맺었다. 원래는 2012년 완성될 계획이었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 올해 출판됐다.

책은 박명수 교수를 비롯한 3인이 맡았다. 이들은 한국사학자들과 한국교회사학자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한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현재 한국사와 한국교회사 사이에는 상호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자들은 교회사학자들이 호교적(護敎的)이라 해서 읽지 않고, 교회사학자들은 일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자세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기독교가 근대 한국에서 미친 영향이 중요하다면 한국사학자들도 당연히 기독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한국교회사가 한국의 역사·문화적 상황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라면 교회사학자들도 한국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에 프로젝트에는 한국사 전공 학자 5명과 한국교회사 전공 학자 5명이 참가했다.

책에는 총 10편의 연구 결과들이 담겼다. 김권정 객원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해방 후 기독교 세력의 동향과 대한민국 건국운동’, 박명수 교수는 ‘해방 후 건국준비위원회와 기독교의 역할’, 최재건 연구교수(연세대 신과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대한민국 건국기 미국의 대한정책과 주한 선교사들의 역할’, 김상태 교수(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는 ‘1945-1948년 평안도 출신 월남민 세력의 분단노선’, 김흥수 교수(목원대)는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학생·청년운동’ 등을 맡았다.

또 이은선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는 ‘대한민국 건국과정과 기독교계의 교육운동’, 여인석 교수(연세대 의사학과)는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의료’, 한규무 교수(광주대 관광경영학과)는 ‘건국과 기독교 사회사업’, 정경은 교수(서울여대)는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인 음악활동’, 안교성 교수(장신대 신학과)는 ‘건국과 한국 기독교 관계의 역사·정치·사회적 맥락’을 각각 다뤘다.

프로젝트 총론에 해당하는 김권정 교수의 글에서는 해방과 남북분단, 미소군정 하에서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자유민주주의가 기독교적 가치 실현에 더 가깝다고 봤음을 전한다. 이에 남한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정치·사회 세력화를 통해 해방정국의 신탁통치 반대와 좌우합작 운동에서 큰 역할을 감당했고, 해방 직후부터 공산주의 세력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김 교수는 또 1947년 전반기 미·소 양국간의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기독교인들이 이승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건국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과정들을 서술하고 있다.

박명수 교수는 해방 직후 설립된 건국준비위원회(건준)에서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핀다. 지난 3월 서울신대에서 열린 제18회 영익기념강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 바 있는 박 교수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건준이 서울에서는 좌익이 강했지만, 이 외의 지역에서는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가 강했음을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밝혀내고 있다.

이후 최재건·김상태 교수는 건국 과정에서 선교사와 월남 기독교인들의 역할을 연구했고, 김홍수·이은선·여인석·한규무·장경은 교수는 각각 건국 과정에서 기독교가 청년·교육·의료·사회사업·음악 분야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안교성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보다 국제적 차원에서 이해를 시도한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경우 열강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기독교가 국가적인 타도의 대상이 됐으나,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기독교가 건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에 주목한 것. 안 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건국에 있어 독점적인 역할이나 절대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