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송전교회
▲지난 5일 용인 송전교회 앞마당에서 ‘제3회 꿈을 먹고 자라요’를 주제로 어린이 꿈축제가 열렸다.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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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거울을 꾸미고 있는 여자 아이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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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간식 달고나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부모들.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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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왕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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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교회 앞마당 중앙에 설치된 에어바운스는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뛰어 노는 공간이었다.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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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펄린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 어린이들. ⓒ이지희 기자
어린이날이던 지난 5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용인 처인구 이동면의 송전교회(권준호 목사) 앞마당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는 어린이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서 와, 얘들아~ 안녕. 많이 자랐네."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성도들이 교회 입구로 들어서는 이날의 주인공들을 반기며 인사했다. 동요가 울려 퍼지고 만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꼭 어릴 적 운동회 날 느꼈던 묘한 긴장과 기대, 설렘이 느껴졌다. 송전교회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사회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 꿈축제' 현장이다. 올해로 세 번째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주민도 늘고 반응이 좋자, 지역 주요 인사들과 관공서에서도 관심을 갖고 협력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정찬민 용인시장은 "이것은 지역축제가 아니라 용인시의 축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두 번 정도 더 진행하고 나면 명실공히 용인시 축제가 되고, 용인시와 경기도 자치단체가 모두 지원하여 커다란 축제로 승화시켜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1천7백여 명의 지역주민이 찾았다. 어린이만도 6백 명이 넘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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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발사하며 소방관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이지희 기자

송전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ㄴ'자 모양 앞마당 양옆에 각종 체험부스와 먹거리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어린이 축제에 자주 등장하는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등을 비롯하여 팔찌, 바람개비, 미니거울 만들기 등 다양한 미술활동과 다트풍선, 고리 던지기, 골프, 제기차기, 줄넘기, 격파 등의 놀이가 아이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물고기잡기, 비눗방울 만들기, 만화경 만들기 등도 오감을 만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앞마당 가운데 공간에 설치된 에어바운스 두 곳의 입구에는 놀이기구에 올라가 뛰노는 아이들의 신발들이 줄지를 않았다. 그 옆의 트램펄린에서도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솜사탕, 팝콘을 비롯하여 김밥, 떡볶이, 슬러시, 츄러스, 샌드위치 등의 먹거리도 풍성했다.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는 별천지와도 같았다.

올해 송전교회는 다양한 직업 체험으로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참여마당'도 준비했다. 병원체험(서울병원), 월드비전, 소방체험(이동소방서), 경찰체험(동부경찰서), 군체험(55사단 172연대) 등 총 5개 부스가 마련됐다. 어린이 소방관 옷을 입고 물을 발사하는 소방체험, 빨간 물감이 든 총알을 발사해 표적을 맞추는 군부대의 사격체험 등이 인기를 끌었다. 경찰복을 입고 수갑체험도 하며 인증샷을 찍는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았다. 연규흠 이동파출소 소장은 "시골 정서를 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부모들과 상당히 많이 와서 뜻깊은 행사인 것 같다"며 "지역적으로 문화체험을 누릴 여건이 부족한데,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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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맨 뒤에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도 동원됐다. ⓒ이지희 기자

친구와 함께 얼굴에 밀가루를 묻힌 한 남자 어린이는 "공 던지기, 다트 풍선, 에어바운스, 군체험, 병원체험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축제에 참여했다는 이 남자 어린이의 어머니는 "차로 5분 거리의 천리에서 왔다"며 "비용도 절감하고, 여러 체험이 아이들 교육에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9살, 6살 자녀를 데리고 온 송전교회의 한 여성 교인은 "소방체험, 경찰체험이 있어 아이들이 더 신나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에는 믿지 않는 주민도 많았고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있었다. 둘째를 출산한 딸을 위해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할머니는 "사위와 손주와 함께 왔다. 선물도 많고, 사위도 멀리 가는 것보다 더 좋다고 말하더라"며 "교회는 안 다닌다"고 말했다. 40대 한 주부는 "아이들이 좋아하니 당연히 좋다"며 "교회는 안 다니지만, 비용도 안 들고 가까이서 하니까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송전교회 어린이집 소속 7살 남자 어린이는 "군인체험을 할 때 총 쏘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나가면 비용도 많이 들고, 차도 막히는데 해마다 목사님께서 축제를 열어주시니 좋다"며 "지역사회를 위해 이렇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인근 교회에서 온 한 성도는 "교회에서 지역 축제를 하니, 전도에도 좋고 교회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태프로 참여하는 성도들에게도 보람된 시간이었다. 먹거리 마당에서 봉사한 차도숙 집사는 "많은 기대감을 갖고 왔는데, 제가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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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교회 어린이 꿈축제 전경. ⓒ이지희 기자

이날 26개의 부스를 모두 방문하여 도장을 찍어오는 어린이들에게는 장난감과 과자가 든 선물꾸러미가 주어졌고, 10개 이상을 체험하면 무료로 가족사진도 촬영해주었다. 교회 마당 한쪽에는 차광막을 설치하여 벤치 및 돗자리에서 가족끼리 보낼 수 있는 피크닉 존도 마련해놓았다. 중간중간 중앙무대에서 펼쳐지는 DSTG 댄스팀, 성지중학교 댄스팀, 방탄조끼팀, 마술 및 태권도 공연, 노래&댄스 경연과 아트홀 영화상영도 볼거리와 재미를 더했다.

중형교회인 송전교회가 2천 명 가까이 참석하는 '지역축제'를 매년 성공적으로 열 수 있는 것은 권준호 담임목사를 비롯하여 전 교인이 6개월 전부터 기도와 땀으로 공들여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치부를 담당하는 김혜순 집사는 "이번에 꿈축제를 준비하느라 담임목사님께서 많이 신경 쓰시고, 교인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다"며 "사실 담임목사님은 1년 전부터 기도에 들어가시고 고민하시고, 어떻게 축제를 열지 철저히 계획하여 마지막까지 교인들과 기도하면서 함께 준비하신다"고 말했다. 이번에 병원, 소방, 경찰, 군체험 모두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권 목사가 기도하며 직접 발로 뛰어 이룬 성과다. 이를 성도들은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미래의 큰 일꾼이고 재목인데, 꿈축제는 '하나님의 큰 제자'인 아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담임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이뤄낸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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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열차 찬양에 맞춰 댄스를 선보인 DSTG 사역팀. ⓒ이지희 기자

권 목사도 이날 인터뷰에서 "지역적으로 큰 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 하나님이 주신 꿈 하나로 준비했다"며 "1년 내내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이 하루만큼은 실컷 놀 수 있도록 준비했고,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군체험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축제 3일 전까지도 안 된다고 했는데 대장 출신인 백군기 국회의원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면서 "하나님의 도우심과 많은 단체가 도움을 주어서 작년보다 좀 더 큰 꿈축제를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성공적인 행사 개최는 평소 전도와 제자훈련 중심의 철저한 교회 시스템이 밑바탕이 되어 있기에 가능했다. 구심력이 커야 더 넓은 원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영혼구원'의 비전으로 강하게 연합되고 헌신되어 있기 때문에, 한마음과 한 뜻으로 일사불란하게 지역 사회 주민도 섬길 수 있었다. 지난 10여 년간 운영하여 이제는 이동면의 명물로 자리 잡은 송전교회의 노인대학도 그러한 힘이 뒷받침되어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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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옆에 마련된 피크닉 존 모습. ⓒ이지희 기자
어린이 꿈축제 총괄담당인 정태인 집사는 "지역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는 시간을 주면서 이후에 복음을 자연스럽게 전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도 반응이 굉장히 좋았는데, 특히 40~50대의 아버지들이 같은 동네에 살아도 평상시 만날 일이 없다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전도의 문이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혜순 집사도 "인근 놀이공원은 비용이 많이 부담스럽고 편무보 가정들도 평소 마땅히 놀러갈 데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하루라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체험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니 고맙다"며 "이들이 하나님의 큰 제자로 설 수 있기를 기도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11시 30분부터 시작한 개회식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하여 지역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어린이 꿈축제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이런 축제를 용인시 같은 관청이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목사님께서 대신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고 진심으로 고맙다"며 "송전교회가 노인대학을 통해 지역 노인들만 아니라, 전체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하는 이 행사가 더 잘될 수 있도록 시가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백군기 전 국회의원은 "송전교회가 꿈축제와 어르신대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어린이 사랑과 효를 실천하고, 다양한 문화 체험의 장소와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어서 감사하다"며 "오늘 어린이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꿈을 꾸고 하루하루 실천해나가고, 30년 후에는 여러분들이 더 멋진 어린이날 행사를 열기 바란다"고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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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교회 어린이 꿈축제는 교회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역 주요 인사들과 관공서 등이 함께 협력하는 지역 축제로서 자리 잡아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지역 주요 인사들. ⓒ이지희 기자

이우현 국회의원도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여는 일을 목사님께서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조창희 경기도의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꿈축제가 보기 좋고, 매주 150명 이상 모이는 노인대학과 함께 송전교회가 지역 발전과 어린이, 노인을 위한 일에 앞장서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김상진 용인동부경찰서장, 오세영 경기도의원, 신현수 시의원, 남홍숙 시의원 등도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어린이들을 위한 꿈축제가 지역 축제, 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시와 도 차원에서 예산 편성 등 도울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용인시기독교총연합회에서도 "어린이들이 예수님처럼 몸도 자라고 지혜도 자라나 하나님이 귀히 쓰시는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될 것"을 축복했다. 이외 이제남 시의원, 전원구 이동면장, 김윤영 이동면실업인협회 회장, 이완봉 사무총장, 임종관 주민자치위원장 등이 행사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직접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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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마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과 스태프들. 앞줄 왼쪽 5번째부터 전원구 이동면장, 권준호 송전교회 담임목사, 정찬민 용인시장, 뒷줄 신현수 시의원. ⓒ이지희 기자

권준호 목사는 이날 "송전교회의 어린이축제가 해를 더할수록 어린이들과 가족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요즘 초등학생 흡연 문제도 심각한데, 내년에는 흡연예방체험도 마련하는 등 더욱 알찬 교육과 체험의 장, 부모님을 위한 문화 예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취재를 마치고 교회 바로 옆 송전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꿈축제의 북적이는 열기가 그대로 전해왔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한 어머니가 선물꾸러미를 든 자녀에게 물었다. "게임도 안 하고 여기 오니까 좋지?" 대답은 없었지만 호기심을 펼치고 마음껏 뛰어논 아이들의 표정이 즐거워 보였다. 이날 '꿈을 먹고 자라요'라는 꿈축제 주제처럼 이 아이들의 꿈이 한 뼘이라도 더 자랐을까 궁금했다. 문득 아까 기자를 배웅해 주고 돌아선 자원봉사자의 연두색 티셔츠 뒷면에 쓰인 '꿈을 먹고 자라요'가 어린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송전교회가 있는 이 지역에서는 이날이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모두가 꿈을 꾸며 자라 가는 날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