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 아니 '흥부자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녀가 연일 화제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소향(설마 '흥부자댁'이 소향이라는 걸 아직 눈치 채지 못한 이도 있을까?)은 '가왕'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팬들은 그녀의 압도적인 무대에 벌써부터 '장기집권'을 예견한다.

'흥부자댁'이 소향이라는 것만큼, 소향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CCM 사역자'라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는 조환곤 선교사가 지난 1996년에 발표한 앨범 '방황하는 친구에게'에서 '선생님'이라는 곡을 부르며, 그녀 나이 19살에 데뷔했다. 이후 가족들로 구성된 CCM 4인조 혼성 밴드 '포스'(POS)로 활동하며 CCM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소향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건 지난 2012년, 역시 MBC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나는 가수다-시즌2>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그녀는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에게 대중들은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이후에도 그녀는 KBS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등에서 얼굴을 알렸고, 차츰 '실력 있는 가수'로 각인됐다.

소향
▲소향 ⓒ크리스천투데이 DB
소향의 가창력은 이미 데뷔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팬들은 그녀에게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는 별명을 붙였다. 대중가요계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고 시장이 작은 CCM계에서 소향은 더욱 도드라졌다. 대중 가수들 사이에서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유명세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마치 주머니에 넣은 송곳처럼.

CCM이 아니라 소향이 잘했다

그런데 소향 말고도 신앙을 가졌고, 노래를 잘 하는 가수들은 많다. 박정현, 김범수, 김연우, 박완규, 나얼 등이 그렇다. 이들은 간간이 CCM 앨범을 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비교적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들이다.

소향과 이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소향은 처음부터 한결같은 CCM 사역자라는 점이다. 신앙적 고백이 분명한 가사의 곡을 불렀고, 그런 앨범을 발표해 왔으며, '연예인'이 아닌 '사역자'로 교회의 여러 무대에 올랐다.  

팬들의 예언(?)대로 소향이 <복면가왕>에서 가왕 '장기집권'을 한다면, '우리동네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에 이어 또 한 번 많은 인기를 얻을 것 같다. 그녀는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을 것이고, 소향이라는 가수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즉, 기독교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선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한편, '제2의 소향이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비관적이다. 지금 CCM계의 현실이 그리 낙관적이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축구를 보면, 프로리그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메시나 호날두 같은 슈퍼스타가 나올 확률도 그 만큼 높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2의 소향을 바라기엔 지금의 CCM계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독교세의 감소를 비롯해 CCM 사역자들을 향한 교회의 무관심 내지 상대적 차별, 그리고 직접적 이유로 보긴 어렵고 이것을 꼭 나쁘게 볼 수도 없지만, CCM보다는 예배를 위한 워십송의 강세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그렇다보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소향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나, 그야말로 예외적인 경우여서 '그 다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불행하게도.

복면가왕 흥부자댁
▲<일밤-복면가왕>에서 열창하고 있는 ‘흥부자댁’ ⓒMBC 방송화면 캡쳐
이젠 '잘하는' CCM을 보고 싶다

한국 CCM을 말할 때 언제나 그 척도가 되는 것이 바로 미국의 그것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고, 비록 오늘날 그 영향이 다소 줄긴 했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삶과 의식에 기독교가 녹아 있어, 미국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지향점으로서의 모델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1990년대 미국 팝 시장에서 CCM은 상당한 두각을 나타냈다. '소니'(SONY) 같은 대형 레코드사가 CCM 앨범을 일반 팝 시장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마이클 W. 스미스나 에미 그랜트, 스티브 커티스 채프먼, 비비 앤 씨씨 와이넌스, 자스오브클레이 등이 빌보드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고 많은 앨범을 판매했다. 그렇게 미국인들은 CCM을 대중음악의 하나로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그 배경에는 당연히 미국 CCM이 오랜 기간 쌓아온 '내공'이 있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갈수록 CCM보다 워십송이 일반화되고 팝 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그들 나름대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CCM도 미국처럼 내공을 쌓고 그런 것들을 발판 삼아 보다 탄탄한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런 체계와 흐름 속에서 제2, 제3의 소향이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브라운관에 비친 소향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녀가 걸어온 길을 알고, 또 앞으로도 성공에 취해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그녀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젠 '혜성처럼' 등장한 소향이 아니라 '또 다시' 나타난 CCM 사역자를 보고 싶다. 그런 아티스트를 배출할 수 있는 CCM 문화와 시장을 바란다. 그 날이 머지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