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4.20 12:54

홍준표·유승민 ‘반대’, 문재인·안철수 ‘모호’, 심상정 ‘찬성’

5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 중 '성적 지향'(동성애)이 포함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교적 분명히 반대하는 이는 사실상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둘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고, 나머지는 후보는 그 입장을 분명히 알기 어려웠다.

8천만민족복음화대성회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공동으로 20일 아침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개최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는 기독교계가 제안한 10개 분야 정책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 그러나 주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초점이 맞춰졌다.

발표회는 후보들 대신 이들이 속한 당의 의원들이 참석해 이에 대한 공약을 밝히는 것으로 진행됐다. 심상정 후보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 후보는 이미 성소수자 지원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한 상태다.

안상수 김진태 이혜훈 문병호
▲(왼쪽부터 순서대로) 안상수·김진태·이혜훈·문병호 의원 ⓒ김진영 기자
문재인 후보=우선 문재인 후보를 대신해 나온 김진표 의원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나가되, 동성애·동성혼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또 "민법상 동성혼은 허용되지 않으며, 동성애와 동성혼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동성애·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동성애·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률'이 차별금지법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입장을 고려하면 문재인 후보가 '성적 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김진표 의원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가 지난 12일 국회헌법개정특위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의 개헌관련 의견청취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차별금지의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인권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차별금지의 사유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기독교계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각 지자체 '인권 조례'의 근거가 되는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즉, 국회헌법개정특위에서 한 문 후보의 발언은 이날 김진표 의원의 발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김진표 의원의 발표 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왔다. 국가인권위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키면, '성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국가인권위법 역시 헌법적 권위를 가질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진표 의원은 "국가인권위를 헌법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건 (문 후보가 아닌) 당 관계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개헌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논의해야 할 문제다. 또 문 후보도 국회헌법개정특위에서 우리 당이 발표한 걸 고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소강석
▲소강석 목사가 대한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안철수 후보=안철수 후보 대신 참석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동성애와 동성혼을 절대 반대한다"며 "성평등이라는 표현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양성평등으로 하겠다. 동성애와 동성혼을 미화하는 교과서의 서술도 삭제할 것"이라고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안철수 후보 본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공약집에서 "성평등 국가 책무 확립을 위한 국가대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개편하고 ▲헌법 11조를 개정해 실질적 평등 촉진 의무를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중략)...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1항)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일부 대선 후보들이 이 조항에 '성적 지향'을 삽입하려 한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다시 말해, 안철수 후보의 이 같은 공약은 얼마든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무엇보다 이날 문병호 의원의 '확고한' 동성애 반대 입장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이 이와 관련해 이날 제출한 답변서에도 "(동성애·동성혼 법제화 반대는) 우리사회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할 것"이라고만 돼 있어, 이 역시 문병호 의원의 발표와는 거리가 있다.

안 후보는 또 최근 불교신문에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민족적 배경, 종교, 국적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유승민 후보의 입장은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대신 전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평소에도 여러 기독교 관련 모임에서 동성애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날 역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날 유승민 후보 측의 답변서에는 "다문화, 탈북민, 동성애자 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되, 혼인은 양성 간의 결합임을 분명히 하는 헌법의 정신을 존중하고 수호한다"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한편, 불교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유 후보는 "UN인권이사회에서 권고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국 상황에 맞게 보완해 제정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 측은 “‘성적 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을 검토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이혜훈 의원이 발표한 대로 그와 같은 차별금지법 제정엔 반대”라고 했다.

홍준표 후보=홍준표 후보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헌법에 차별금지는 보장돼 있다"며 "헌법에 나와 있기 때문에 하위법을 굳이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홍 후보를 대신해 발표한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도 "동성애·동성결혼 문제에 적극 반대한다"면서 "성적 지향 등 문제되는 차별금지 사유가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반대한다"고 말해 이 같은 홍 후보의 입장을 뒷받침 했다.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일부 당과 후보의 입장

이렇듯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제외하면 나머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우 하나같이 이들의 견해와 이날 이들의 입장을 대신 전한 각 당 의원들의 발표가 선명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발표회 한 참석자는 "표를 의식해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며 "'공감한다' '경청하겠다'는 말로 당장의 어려움은 피하고보자는 식이라면, 이는 매우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도자의 자질 중 하나가 정직인데, 표를 얻기 위해 말을 바꾸는 이가 있다면 그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를 비롯해 김선규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전명구 목사(기감 감독회장), 이종승 목사(예장 대신 총회장),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 소강석 목사(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대표회장) 등이 참석했다.

소강석 목사는 이 자리에서 "국가는 교회의 생태계를 잘 지켜주어야 한다"며 "특히 동성애가 과연 정상적인 행위인지, 그리고 그것이 인권인지, 더 나아가 국민 건강과 사회, 교회에 위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정상이 아닐진대, 그들을 선도하고 치유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왜 다수에게 역차별을 당하게 하고, 또 그러한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하며, 군대서도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하게 하는 법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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