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포럼
▲포럼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도헌 목사, 박상돈 목사, 문희경 교수, 발제한 고경태 목사, 이성호 목사, 서중한 목사, 이동준 목사. ⓒ이대웅 기자
탄핵으로 앞당겨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크리스찬북뉴스(발행인 채천석 목사) 제6회 포럼이 '기독교의 사회정치 참여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서울 성산동 나눔교회(담임 조영민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인 존 레데콥이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답한 <기독교 정치학>를 주 도서로, 종교사회학자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정치신학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색한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를 부 도서로 각각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 발제는 고경태 목사(광주 주님의교회)가 맡았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20조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가 종교를 간섭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리스도인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두 명료한 의식과 지식을 갖고 행동할 때 사회에 소금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종교인(목사)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목사 신분으로 정치적 소신을 피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 목사는 "그러나 목회자들에게도 정치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역사 의식이 없는 사람은 공동체의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교회 목사는 한 공동체를 책임지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역사 의식과 함께 미래 의식이 있어야 하고,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반드시 정치 의식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와 탄핵 정국 이후 이슈가 됐던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롬 13:1)'는 말씀에 대해선 "공화국의 통치자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일 뿐, 결코 '권세자'가 아니다"며 "성경 본문을 갖고서 '권세자'를 대통령으로 설정하고 복종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사회계약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는 <기독교 정치학>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레데콥은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고려 없이 책을 썼지만, 정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매우 명료한 틀(frame)을 제공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며 "그는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현실주의 아나뱁티스트'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대표적으로 병역의무에 대해 '대체복무제(代替服務制)'를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 목사는 "그러나 레데콥이 '루터와 칼빈'을 꾸준하게 대조하고 있는 방법은, 정치를 다루는 것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루터와 칼빈이 활동하던 16세기와, 식민 통치와 세계전쟁이 끝난 20세기 중엽 이후 사회 구조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경태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은 대한민국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족의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기독교의 정치 참여와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는 성경을 잘 연구해서 정치에 적용하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대한민국이라는 상황이 있기에 대한민국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적극 참여해야 하는 분야로는 '생명존중'과 '학문증진', 그리고 '농업'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곳을 꼽았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 국가의 근본을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1표'를 행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전문적 식견을 갖고 의견을 제안하며 수립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찬북뉴스
▲포럼 주 도서와 부 도서인 <기독교 정치학>,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이후에는 패널들이 토의했다.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강도헌 목사(제자삼는교회) 사회로 문희경 교수(백석대 대학원), 박상돈 목사(정신사랑의교회), 편집위원 서중한 목사, 이동준 목사(성암교회), 이성호 목사(포항을사랑하는교회) 등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방영민 목사(열린교회)가 질문했다.

문희경 교수는 "이 시대에 '정교분리'라는 해묵은 주제가 다시 언급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상황이 여전히 변하지 못했고, 오래 전의 문제의식들에 대한 해결책이 여전히 적절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혼란과 분열 속에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상황에 맞게 새로운 방향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호 목사는 "기독교인과 정치 참여와 목회자의 정치 참여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인데도, 우리만 이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경 속 국가들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신정일치 사회였고, 정교분리 원칙은 한국 사회에서 건전한 정치 참여를 막는 데 악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서중한 목사는 "하나님께서 국가와 교회라는 두 왕국을 따로 만드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다른 통치 수단을 만드시고 이중적인 통치 원리로 세상을 다스려 오셨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상황에서 정부에 반대하면 정치에 참여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고, 정교분리 논의 역시 학문적으로 건전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때 그때 이용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준 목사는 "저는 성경이 정교분리를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빈부 격차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의'의 차원 아니었을까"라며 "신약에서 예수님과 바울 역시 로마의 풍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왈가왈부하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에 참여해 의를 행하고 복음을 통전적으로 받아들여 구체화된 삶의 신앙을 보여주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종교기관으로서 기독교가 정치 참여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교회라는 기관이 정치에 대해 개입할 권위와 실력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목사는 정치 전문가도 아니므로, 종교기관으로서의 참여는 발언도 제한해야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널들은 이 외에도 정교분리와 목회자의 정치 참여 및 정치적 입장 표명, 로마서 13장, 기독 정당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개진하며 치열하게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