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집 '내영을 주께' 이후 약 15년 만에 정규앨범 9집 '선물'을 발표한 좋은씨앗의 이강혁·이유정 목사. 지난 상(上) 편에 이어 근황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씨앗
▲좋은씨앗의 이강혁 목사(왼쪽), 이유정 목사(오른쪽). ⓒ김신의 기자
-9집 앨범을 내기까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유정: "80년대에는 찬양 사역이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던 때였고 좋은씨앗은 90년대 초부터 99년대까지 8년을 사역했어요. 이 시기가 한국교회의 CCM 전성기였죠. 저는 99년도에 영적인 바닥을 경험했어요. 그때 발견한 것이 예배였어요. 그래서 좋은씨앗의 2기 사역은 예배에 포커스를 두자는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예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3년 정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리버티신학대학원에 갔습니다. 

미국 생활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익숙한 것들에서 단절된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시간을 통해서 결국 내 예배가 회복이 되고, 하나님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었어요. 그게 2009년 가을, 미국간 지 10년 되던 해였어요. 그런 광야를 거쳐야만 우리의 예배가 회복이 되는 것 같아요. 30대 때는 제가 추구했던 일, 사역, 음악, 거기에 완전히 꽃혀서 보냈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을 바라보길 원하셨어요. 일과 사역, 관계보다. 그게 예배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거죠. 예배는 음악도 아니고, 의식도 아니고 하나님과의 만남이에요. 

그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때부터 예배와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고 지역교회 안에서 예배 디렉터로 사역했어요. 이 때의 모든 뒤섞인 경험들을 마치 실타래를 풀듯 하나님께서 풀어주시는 경험을 하면서 2009년에 책을 세 권 냈어요. 그 중 한 권을 출간했는데 그게 '잠자는 예배를 깨우라'였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예배를 드려야 할지를 7가지 법칙으로 정리했어요. 이게 정리가 되면서 하나님께서 한국 쪽 사역을 열어주셨어요.

2009년도부터 2010년, 그러니까 예배가 회복된 때부터 한국 쪽에 문이 열리고 2011년부터 1년에 4번 한국을 고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한국에서 예배사역연구소를 맡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사역이 안 될 것 같고, 좋은씨앗 사역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감도 들었어요. 그래서 2016년에 결단을 하고 한국에 더 많은 투자하기로 했던 거죠. 그렇게 좋은씨앗 9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강혁: "저희 팀이 전성기를 보내다가 어느 순간 서로의 안에서 한계점들을 느끼게 된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어요. 그 때 이후로 한국 CCM계 전반에 침체기가 찾아왔어요. 개인적으로도 그랬구요. 사역을 통해서 살아간다는 게 버거운 일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초창기 때는 복음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조건과 상황에 상관없이 살았었는데 점점 가면 갈수록 식어지는거죠. 그리고 사역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거예요. 내 안에 채워지는 것이 없이 사역을 하니 소모되고 고갈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어요. 영적인 침체기가 찾아온거죠. 그 이후로 개인적인 어려운 시간들을 계속 겪었어요. 앨범을 내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 여건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개인적인 영적 침체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낸 탓이죠."

좋은씨앗
▲좋은씨앗의 이유정 목사. ⓒ김신의 기자
-광야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셨는데, 그 시간 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요?

유정: "제가 지냈던 곳은 물리적인 광야가 아니었어요. 워싱턴 D.C.는 삶의 수준도 높고, 교육 환경도 좋은 곳이예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 곳이 광야였어요. 각 사람마다 광야가 다른 것 같아요. 지독한 광야를 겪었어요. 아마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거예요. 모든 것이 단절된 곳이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저라는 사람의 성향이 그런 단절이 없으면 하나님을 찾지 않는 사람이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음반을 만들고 음악 활동하는 것이예요. 제일 좋아하고 자신있어요. 그리고 선후배 만나서 일 같이 하는 것 좋아하구요. 그런 한국의 문화에 40년 동안 익숙해져 있었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단절된 채 10년을 살았어요. 그렇게 살았더니 하나님이 보이더라구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였는지, 그 때 알았죠. 

요즘 제 화두는 '날마나 죽는 것' 입니다. 내가 움켜 잡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 신앙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거기서 판가름 나는 것 같아요. 욕심,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 내가 살아 있는 것…. 내가 죽어야 예수님이 살거든요. 나를 죽이는 작업만큼 힘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죽을 때 성령께서 일하시고, 내가 죽어야 하나님이 보이고. 그게 열쇠인 것 같아요. 살면 살수록.

그래서 요새 단순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내 삶에 온갖 뒤범벅돼 있는 세속적인 욕심들, 가치들, 삶의 방식들을 자꾸 내려놓고, 영혼을 향해서 단순해지는 것. 결국 그게 그리스도인들이 회복해야 할 신앙이 아닌가 생각해요. 요새 한국교회가 너무 부유해졌잖아요. 부유해지는 것이 복음의 진정성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너무나 부유해졌기 때문에 본질을 자꾸 못보고 세상과 타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가치들을 다시 회복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움켜잡은 것을 놓을 때 연합이 일어납니다. 내 것을 움켜쥐고 있으면 연합이 안 돼요."

강혁: "저는 광야의 시간 동안에 하나님께서 물리적으로 '내 것'이라는 것을 다 없애주셨어요. 그래서 물리적·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불편하고 어려워요. 처음에는 벗어나고 싶어했어요. 불편하고 힘드니까요. 광야라는 게, 자기 몸뚱아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 시간을 7~8년을 보내오고 있어요. 처음에는 저항감이 들고 원망이 생겼는데 지금은 나처럼 없는 사람들, 억압되고 소외되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과 연대감이 생겼어요. 그동안 저는 그런 입장에 서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가난한 게 뭔지, 억압돼 있는 것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계획도 세우고 했는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살아가듯이. 불편함과 자유롭지 않은 환경인데 이 안에서 복음이 주는 자유를 누리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저 자신에게 솔직하게 도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말과 메시지로 사역을 했다면, 지금은 처절한 실존으로 사역에 임하고 있어요. 그래도 복음밖에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시간이예요. 

기독교 사역을 오래 해 왔지만, 이전에는 실제로 타자의 입장, 외롭고 억울하고 소외된 이웃의 입장에 서 보지 않고 복음을 전해왔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요즘에는 그런 고민이 많아요. '내가 다시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런 실존적인 상태에서?' 되게 정직한 질문이에요. 그런데 일면 확신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전의 내가 오랫동안 사역했던, 상투적인 사역이 아니라 내 존재로, 나의 실존적인 두려움과 외로움이 똑같이 있는 상태에서 복음을 확신을 갖고 전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제 인생에서 일어난 커다란 반전이예요. 예전에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그런 것처럼 전했었거든요. 이제는 더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책임이 더 느껴지구요."

-두 분은 언제 하나님을 만나셨나요?

유정: "제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애정 결핍증이 있었어요. 태어나 3년 동안 엄마 밑에서 자라지 못하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어머니는 페결핵 3기로 사형 선고를 받으셨었어요. 나중에 기도를 통해서 기적적으로 치유가 되셨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년을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랐어요. 그게 소년기와 청소년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어요. 자의식이 약했고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교회를 다니면서도 그게 해갈이 안되는 거예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다 대학 시절에 정신적인 방황이 극한 상황까지 갔어요. 그러다가 군대가서 예수님 만났어요. 찬송 부르다가 만났죠. '주 안에 있는 나에게'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내 짐을 풀었네' 그 가사에서 제가 20년 넘게 지고 왔던 짐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눈물이 터졌어요. 그 때 하나님이 저를 만지셨어요."

좋은씨앗
▲좋은씨앗의 이강혁 목사. ⓒ김신의 기자
강혁: "저는 모태신앙은 아니고 어머니를 통해서 교회를 나갔어요. 교회는 초등학생 때부터 다녔고, 예수님을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어렸을 때 장난꾸러기였는데 형이 대장이었죠. 형하고 항상 단짝처럼 다녔는데 형이 백혈병으로 죽었어요. 그 이후로 인생에 대해서, 혼자 남겨진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됐죠. 왜 내가 살고 있지? 인생이 뭔지,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건지, 우리 인생의 끝은 어떻게 되는건지. 그래서 철학책들을 봤는데, 그런다고 해서 명쾌하게 떨어지는 얘기가 없더라구요. 제가 찾는 것이 철학책에 없었어요. 더 질문만 많아졌죠. 

그런데 제가 성경책을 읽게 되었을 때 회개의 시간들을 통해서 주님이 저를 만나주셨어요. 성경책을 밤낮으로 읽기 시작해서, 며칠 만에 성경을 다 읽었어요.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저를 찾아오신거죠. 성경을 읽을 수 있었던 게, 책으로 읽었다면 읽지 못했을 거에요. 성경이 책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분의 인격으로 다가왔던 거죠. 그런 초자연적인 경험을 통해서 제가 이성적·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했던,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그냥 받아들여지고 수용이 된 거죠. 이게 다 믿어지는 거예요. 이것은 진짜 초자연적인 성령의 역사와 주권, 깨닫게 하심이죠. 지금에서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지, 그때 당시에는 처음 경험한 거였으니까.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도 없고. 그렇게 많이 회개한 적도 없었죠. 그리고 하나님이 사랑이시라는 것. 가장 처절한 내 자신의 실존 앞에서 왜 하나님이 사랑이신지, 그리고 십자가의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하셨어요. 복음을 받아들인거죠.

이후로 예수전도단 모임에 나가고 훈련을 받으면서 그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찬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 이후부터 선교단체나 공동체에 소속해서 공동체 생활을 계속했고 복음을 전하러 국내외로 다니기 시작했어요. 찬양사역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그때는 예배의 감격이 있었고 은혜와 구원의 감격이 있었기 때문에 찬양이 샘솟았던 거죠. 복음을 전하는 방편으로 찬양을 했던 것이구요.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찬양사역자가 되어야겠다, 음반을 내야겠다, 이런 동기가 처음에는 없었어요."

-팀 활동의 장단점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강혁: "장점은 함께 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고 보완이 된다는 거예요. 혼자 사역을 하면 위험이 닥치거나 유혹이 왔을 때 참 취약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둘은 확실히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보충해주고 지켜주고 완전해질 수 있어요. 힘들 때 지지해주고 위로해주고. 단점은 어떤 관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서로 안에 있는 생각들과 상황들이 충돌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갈등의 요인이 되고. 저희도 서로 활동을 멈추고 떨어져있는 동안 소원해졌었어요. 떨어져 있으면 어떤 관계든 소원해지잖아요. 

이 앨범을 내기 전에 저희가 극적으로 서로를 만나게 되었고, 서로 안에 있는 것들을 고백하게 되었어요. 그것을 통해서 몰랐던 부분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었어요. 성령께서 저희에게 주신 은헤인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이루실 때 관계를 통해서 일하시는데, 연합과 하나됨, 일치, 이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완전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것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하시더라구요.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연합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다시 좋은씨앗으로 연합하게 된 것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저희를 통해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 앨범은 그 산물이에요."

-끝으로 기도제목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요. 

유정: "좋은씨앗 사역을 통해서 회복과 연합의 사역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좋은씨앗이 오랫동안 쉬고 있다가 두 사람의 회복과 연합을 통해서 음반이 나왔어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또 다른 교회와 CCM계, 그리고 사회 안에서 회복과 연합의 통로가 되는 것이 기도 제목입니다."

강혁: "앞으로 좋은씨앗의 사역은 우리 둘만의 사역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비전과 가치들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여를 통해서 우리 모두의 사역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처럼 우리 둘만의 소유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오픈하고 개방하는 거죠. 음반만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좀 더 다양하게 할동 범위와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음반은 제한적이니까 세미나도 하고 책도 출간하고 좋은 예배 공동체도 세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씨앗이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다양한 영역에서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