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식 교수
▲전현식 교수.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담론을 생산해 세상을 변혁시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작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최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이해를 구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소개되기 시작했지만 신학분야에 있어 이 같은 논의는 미진한 상황이다.

반면,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산하 센터인 생태문화융복합연구센터(소장 전현식 박사)는 인간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 휴머니즘을 넘어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의 모든 생명에 관심을 두는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국제적 연구를 신학적 이해에 기초해 진행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생태문화융복합연구센터 소장 전현식 박사를 만나 연구소의 출범 배경과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구, 향후 프로젝트 및 비전 등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생태문화융복합센터는 세계적 융복합 연구를 선도하는 '연세 미래융합연구원'(Institute of Convergence Science) 산하 연구센터 중에서도 우수연구센터로 손꼽히고 있다. 생태문화융복합연구센터의 출범 배경과 연구내용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생태문화융복합센터는 21세기의 당면과제를 트랜스휴머니즘으로 진단하는데, 트랜스휴머니즘이란 인간과 기계가 서로 결합해 새로운 공생의 시대를 열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저 낙관적인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사회구조가 소유자본에 따라 극심한 양극화에 직면할 가능성,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생물학적 개념의 혼동, 그리고 생명의 조작과 경시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과 생태의 경계가 인공의 범주와 혼종되는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에 발생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와 대안제시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지난 2014년 본 연구소가 설립됐다.

본 연구소는 '생태담론, 문화연구, 신학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주요현상을 분석하고 학제 간, 캠퍼스간 융합을 통한 창조적 지식 생산' 및 '생명경시의 문화적 정황 안에서 생태와 문화연구의 창조적 만남, 지속적 생태문화 콘텐츠 생산, 다문화사회에서의 소통과 생명돌봄의 문화 확산에 공헌할 수 있는 지식과 대안 창출'을 그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신학적·문화적 틀 안에서 21세기 문제들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를 보다 심도 있게 수행함으로써 시대적 요청에 대한 창조적 대안마련에 힘쓰고 있다.  

-연구과제의 수월성 및 창조성을 담보하는 것은 연구소를 구성하는 우수한 연구진일 것이다. 생태문화융복합센터를 구성하고 있는 연구원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담론을 생산해 세상을 변혁시켜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연구소는 급격한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휴먼시대를 다양한 지식체계에 기초하여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연구한다. 우리 연구소는 단순히 신학의 한 분과가 아니라, 조직신학, 문화신학, 성서신학, 종교철학, 기독교윤리학, 기독교교육학과 같은 다양한 분과를 전공한 신학자들과 해외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 더불어 의학, 법학 등 다른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조직신학과 에코페미니즘을 전공한 저를 비롯해 국내 신학분야에서 권수영 교수(목회상담학), 손호현 교수(문화신학), 정승우 교수(신약학), 김동환 교수(기독교윤리학), 김선정 교수(신약학), 송용섭 교수(기독교윤리학), 박일준 박사(종교철학), 손문 박사(기독교 교육학), 김정두 박사(조직신학)가 참여하고 있다. 국외 신학분야에서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의 Christophe Chalamet(조직신학), Sarah Stewart-Kroeker(에코페미니즘), Francois Dermage(기독교 윤리학)가 함께 하고 있다. 또 법학분야 전문가 박영덕 교수와 의학분야 전문가 조남훈 교수 등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현식 교수
▲전 교수는 “정의와 사랑이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서는 오늘날 올바른 인간 이해, 세계 이해, 하나님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진영 기자
-생태와 문화의 상호연관성을 신학의 학제적 융합의 틀을 통해 연구하는 생태문화융복합센터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구과제를 소개해 주시기 바란다.

"본 연구소는 지난 3년여 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왔다. 그 중 한국연구재단-한미특별협력사업과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Global Research Network: 이하 GRN)사업이 가장 중심적인 프로젝트이며,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와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먼저, 본 연구소는 미국과 공동으로 주최한 프로젝트로 지난해 '트랜스휴먼 시대의 자연과 생태: 한국 다석 학파와 미국탈자적 자연주의'라는 제하의 한국연구재단-한미특별협력사업을 수행했다. 다음으로,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GRN의 일환으로 지난해 세계적 석학 로버트 S. 코링턴 박사 등을 초청해 '탈자적 자연주의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했다. GRN프로젝트는 '포스트 휴머니즘 시대의 인간, 자연, 그리고 종교이해'라는 제하의 프로젝트로서, 2016년 9월 1일 시작하여 2019년 8월 31일 까지 수행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및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신학적 연구 등이 신규 집중 연구과제이다.

본 연구소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서구 신학자들을 초청해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거나 단순히 해외의 최신이론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원들이 직접 미국, 스위스 등 해외에 나가 우리의 신학과 최신 연구결과를 전달하고, 해외의 석학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상호배움을 실천한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외국 학자들이 본 연구소의 연구성과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질문을 하는데, 이런 발전적 과정을 통해 연구를 진척 시키는 것이 본 연구소가 가진 강점이자 특수성이다."

-생태문화융복합센터가 2017년 계획하는 주요행사는 무엇인가? 또 21세기 문제들에 대해 어떤 창조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가?

"본 연구소는 올해 4월 미국 드류대학교에서 '제7차 탈자적 자연주의 국제회의'에 참여하여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6월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 UniDufour 센터에서 '고양된 인간성 및 트랜스인간화: 윤리적·신학적 성찰'에 참석하여 연구논문을 발표한다. 10월에는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에서 '탈자적 자연주의 국제회의'와 관련해 콘퍼런스 개최 및 연구논문을 발표한다. 이 행사에는 세계적인 석학인 로버트 S. 코링턴 교수와 캐서린 캘러 교수가 주강사로 참석한다. 본 연구소는 GRN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연구결과물을 국제학술지 및 국내등재학술지에 투고 및 출판할 예정이며, 해외 유수 연구센터와의 협력결과물들을 영문서적으로 출판하여 연구성과를 해외에 확산시킬 예정이다.

정의와 사랑이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서는 오늘날 올바른 인간 이해, 세계 이해, 하나님 이해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지식체계가 있지만 그것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요청된다. 즉, 신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지식체계를 재평가하고 통합하는 신학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교회는 편협한 자기중심적 이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명 패러다임에 기초해 세상의 변화를 읽고 지속가능한 창조세계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인간, 세계, 하나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신학적 방법론이 정립되어야 하며, 이것을 통해 신학적 해석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교회 안에 이러한 신앙과 신학, 그리고 실천의 부재로 인해 작금 불행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현 세계의 변화가 항상 긍정적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 신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변화시켜 나가신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만물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관점을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본 연구소가 이런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의 비전을 한국교회에 제시하는 일에 힘쓰겠다."

전현식 소장은

현재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조직문화신학 교수,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이사이며, 한국문화신학회 회장, 한국기독교 문화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부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으로 학사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SMU(Perkins School of Theology)에서 석사학위(M.Div.)를,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