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그는 “우리 (삼일교회) 청년들이 정말 보물과 같다. 그들은 몸으로 헌신을 배웠다. 내어줄 줄 알고 함께 할 줄 알며, 어떤 일에든 도전하려 한다. 여기에 분명하고 바른 명분과 가치관을 심어주면 그야말로 무서운 공동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교회를 향한 애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김진영 기자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와 5년이 조금 못되어 다시 마주했다. 그를 처음 만났던 건 지난 2012년 6월. 당시 그는 19년을 목회한 강남교회를 떠나 삼일교회로 부임하기 직전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은 변함이 없다. 말할 때의 논리정연함도 진정성 있는 눈빛도 그대로다.

그를 다시 찾은 건, 그에게 '멘토의 메시지'를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기독 청년들이 신앙을 놓지 않고 단단히 틀어쥘 수 있도록 그가 방향을 잡아주길 바랐다. 젊음은 그 자체로 '흔들리는 꽃'이라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이 세찬 바람과 고독하게 맞서고 있는 까닭이다.

또 송태근 목사가 '청년 교회'의 대명사인 삼일교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가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라"

-기독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교인보다 좋은 성도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른 말로 하면 건강한 사회인이 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교회에 맞는 교인, 즉 교회에서 헌신하는 이들을 좋은 신앙인으로 공식화 했다. 그러나 진짜 그리스도인은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이 자녀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자리매김하는 자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기독 청년들이 어떻게 이 거대한 세파에 맞서 살아갈 것인지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담을 과감히 헐었으면 좋겠다. 성경적 교회는 '세상으로 가라'는 것이지, '교회로 오라'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기독 청년들이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섞인 이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그들을 격려해야 한다. 그러자면 세상과의 사이에서 쌓아올린, 보이지 않는 담을 헐어야 한다. 그런 뒤 성경적 가치관과 성령의 능력으로 기독 청년들을 무장시켜 내보내야 한다. 그 속에서 그들 스스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예수님과 대화했던 한 율법사는 자신을 기준으로 이웃을 정의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율법사에게 '가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라'고 하셨다. 이처럼 좋은 교회는 성속을 정확히 구분하되, 차별하지 않고 먼저 나아가는, 선교적 교회다."

-'돈'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들이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터부시 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기에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돈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의 시각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목회자란 성도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설교 등을 통해 꾸준히 그런 가치관을 전달하는 사람일 것이다."

"'저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없다"

-지난 2012년 삼일교회 부임을 앞두고 본지와 했던 인터뷰(송태근 목사 "비전 강요 않고 함께 호흡할 것")에서 "교회가 청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정신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협착한 길"이라고 했는데,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났다. 변화가 있었나?

"우리 (삼일교회) 청년들이 정말 보물과 같다. 그들은 몸으로 헌신을 배웠다. 내어줄 줄 알고 함께 할 줄 알며, 어떤 일에든 도전하려 한다. 여기에 분명하고 바른 명분과 가치관을 심어주면 그야말로 무서운 공동체가 될 것 같다. 시대를 바꿀 수도 있는.... 삼일교회 청년들 대다수가 돈 벌이만을 평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직업을 갖든, 이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하고자 한다. 그 동안 교회에 장애인 부서가 없었는데 얼마 전 새로 생겼다. 주일예배 땐 앞자리의 의자를 걷어내고 대신 그 곳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내어줬다.

그런데 이런 가시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의식 속에 '저 높은 곳에 올라 그 지위와 힘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세속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에서 부활절을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청해 위로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이것 역시 청년들이 스스로 나선 사역이다. 이 자리를 통해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고 넉넉한 마음으로 껴안아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느끼게 하고 싶다. 교회가 그런 곳이라는 걸."

"잘 버텨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진심으로"

-목사님 스스로는 어떤가? 지난 약 5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처음 부임했을 때, 밖으로 비춰진 삼일교회의 모습은 완전히 엉망이고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적어도 그런 소문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 역할은 무언가 나서서 하기보다, 그저 이 공동체가 안정을 되찾을 수만 있도록 하는 것, 그런 다음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이곳 청년들은 이미 헌신이 몸에 밴 아이들이었다. 물론 엉클어진 모습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긴 호흡을 가지고 조금씩 교정해 가면 되는 것들이었다. 마치 뜨개질 하듯 한 올 한 올... 지난 5년은 그런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크게 힘든 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잘 버텨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진심으로."

-엉클어진 모습들을 교정해 왔다고 했는데, 예를 든다면?

"가령 숫자와 크기에 대한 집착 같은 것들이다. 어느 진(구역이나 셀을 의미하는 삼일교회의 용어-편집자 주)이 더 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았느냐 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그런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다. 이런 걸 일절 없앴다. 또 예배 참석자 수에 있어서도 거품을 걷어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교정해 왔다. 강요는 하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방향에 동의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 온 것이다."

"세상엔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하는 영혼이 많다"

-본지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건강한 교회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골고루 성장하는 교회"라며 삼일교회에서 이런 것에 초점을 두고 목회하겠다고 했었다. 어떤가? 잘 진행되고 있나?

"물론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일교회는 여전히 청년 세대가 많은, 비유하자면 항아리 모양의 교회이긴 하나, 교회학교 아이들의 수가 전보다 많이 늘었다. 약 1.5배 정도. 그러면서 전담 교역자들도 많아졌다. 교회가 관심을 갖고 투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인터뷰에서 과거에 있던 교회학교 아이들이 자라서 지금 본당을 채우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결국 다음세대들이 미래의 한국교회 역시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교회학교의 쇠퇴는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낮은 출산율은 그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출산율은 교회학교 쇠퇴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본다. 그것은 사회적 지표일 뿐 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낮은 출산율이 아니라 세상엔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하는 영혼이 많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열심히 복음을 전한다면 교회학교도 부흥할 것이다. 영국교회를 보면, 그들이 말씀의 권위를 내려놓자 교회학교가 쇠퇴했고, 그러면서 교회도 힘을 잃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선은 말씀의 권위를 회복해야 하고, 그런 다음 교회학교에 운명을 건 투자를 해야 한다."

"설교, 감동보다 본문의 의미 잘 전달할 수 있게"

-요즘 예배 때마다 강해설교를 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나는 강해설교가 익숙하다. 오랜 세월 그렇게 해 왔다. 그것이 가장 성경 본문의 의미를 바르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강해설교를 하려면 본문의 어휘적 의미와 정치·시대적 배경, 경제적 상황, 성경신학적 해석 등 다양한 렌즈가 필요하다. 그 렌즈를 투과해 걸러진 것이 분문이 가진 원래 의미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는 또한 내가 강해설교를 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감동을 주려 하기보다 본문의 의미를 바로 전달하는 것이 설교의 우선적 가치라는 신념도 강해설교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강해설교에 대한 이런 관점은, 당연히 내 주관적 판단이다. 다른 설교 방식을 선호하는 목회자도 물론 있을 테고, 그럴만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존중한다."

-삼일교회 청년들이 강해설교를 어려워하진 않나?

"사실 처음부터 쉽게 들을 수 있는 설교는 아니다. 그래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있다. 그런 설교를 듣는데 어느 정도 훈련이 된 것 같다. 요즘엔 듣기 힘들다는 소리를 못 들어 봤다. 혹시 힘든데 말을 안 하는 걸지도…(웃음)."

-설교 본문이 창세기와 히브리서, 그리고 요한계시록이던데.

"요한계시록은 로마의 통치 아래서 밧모섬에 유배된 사도 요한이 하나님께서 보이신 약속의 비전을 기록한 책이다. 당시 요한은 스스로 성도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매우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런 요한에게 하나님은 계시로 소망을 주셨다. 오늘날 청년들도 고통스러운 상황 가운데 있다. 많은 이들이 좌절감에 빠져 있다. 현장에서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참 가슴이 아프고 때론 눈물도 난다. 그들에게 요한계시록이 주는 복음적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 그것을 설교하게 됐다. 히브리서를 설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창세기는 요한계시록과 그 내용에 있어 맞물리는 것이 많아 설교하고 있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통일이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 삼일교회에도 여기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많다. 그런데 한국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통일에 대한 논의가 다소 중구난방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가능하다면 기독언론사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를 교회와 함께 주최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서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