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
나얼 씨의 성경에는 밑줄과 메모가 가득하다. 그만큼 하나님 말씀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인터뷰 전편에서 '종교'와 '복음'의 차이를 이야기한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찾길' 바란다. 이번 인터뷰에는 그의 음악관(觀)과 '소울'에 대한 생각, 그리고 미술작품 활동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CCM '주 여호와는 광대하시도다'는 오랜 기간 제 휴대전화 컬러링이었습니다.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했는데, 어릴 때는 찬송가보단 CCM이나 복음성가가 더 와 닿잖아요? 즐겨 부르던 노래였는데, 색다르게 편곡해 보자는 마음으로 단순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그 뒤로 찬송가라는 게 정말 좋구나, 그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 정직하고 건강한 선율 같은 것들을 하나님께서 너무 기뻐하시겠구나 하고 생각해서 그 뒤로 찬송가를 주로 부릅니다. 교회에서도 주로 찬송가를 부르는데, 너무 좋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찬송가가 더 좋은가요.

"단순하지요. 그래서 대개 건강합니다. 그리고 뭐랄까, 다른 데 정신을 팔 겨를이 없는 느낌입니다. CCM은 리듬처럼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다른 요소들이 들어있지요. 하지만 찬송가는 너무 단순하고 화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하나님께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음악보다 하나님께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사실, 음악은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음악은 음악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점점 왜곡되고 그러다 보니 굉장히 위험한 상태로까지 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은 반대하는 편입니다. 제가 좀 보수적이라,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단순한 게 좋습니다.

'그 시대는 그거, 지금 시대는 이거'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시대가 흐르면, 세상은 더 악해집니다. 저는 이게 물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쌓이고 쌓여서, 갈수록 망가지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이 당시 그 사람들이 했던 것과 같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음악이 그래요. 지금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을 1분이라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요? 멜로디도, 화음도 없는 것으로 찬양을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요?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인데, 우리는 너무 하나님을 우리 기준에 맞춰 버립니다. 하나님이 기쁘셔야 하는데, 내가 기쁘기 위해서 합니다. 내가 과격한 특정장르를 좋아하니 이렇게 찬양한다는 건,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이 기준이 된 것이지요. 거룩은 분리잖아요. 그래서 인간의 어떤 것들이 섞여선 안 됩니다. 젊은 분들이 그걸 잘 몰라요. 저도 잘 몰랐어요. 잘 모르고 '우리 목사님 너무 보수적이다'고만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킹제임스 성경을 좋아하는 이유도 가장 보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다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나얼
▲나얼의 성경책. ‘킹제임스’ 버전이다.
이건 저만의 생각인데, 사람이 영과 혼과 육으로 돼 있잖아요? 사람이 왜 이렇게 음악에 미치는지 혼자 고민하다 깨달은 게 있습니다. 사람이 음악과 너무 닮아있는 것입니다. 음악의 3요소가 화성·멜로디·리듬인데, 사람은 영·혼·육입니다. 영은 화성, 혼은 멜로디, 육은 리듬과 일맥상통합니다. 셋이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균형이 깨지면 건강하지 않습니다. 예전의 음악을 보면 이 균형이 딱 맞지만, 지금 음악들은 멜로디와 화성이 사라지고 리듬만 남아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지요. 그런 걸 먹으니 잘못 되는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음악으로 찬양을 할 수 있겠습니까."

-'소울(soul)'에 대한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나얼 씨에게 '소울'이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소울' 하면 영혼을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소울은 영혼이 아니라 '혼'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부르실 때 '혼' 이라고 하십니다. 영은 'spirit'이지요. 모든 정의는 성경에서 나오는데,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생명의 숨을 콧구멍에 불어넣으시니 '살아있는 혼이 됐다(창 2:7)'고 하십니다. 안타깝게도 개역개정판에는 '생령'이라 돼 있지요.

더 신기한 것은, 제 이름에 '소울'이 있었습니다. 제가 '얼(유나얼)'이잖아요? 그런데 '얼'이 혼이래요. 이 사실을 몇년 전에야 깨달았지요.

음악적으로는 흑인 음악을 소울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흑인 음악을 좋아했고 그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왔고, '소울'이라는 단어가 제겐 특별하게 다가왔기에, 운명론을 믿진 않지만  '운명'같은 뭔가가 있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나얼', '내 정신'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정말 믿음이 좋으셨고 항상 성경을 읽으시던 분이었습니다. 저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나얼
▲나얼의 작품. ⓒ소속사 제공
-천안 나사렛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후학도 양성하고 계신데, 학생들에게 음악적이나 신앙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으시다면.

"곽윤찬 교수님 소개로 시작했는데, 너무 멀지만 학교와 학생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학교가 지방에 있다 보니 지방 학생들이 많은데 정말 순수하고 착해요. 그래서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서로 너무 아끼고 교수님들과도 너무 친하고요. 다른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오시면 깜짝 놀라시면서 '이런 학교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참 보람이 됩니다. 힘든 일도 많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이다 보니 성경 말씀을 전하는 데 제재가 없어 편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하나님이 제일 미워하시는 게 교만이다. 절대로 교만하지 말고 무조건 겸손하라. 음악은 무조건 겸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제가 아날로그 감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불편함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요즘은 너무 편리해져서 문제이고, 거기서 감사함을 모르고 병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정신'을 강조합니다. CD보단 LP이지요. 사용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수업 중에 과거 음악들을 알려주는 시간이 있습니다."

-미술작품 활동에서도 기독교나 신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있으시지요.

"전부 다 기독교적 메시지가 있진 않지만, 그런 작품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하는데, 대신 멋있게 만들어야지요. 이 작품은 붉은 글씨로 SIN(죄)이라고 돼 있는데, 저기 있는 양을 통해서 보면 죄가 가려져요. 요한복음 1장 29절(세상 죄를 제거하시는 하나님의 어린 양을 보라)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입니다."

나얼
▲나얼의 작품 ‘Believeth’. ⓒ소속사 제공
-음악 하나만 하기도 힘드실텐데 미술과 사진까지 하는 걸 보면, 성경 속 '다섯 달란트' 받은 자 같은 느낌도 드는데, 부담이 되진 않으시는지요.

"달란트긴 달란트인데, 음색은 각자 다르니까요. 미술 쪽은 유전적 영향이 있습니다. 친가, 외가 전부 미술 쪽이라 타고난 면이 있고,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은 중간에 제가 좋아서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뭐든 그렇지만 노래 또한 엄청나게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성대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발성을 하면 좋습니다.

부담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일단 제가 즐거워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사는 동안 열심히 하자, 이게 제 목표입니다."

-선입견과 달리,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계시던데요.

"인스타그램은 개인적인 기록이라 생각하고, 제가 어딜 갔었는지 기억하고 싶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금방 금방 잊어버려서, 뭔가 기록을 남겨놔야 기억하더라고요(웃음). 그때 그때 남겨놓고 싶은 마음에 계속 하고 있고, 어떤 신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도 글을 남깁니다."

-일본에도 팬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팬은 많지 않아요. 한 30명 정도 있을까요(웃음)? 일본에서 전시회를 하면 그 정도 찾아오십니다. 전시회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일본 팬들 중 한 분이 구원받고 예수님을 영접한 것입니다. 정말 너무 기뻤어요."

-팬들과 소통하다 보면 전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신지요.

"저는 연예인이라기보다 '동네 오빠' 같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팬카페에 '감사합니다' 이런 걸 쓰기보단,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예 대놓고 전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성경 '말씀이나 교리들로 폭격을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로 하고 미친 듯이 올렸습니다(웃음). '믿을 사람은 믿겠지' 하고 무작정 몇 년간 올렸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변화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쪽지도 가끔 옵니다. '제가 몰랐는데, 이걸 알게 돼서 구원을 받았습니다'. 되게 뿌듯해요. 팬카페 주인공이 저라 그런지 다행히 욕은 안 하더라고요.

팬들과 1년에 한 번씩 제 생일에 모임을 갖습니다. 한 번은 성경책을 다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효과가 있더라고요. 아주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대신 두 시간 동안 혼자 포장하느라 죽을 뻔 했어요(웃음). 모임에는 믿는 분들도 많이 오세요. 물론 제가 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거니까, 적절한 타이밍에 하나님께서 성경을 읽게 하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 살려야(구원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안타깝습니다."

나얼
▲‘같은 시간 속의 너’ 뮤직비디오 속에서 잠깐 등장하는 성경. ⓒ뮤비 캡처
-가장 중요한 신앙의 가치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질문인데, 저는 기독교인으로써 '성경무오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성경의 보존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자연스럽게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성경이 완전한데, 무슨 오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신학책을 들춰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유주의 혹은 인본주의가 너무 깊숙히 침투해 있습니다. 신학교에서도 그런 걸 가르치는 게 제겐 너무 큰 충격이었지요. 궁금한 것이 생겨서 공부를 하다 보니 이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400년 전 청교도들이 갖고 있던 믿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처럼 성경이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가운데 모든 세대에 걸쳐 순수하게 보존됐다는 믿음이 무너지니까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게 진짜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과 미술 활동을 통한 소망이나 비전이 있으시다면.

"일단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유명해지고 싶거나 그런 게 없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하나님께서 그만 하라고 하시면 안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 욕심이 없어요.

마지막에 누구나 그리스도의 심판석에 서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곳에 섰을 때 '잘했다'는 말 듣고 싶어요. 그거면 저는 너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아직 믿지 않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종교와 복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비단 믿지 않는 분들뿐 아니라 믿는 분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종교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은 특별한 이들이 아닌, 누구나 구원받길 원하시지 않습니까(딤전 2:4). 누구나 예수님을 믿고 다 천국에서 행복하게 영원히 함께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병든 세상에 있어봤자 얼마 살지도 못할 뿐더러, (천국에서의 삶이) 너무 너무 놀라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사는 게 너무 힘들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하나님은 진짜 살아 계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