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어 이창우
▲이창우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키에르케고어의 <스스로 판단하라> 출간 기념 강연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충무로 비비투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덴마크의 쇠얀 키에르케고어(Soren A. Kierkegaard, 1813-1855)는 쇼펜하우어, 니체와 함께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불리며, 헤겔과 함께 종교철학자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대표작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비롯해 <불안의 개념>, <철학적 단편>, <사랑의 역사>, <그리스도교적 강화집>, <죽음에 이르는 병> 등을 쓰고 42세의 나이에 프레데릭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날 강연에는 국내 최초로 이 책을 번역한 이창우 목사(세종시 온빛교회)가 나섰다. 그는 책 내용과 같이 1부 '술 취한 자여, 술 깨라', 2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등으로 나눠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에 앞서 이창우 목사는 "키에르케고어의 글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있다면 그가 축복과 저주, 사랑과 진리 등의 단어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키에르케고어는 '본질은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신념으로,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자 했다. 진리를 말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부 '그러므로 술 깨라'는 베드로전서 4장 7절에 대한 변증으로, '근신하라'는 단어가 영어 원문(킹제임스)에서는 'sober', '술 깨다'는 의미인 데서 나온 제목이다. 키에르케고어는 당시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새 술이 취했다'고 기록한 사도행전 2장 13절과 해당 본문을 모티브로 1부를 집필했다.

이창우 목사는 "저자는 술에 취한 지점으로 '세상의 것들과 물타기한 모든 것'을 꼽고, 많이 아는 것을 많이 행한 것으로 착각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을 '만취 상태'라고 표현한다"며 "이들은 하나님 말씀인 성서를 '많이 아는 지식', '객관적 지식'으로 바꿔놓고, 행함의 진지함을 학문에의 진지함으로 바꿔놓은 자들이야말로 기독교를 가장 타락시킨 장본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술 취함과 술 깸의 관점이 뒤바뀌어 버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이들을 향해 저자는 '성경을 해부학적 지식으로 만들어 실험실로 가져간 사람, 성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보르는 사람'이라 하고, 그러한 복음을 저자는 '만취 상태의 복음'이라고 했다"며 "목사들이 말씀 대신 주석서만 읽으면서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하지 않는 모습을 통렬하게 지적하며, 성경을 학문적으로만 읽을 바에는 차라리 아예 읽지 않는 것이 낫다고까지 말한다"고 했다.

그는 "저자는 그 시대에 '매스 미디어의 발달'을 이미 예측하면서, '빛의 속도로 모든 의사소통 수단이 발전하겠지만 그 전달되는 의미들은 다 쓰레기가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며 "지금 스마트폰으로 많은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진정한 복음의 진수는 전달되지 않고 있지 않는가. 그때 하나님 말씀을 정말로 듣고 싶다면, 침묵을 창조해내야 한다. 침묵으로 말씀을 대면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이 1800년대 키에르케고어의 예언이었다"고 말했다.

이창우 목사에 따르면, 저자는 '무한을 추구하는 사람이 유한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가? 둘이 섞일 수 있는가? 하늘과 세상이 섞일 수 있는가?'를 반문하면서, 결코 둘은 섞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혼합될 수 없는 것들을 섞어 놓은 것이 복음의 근본적 타락이자 성도들이 '술 취하게 된 원인'이라고 키에르케고어는 강조하고 있다.

이 목사는 "어떻게 하면 술이 깨는가? '영적 숙취 음식'은 단 한 가지로, 코람 데오(Coram Deo) 즉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는 것"이라며 "하나님 앞에서 이렇듯 자기지식에 이른 사람을 보면 술 취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면 두려워 떨 수밖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기에 세상에서 보면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술 취하면 자기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자기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알 때 술이 깨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술을 깨려면, 술이 취했다는 인정과 고백이 필요하다"며 "세상의 관점과 기독교인의 관점은 완전히 다른 것이므로 서로 대화조차 불가능한다. 거듭나지 않은 사람이 거듭남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그래서 달라스 윌라드는 <잊혀진 제자도>라는 책에서 '성경은 제자들을 위한 책인데 아무도 제자가 되려 하지 않는 현실'을 놓고 '예수님 피 빨아먹고 사는 흡혈귀 크리스천'이라고 일갈했다"고 했다.

키에르케고어가 '설교자는 배우, 청중은 관객'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 목사는 "설교자는 자신의 모든 모습이 다 까발려져야지, 많이 아는 것을 자랑하고 즐기는 설교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사실 설교자는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너무 두렵고 떨려서 설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모두를 구원해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설교가 이 시대의 비극이라는 것이고, 더 큰 타락은 '저 목사 대단하다'면서 모든 걸 즐기고 있는, 관객이 된 청중"이라고 했다.

스스로 판단하라
이창우 목사는 "키에르케고어의 책에서는 정답이 없다. 질문만 던질 뿐"이라며 "그가 서문에서 '홀로 골방에 들어가 큰 소리로 읽으라'고 한 이유는, 이 책 내용으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2부에서 "키에르케고어는 '마음으로 간음한 자는 간음한 자'라고 하시는 등, 예수님은 왜 그 누구도 지킬 수 없는 윤리를 지키라고 하시는가 하고 묻고 있다"며 "저자는 그 이유를 첫째로 '겸손하도록 의도된 것'이거나, 둘째로 '은혜로 피신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 등 두 가지로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예수님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가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기에,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산상수훈 본문 말씀 뒤 곧바로 구하지 않아도 다 먹이고 입히시는, '들에 핀 백합화와 공중의 새'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라며 "새는 구할 필요가 없지만, 인간은 구해야 한다. 단, 일용할 양식만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