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이후, ‘또 하나의’ 마커스 멤버들을 만나다

이대웅 기자 입력 : 2017.01.31 17:08

“‘예배 후 삶의 예배’ 위해… 기꺼이 조연이 되겠습니다”

마커스
▲서울 합정동 한강중앙교회 카페에서 만난 마커스 멤버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창민·김경현·이동희 형제, 함부영·함은진 자매. ⓒ이대웅 기자
이 시대를 대표해 쓰임받아온 문화사역 단체 마커스 미니스트리(Markers Ministry)가 13주년을 맞은 지난 4월 21일 목요예배에서 28명의 멤버들이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사역을 지속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후 7개월여가 흘렀다. '마커스 워십'이라는 이름으로 목요예배는 계속되는 가운데, 흩어진 멤버들은 또 다른 비전으로 '예배 이후, 이 땅에 그리스도의 문화를 심어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흘리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이들을 만나, '그 이후' 이야기를 들었다. 함께한 이들은 그간 목요예배의 전면과 배경에 있었던 김경현, 이동희, 이창민, 함부영, 함은진(가나다 순) 등이며, 이신애 씨는 메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흩어진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이창민: 저는 함은진·함부영 자매와 '마커스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마커스 커뮤니티는 저희 멤버 8인과 새로 뽑은 3인까지 11인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역단체가 이런 방식으로 흩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지요. 해체되거나 사역을 중단하면 이름조차 없어지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커스'를 처음 시작했던 정체성과 방향성을 그대로 가지고 사역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마커스라는 이름으로 사역하는 것입니다.

함부영: 마커스가 2011년에도 목요예배를 잠시 중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셨던 마음도, 이후 시기를 정하진 않았지만 멤버들이 흩어져서 저희의 정체성에 맞게 다양하고 풍성한 사역을 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많은 변화들 속에서 멤버들이 마음을 모아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 흩어지게 된 것입니다.

마커스 분립 이후 저를 포함해 예배사역을 위해 마음을 모은 멤버들이 모이게 되었고, 기반을 다지는 시간들을 갖고 있습니다. 흩어진지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는 '마커스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도 발매했습니다. 또 지역교회와 연합하는 예배모임도 세워 나가는 중 입니다.

마커스 커뮤니티
▲마커스 커뮤니티가 예배드리는 모습.
-마커스 커뮤니티는 어떤 단체인가요.

함부영: '예배자로서의 삶'이 더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사역하고자 합니다. 팀이고 단체이기도 하지만, 각자에게 주신 마음들을 모으고 함께 주신 소망이나 그림이 연결시켜 다양한 사역들을 하고 싶습니다. '커뮤니티'라는 이름도 좀 더 유연하고 유기적인 시도와 연합들을 만들기 위한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의 마커스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배사역이라는 게 집회나 모임 시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니까요. 예배를 드린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는지 연결점을 갖는 사역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기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통한 예배사역, 현 시대에 맞는 사역의 그림을 그려나가고자 합니다.

이창민: 커뮤니티는 지난 6월 팀을 만들고 '빌드 업(build up)'하는 시기입니다. 내실을 다지면서, 함부영 자매 말대로 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조금 더 바라는 것은, 저도 사역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예배모임 후'에 대한 질문입니다. 예배드리는 것으로 예배를 다 드렸다고 섣불리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고민이었어요.

예배자로서 직장이면 직장, 가정이면 가정, 사회면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예배모임 자체보다는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누고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모이는 것 자체보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삶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그리스도인으로, 빛과 소금으로 살기 위한 연결고리들을 많이 줄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 크리스천으로서 자신의 삶 속에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연합할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향성 안에서 공연이든 교회 사역이든 예배 사역이든 할 수 있기 위해 흩어진 것입니다.

마커스 커뮤니티
▲마커스 커뮤니티를 시작한 8명의 멤버들. 아랫줄 맨 왼쪽부터 이창민 형제, 함은진 자매.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함부영 자매.
-다른 분들은 어떤 사역을 하고 계신가요.

이동희: 제 안에서 마커스가 흩어지는 그림은 오병이어 사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흩어진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커스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흔적을 갖고 직접 가라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였습니다.그래서 첫 번째로 보내신 곳이 안산입니다. 아까 타게팅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조금 더 깊숙하게 지역교회를 섬기고 싶어 안산으로 가서 예배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마음은 청소년 사역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요 근래 받은 말씀은 로마서 12장인데, 메시지 성경으로 보면 '기꺼이 서로를 위한 조연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구절이 있더라구요. '마커스'라는 이름으로 교회에 갔더니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저를 생각해 주시고 조금 다르게 보시는데(웃음), 이런 가운데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섬기고 세워주고자 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예배 안에서도 현대 문화와 같이 개인이 중요하고, 자신이 경험하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다소 이기적인 예배로 변질된 모습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공동체 모두가 기꺼이 조연이 되어준다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이런 마음들을 계속 나누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신애: 25세에 마커스 미니스트리에 들어왔는데,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예배보컬과 예배인도자, 예배교육 사역을 해 왔고, 흩어질 때쯤 주님께 어떤 모습의 사역을 해야 할지 계속 여쭤봤습니다. 주님께서는 '크리스천의 삶의 자리로 들어가는 예배'와 '구체적인 대상을 섬기라'고 하셨습니다.

마커스 멤버들 중 처음으로 '엄마'가 됐기에 사역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서, 원망도 많이 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잘 섬길 수 있는 대상도 '엄마'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배모임에만 머물지 말고, 그 마음을 삶의 자리에서 풀어낼 수 있는 사역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용인제일교회에서 찬양간사로 섬기며 '엄마'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마커스
▲이동희 형제가 찬양하는 모습.
-마커스 활동 중 각자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네요.

이동희: 힘들다기보다, 사역 대상이 분명치 않았던 점이 다소 어려웠습니다. 목요예배는 처음 직장인과 대학생, 20-30대를 타겟으로 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전 세대를 아울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네 번째 마커스 예배인도자로 세워져 2-3년간 예배인도를 했는데, 우연찮게 제가 예배인도를 할 때마다 세월호 사건이나 경주 지진처럼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사람들과 함께 기도 뿐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NGO 같은 예배'입니다. 국가의 재난은 언제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긴밀하게 연결된 NGO 단체들이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예배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실제로 돕는 일들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것도 '타겟팅'의 한 예가 될 수 있겠지요.

함은진: 찬양사역자나 예배사역자들은 사역 대상이 좀 더 예배를 잘 드릴 수 있도록, 삶에서 하나님을 더 잘 찬양하도록 돕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역자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사역은 특별한 무엇이 되더라구요. 사역은 모든 성도들의 예배를 돕는 것인데 말이지요. 그런 특별성과 보편성 사이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리고 찬양사역을 오래 하다 보니 유명하진 않지만 '선배' 타이틀을 갖게 됐는데, 후배들에게 가이드할 수 있는 부분들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마커스 커뮤니티 사역을 하고 있구요,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없는 비전공자들도 예배에 대한 마음만 있다면 즐겁게 노래할 수 있도록 예배 콰이어 지휘도 하고 있습니다.

마커스 김경현
▲김경현 형제가 찬양하는 모습.
김경현: 마커스에서 2007년부터 사역했습니다. 예배모임 보컬로 꾸준히 섬기면서, 2011년에는 마커스 CCM 시리즈로 제작된 김경현 정규 1집 'Life Drawing'을 발매했고, 개인 음반과 공연을 병행하며 활동해 왔습니다. 서울예대 연극과에서 공부하며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도 컸기 때문에, 2014년 부터는 마커스 공동사역과 별개로 '론리 뮤직(Lonely Music)' 레이블을 통해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며 '마커스 김경현'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활동 영역을 구축해 왔습니다.

흩어진 뒤에 '예배사역 계속 하세요?' 라고 물으시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저는 예배사역 안에 있고, 어떤 면에서는 기존 예배사역의 바깥에 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지속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 행위 자체에서 예배를 경험하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CCM이나 대중음악의 영역 구분 없이, 저만의 음악과 작품들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회적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시작한 소셜 프로젝트 'THE BACK'이란 이름으로 '봄의 아이들'이란 곡을 발매하고,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노래하거나 그런 의미를 담은 자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CCM 아티스트뿐 아니라 대중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저 같은 경우 직접 그런 판을 벌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론리 시티(LONELY CITY)'라는 이름으로 재즈 피아니스트 최한글 씨와 홍대 카페 피카소에서 작년 6개월 동안 매월 정기공연을 통해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공연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론리 시티 공연에서 '시대의 외로움'을 주제로 노래하며 나온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아티스트 워크샵'을 오픈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만나 고민을 나누고, 그 내용을 공연으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부르는 노래와 이야기하는 공연이 다양한 사역의 형태로 풀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명함을 들고 다니는데, '큐레이터'라고 돼 있습니다. 한 마디로 '문화콘텐츠 큐레이터'를 직업으로 삼고 싶습니다. 아직 조금 생소할 수는 있지만, 요즘은 TV 채널이나 모바일 쇼핑 등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큐레이션'입니다. 다량의 정보 속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들만을 맞춤으로 제공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것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Christianity'는 가장 멋지고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 많은 정보와 쏟아지는 제안들 속에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제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그런 영역의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마커스가 함께 사역할 때도 사역자들이 '허브'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습니다. 이제는 마커스 사역을 하며, 또한 예학당을 통해 배웠던 것들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잘 담아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지역교회 사역들뿐 아니라, 크리스천 아티스트들과 함께 유기적인 커뮤니티를 갖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힘쓰기를 꿈꿉니다.

마커스 커뮤니티
▲마커스 커뮤니티의 지난 9월 디지털 싱글.
-마지막으로, 비전이 궁금합니다.

함부영: 마커스 커뮤니티는 최근 부산 지역 예배모임 '어웨이크닝'과 함께 예배드렸습니다. 앞으로도 팀과 팀이 교제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지방에서 사역하는 예배사역자들과 함께 예배하며 연합하며 만들어갈 수 있는 사역에 대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혼란한 시국 가운데, 여러 예배사역 단체들과 시국 기도모임도 진행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드리지만,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 땅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민감하게 구하면서 기도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연합하고 함께 모였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흩어진 멤버들은 '연합'이라는 그림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역들을 창출하리라는 기대감으로 '믿음의 걸음'을 시작하려 합니다. 사역의 연합과 그림의 단추들이 잘 꿰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창민: 사람들의 관심을 '종교'에서 '삶'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성 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예배를 통해 삶을 계속 바꿔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그것이 어떤 콘텐츠가 될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고 예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삶으로 눈을 돌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마커스 이신애
▲‘위 아 마더스(We are Mothers’의 로고.
그래서, 예배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한 공간과 시간 안에서 드리는 예배만 생각하는데, '삶의 예배'는 그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교회에만 머물지 않고, 마커스 커뮤니티가 세상으로 삶으로 지경을 넓혀주고 싶습니다.

이동희: 다양한 음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주셔서 지난 6월 싱글('주의 말씀은')을 하나 냈고, 앞으로도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작업들을 하려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제주도에 있는 '바람 같은 자유'라는 기독교 문화단체와 연합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분들은 대부분 문화의 '소비자'인데, 그들이 문화콘텐츠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기꺼이 조연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신애: 마커스에서 'We are Markers!'를 외쳤던 제가, 지금은 6명의 엄마들과 'We are Mothers!'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한국교회를 회복시키고 우리나라를 변화시키진 못할지라도, 같은 가치를 품은 엄마들끼리 모여 함께 예배드리면서 엄마들을 회복시키고 싶습니다. 엄마들이 회복되면 가정이 변하고, 우리 아이들이 변화될 것입니다. 그러면 믿음의 유산이 끊어지지 않고 흘러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커스 이신애
▲이신애 자매(가운데)가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김경현: 앞으로 아트레이블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품은 공통의 가치를 사회 속에서 발현할 수 있는 행복하고 새로운 일들을 많이 도모해보려고 합니다.

마커스는 지난해 4월 흩어지면서 "13년 동안 같은 이름으로 함께 모여 사역을 해 왔다면, 이제는 '마커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각자에게 주신 사명대로 부르신 자리에서 사역을 감당할 것"이라며 "문화사역으로 부르신 마커스의 정체성에 맞는 다양한 사역들이 새롭게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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