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가 된 그들은 다시 교회로 돌아갈까?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1.25 16:45

교회 떠났지만 ‘공동체’ 필요성 느껴… ‘구도적 과정’일 수도

#사례 1. "아내의 전도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기독교에 대해선 '예수천국 불신지옥' 밖에 모르던 나는, 예수님의 나심과 이 땅에서의 삶, 그리고 끝내 지셔야 했던 십자가를 알게 된 후, 나조차도 놀랍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지만 갈수록 그것 만큼 힘과 위로가 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험(?)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주님의 은혜에 젖어 십자가만 바라보던 내게 K집사와의 갈등은 또 다른 '십자가'였다. 예배 시간마다 늦는데다 봉사라곤 기껏해야 주일 아침 교회 앞마당을 쓰는둥 마는둥 하는 게 전부인 그는, 나보다 교회를 1년 더 일찍 다녔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내게 참견하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신학에는 '문외한'인 그가 교리가 이러니 저리니 하는 것도 눈꼴사나운데, 내 신앙까지 지적하며 훈계하는 꼴을 도저히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어느날 내 옷차림이 못마땅 했는지 나를 위 아래로 쓱 훑는 그에게, 그 동안 속에 쌓아둔 것을 욕을 섞어 가며 모두 뱉어버린 나는 그 뒤로 다시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사례 2.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나는 입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주일예배 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았고, 평일에도 종종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예수님이 좋아서지만, 어느 정도 그것은 내게 습관과도 같았다. 그렇게 대학생이 됐고, 집을 떠나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그 동안 누려보지 못한 자유(?)에 세상은 마냥 달콤하기만 했다. 신앙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을 직감했던 때는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대학교 2학년 무렵. 이미 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돼 버렸고, 주일에 한 친구와의 약속은 어느새 예배를 잊게 만들었다. 왠지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 신성한 예배당에 발을 내디딜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렇게 조금씩 교회와 멀어졌다."

가나안 성도
▲서울의 한 교회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들 중에 ‘가나안 성도’가 있을까? (사진 속 교회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김진영 기자
'가나안 현상'과 '1천만' 기독교인

최근 개신교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약 123만 명이 늘어나 967만 6천여 명이 됐다는 통계청 발표에 기독교계가 한 동안 떠들썩 했었다. 하지만 실제 체감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여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 그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나안' 현상이었다. 기독교인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정작 교회는 나가지 않아, 숫자로 표현된 '교세'와 교회라는 '목회 현장'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나안 성도'가 된 이들이 교회를 '안 나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례를 통해 본 것처럼 교인 사이의 갈등과 저마다의 이유로 갖게 된 죄책감, 그리고 목회자에 대한 불만이나 소외감, 제도적 교회에 대한 반감 등이 그것이다. 만 20세 이상 개신교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이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떠난 이들이 100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교회는 '기독교인 증가'라는 '뜻밖의 결과'에 마냥 기뻐만 하고 있어야 할까? 한 목회자는 "다음 통계치가 발표될 10년 후에도 기독교인 숫자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처럼 의외의 것이 아닌 성도 누구나 자랑스럽게 받아들 성적표였으면 한다"고 했다. 가나안 성도의 수가 줄어들길 바라는 기대의 표현이다.

한번 가나안은 끝까지 가나안?

그렇다면 가나안 성도는 영원히 가나안 성도로 남을까? 가나안 현상을 분석한 것과 같은, 구체적인 통계치는 아직 없으나, 그들 중 다시 교회로 돌아온 이들이 분명 있다. "기독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지만, 그런 반면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들도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으로 잘 조명되지 않는다"고 여러 목회자는 입을 모았다.

시흥샘물교회 김태경 목사는 "교인들 중에 가나안 성도였던 이가 있다.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과거 공동체 속에서 누렸던 기쁨을 다시 맛보기 위함이었다"며 "기독교는 개인의 구원과 하나님과 나 사이의 인격적 관계를 강조하지만, 그러면서도 공동체성을 매우 강하게 띠고 있다. 어쩌면 가나한 현상은, 지금은 비록 교회를 떠나 있지만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는 공동체를 찾는 일종의 '구도적 과정'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가나안 성도 개개인도 아마 마음 속에서 교회로 다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주님의 음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은호 목사(오륜교회)도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앙은 혼자 하기 힘들다. 구별된 사람으로 살고 싶어도 늘 유혹에 빠지는 것이 죄성을 가진 인간의 한계"라며 "그래서 언제나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의 은혜가 필요하고, 그것은 그런 은혜를 추구하는 신앙인들의 모임 속에서 더 잘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회중예배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간혹 '삶의 예배'만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신앙의 한 면만 본 것"이라며 "회중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교제가 일어나야 그것이 삶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새 신자'보다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나안 현상'의 윈인을 교회의 탓으로 돌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세속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으로 이해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원인에 어디에 있든 '가나안 성도'가 존재하고, 그것이 교회 주요 관심사가 될 만큼 그 수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가 '새 신자' 전도보다, 우선은 교회를 떠난 소위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조언하고 있다.  

교회다움 민걸 목사는 "예수님의 '잃어버린 양의 비유'에서 잃어버린 양은 물론 이 세상 모든 인간을 의미하지만, 가나안 성도로 우선 해석해 볼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교회는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마음으로 가나안 성도가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해 먼저 가나안 현상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교회에 잘못이 있다면 철저한 자기성찰과 깊은 연구로 그것을 고쳐나가야 한다"며 "특히 복음이 무엇인지, 그것을 전하는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투명성이나 민주적 절차 등 눈에 보이는 것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회를 떠난 이들은 그것보다 본질적인 것에 목말라 하는 이들이다. 지금은 옷을 바꿔 입을 때가 아닌, 체질을 바꿔야 할 때"라고 했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두 명의 '가나안 성도'는 과연 다시 교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교회가 답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