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먼동이란 날이 새어 밝아 올 무렵의 동녘 하늘을 말하며, 석양은 해가 질 무렵의 해를 말합니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복음송 중에는 '해 뜨는 데부터 해 지는데 까지', 찬송가에는 '아침 해가 돋을 때(552)',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550)', '어둔 밤 쉬 되리니(330)' 등 아침과 저녁을 말하는 곡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 자주 보는 해에는 무관심하다, 한 해가 지나고 새해를 맞이할 때는 이른 새벽부터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려 부산을 떱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전날 밤부터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고 밤샘까지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간혹 믿는 분들도 새벽 미명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바닷가나 높은 산, 그리고 강가로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오히려 섬기는 교회에서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여 하나님과 더 가까이하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 오히려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른 미명에 솟아오르는 해를 보면서, 불신자들은 한결같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거나 두 손바닥을 비비고, 꾸벅꾸벅 절을 하고 입술로 중얼거리면서 소원을 빕니다. 그 내용은 주로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 그리고 자식들의 출세와 부귀영화에 대한 소원들을 말합니다. 이웃과 나라와 민족에 대한 소망은 별로 없고, 모두 자신의 가족을 위한 행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소원들이 아닌가 합니다.

먼동은 주로 희망과 소망을 나타냅니다. 반면 석양은 인생에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을 뜻하므로 모두가 싫어하는 말이며, 패색이 짙어가는 인생의 황혼을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 속 "하루를 천 년 같이, 천 년을 하루 같이"라는 말씀처럼, 하루는 인생의 긴 세월을 잘 말해 주는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가 하루 중 1시에 와 있는지, 3시쯤 와 있는지, 혹은 5시, 아니면 이제 곧 종착역을 향해 가는 6시에 와 있는지를 점검하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는 동녘 하늘에서 떠서, 중천 하늘을 지나 차츰차츰 석양을 향해 치닫는 것입니다. 뜨고 지는 해는 그 하루를 결코 쉽게 살아서는 안 될 것임을 경고해 줍니다. 특히 신앙인들의 하루하루 삶에서 떠오르며 용솟음치는 기개를 품고, 주님과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야 합니다. 저녁에는 지친 심신을 달래고, 평안한 쉼을 통해 가족과 소통하면서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평안히 잠을 이루는 신앙이 되어, 또 다시 떠오르는 해와 함께 삶의 여정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나이가 차츰차츰 무르익어 가다 보면, '아 내가 벌써 50이 되었구나!', '60이구나', '아~ 곧 70, 80을 바라보는 이제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략되었구나!' 하며 하염없이 울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이 허무하고 무상하며 슬퍼하기도 합니다. 우리 성도들은 그러한 생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성경에는 수많은 연로하신 분들의 훌륭한 생애의 작품들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앞으로 살아갈 날 수가 점점 적어지고 육신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운 이유도 있지만, 장례식장을 찾아가 보면 더욱 우울하고 무상해지며 허탈감도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생의 죽음은 끝이 아니고, 욕망과 지친 삶 없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 영혼의 삶의 시작"이라는 성경말씀은 우리에게 산 소망을 안겨주는 기쁜 소식입니다.

신앙인의 삶에는, 장례식장에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 초조를 초월하고, 신앙인답게 고인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는 은혜가 필요합니다. 어느 호스피스에서 봉사하는 어느 비신앙인은, 임종을 맞은 신앙인과 비 신앙인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모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개 신앙인은 죽음 직전 주님의 품으로 가기 위해 기도와 회개로 숙연하게 지내고, 밝고 평화스런 죽음을 맞이하며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비신앙인은 내가 무슨 죄가 있어 죽어야 하느냐, 아직 나이도 있는데, 여태 고생하다 이제 좀 살만하니까, 하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울해 하면서 숨을 거둔다고 합니다.

특히 이 호스피스는 신앙인은 숨을 거두기 직전, 유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지막한 소리로 "주님을 부르고, 주님께 온전히 맡기며, 생을 마감하는 신앙인의 장엄하고 위대한 순간을 볼 때, 눈물과 감동 없이는 볼 수 없는 천국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그 호스피스 분도 주님을 영접하고 신앙인이 되어,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은 창조의 질서대로 동녘에서 떴다가 서녘 석양으로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그 불변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 스스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망가뜨린 채,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도구는 곧 함정이 되어 파멸의 길로 점점 다가오는 것입니다. 고속철도가 들어오고 초음속 여객기가 등장하며 사람 대신 로봇 시대가 열리면서, 인생의 여정은 서쪽 하늘을 향해 놀라운 속도로 질주하며 기울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동녘과 석양은 찾아옵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석양은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하나님은 절대 공평한 분이시기에, 우리는 결코 절망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어떻게 주님을 위해 예배를 드리고 선한 일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갑시다.

그리고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의 기개를 힘입어, 세상을 향해 믿음으로 나아가는 신앙이 됩시다. 석양에 대한 허무와 허탈을 볼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의 석양을 바라보면서 주님께서 만드신 창작품에 감동하고 만끽하는 신앙인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